'파판14' 서비스 총괄 아이덴티티모바일 배성곤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를 평가 받는 날이기 때문. 특히 15년 가까이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담당해온 배성곤 부사장도 '파판14'는 그 동안의 게임과는 달리 특별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내에 선보인 일본 IP를 활용한 온라인게임들 중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인 게임은 전무한 상태였다. '파판14' 역시 이러한 우려 속에 국내에 선보였지만 기존 일본 게임들과는 다른 모습과 성과 등으로 기대감을 낳고 있다.
'파판14'는 지난 8월 14일 시작된 사전 오픈 이후 하루 평균 25만 명의 이용자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고, 1인당 하루 평균 플레이 타임도 313분을 기록하는 등 침체된 온라인게임 시장의 구원투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일본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개발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아이덴티티모바일의 끈질긴 노력 끝에 해소, 현지화에 큰 힘을 실었다. 이를 통해 한국 이용자만을 위한 콘텐츠 및 이질감 없는 번역 등 언어만 바꾼 것이 아닌 철저하게 문화적 현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듯 큰 주목을 받으며 대망의 공개 서비스에 돌입한 '파판14'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아이덴티티모바일 배성곤 부사장을 만나 '파판14'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Q 일단 상용화 돌입을 축하 드린다. 동시접속자수 25만 명은 PC온라인 게임 전성시대에도 드문 성과로 보이는데 소감은 어떤가? 예상했던 수치인가?
PC온라인 게임 시장이 근 3~4년간 위축되며 업계 전체가 위축된 느낌이 있었다. '파판14'를 계기로 위축된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다른 업체 분들도 '파판14'의 성공을 응원해주시는 분위기다. 타 업체라도 시장 활성화 계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경쟁자보다는 같이 가는 느낌으로 말이다.
Q 회사 내부에선 성공 요인을 무엇으로 보나?
한국 이용자들이 파판 세계관을 이해하고 몰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현지화라고 본다. 요시다 프로듀서의 글로벌 버전에서 크게 벗어나게 개발하진 않지만 한국 이용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수정점이 유효했다고 본다. 부수적으로 피씨방 버프 등의 요소를 통해 선 순환을 이뤘다고 본다.
Q '파판14'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모바일 게임 전성시대였다. PC게임에 도전하는 이가 거의 없었는데 계약 성사를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뭐였는가?
회사에서 진행 중인 개발 프로젝트가 없는 상태라, 타이틀이 절박한 상황이었다. 타이틀은 꼭 필요했지만 PC방과 PC온라인 게임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박 타이틀을 확보해봤자 그다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봤다. 해서 아예 글로벌 대작을 찾아오자는 포부였다. 이유를 반대로 찾은 셈이다.
Q 스퀘어에닉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그에 비하면 당시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외에는 크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스퀘어에닉스의 대표 게임을 계약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다른 회사도 많이 접촉했지만 사업 계획을 제대로 발표해 2013년 하반기부터 계약을 위해 노력을 쏟았다.
우선 그 타이틀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했다. 타이틀을 좋아해서 마케팅을 하는지 그냥 생계를 위해 마케팅을 하느냐의 차이가 있다. 게임을 분석하며 즐기다 보니 파판 매니아가 됐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발표를 위해 준비한 자료에서부터 게임의 이해와 애정을 녹여 얼마를 벌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를 어필했다.
발표가 끝나고 요시다 프로듀서의 마지막 질문도 "그래서 몇 레벨입니까? 다 만 레벨이라고요?"하는 식의 질문이었다. 특히 사업부장이 글로벌에서 손꼽히는 '파판14' 이용자라 이용자의 시각으로 분석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파판14'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마케팅을 하겠다는 진심이 전해졌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프로듀서의 결정권이 높다. 최종 결정도 프로듀서가 한다. 계약에 관련해 제시한 금액이 타사보다 낮아, 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지만 파판14를 더 좋아하는 업체인 자사에 손을 내밀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Q 상용화 사전 결제자 현황 등을 알려줄 수 있나.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사전 결제를 해주셨지만 지금 결제 성과를 논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이후 더 많은 이용자분들이 '파판14'의 모험을 경험해 보실 수 있도록 네이버 채널링 서비스를 실시해, 상용화 이후 한번 더 기세를 올릴 예정이다.
Q 게임 시작과 함께 나오는 오프닝 동영상이 압권이다. 게임 중간의 컷신도 그렇고 방대한 동영상과 성우녹음이 게임의 몰입감을 더하는 거 같다. 콘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성우 녹음을 요시다 프로듀서가 직접 글로벌 버전에 입각해 체크한다. 성우 목소리톤에 굉장히 민감하시다. 톤이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만족도가 다르다. 요시다 프로듀서가 게임 내 캐릭터인 '카느 에 센나' 목소리를 더빙하기 위해 국내 성우샘플을 엄청나게 많이 보내서 그 중 닮은 목소리를 선택하기도 했다.
Q 성우 녹음량을 더 늘려달라는 의견도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대사처리가 많은 것이 아쉽다.
글로벌 버전과 동일한 것이다. 후반 구간에 돌입하면 더빙된 부분이 늘어난다.
Q 게임 속 '빛의 영웅들'의 존재는 나중에 알 수 있나?
'빛의 영웅들'은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를 지칭하는 단어다. 이후 주인공이 겪게 되는 스토리들은 향후 업데이트 및 확장팩을 통해서 점차적으로 알 수 있게 되니, 향후 업데이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이왕이면 게임을 통해 스토리를 확인해 주길 바란다.
Q 무기에 따라 잡 체인지가 가능하다. 해서 이용자는 모든 직업을 다 경험해 볼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레벨링이 다 끝난 상태서 엔드 콘텐츠는 무엇인가.
캐릭터의 레벨은 50까지지만 장비의 레벨은 현재 서비스 버전에서는 100까지 습득 가능하며 고렙 장비를 획득 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최고 레벨의 장비를 빠르게 습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콘텐츠의 모든 것은 아니다. 아직 상위권 이용자들도 완벽하게 클리어하지 못한 '대 미궁:바하무트'도 존재하고, 24인 레이드 '크리스탈 타워:고대인의 미궁'도 있다.
또한 '파판14'가 추구하는 모험은 단순히 전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풍부하게 존재한다. 다양한 재미를 희망하는 이용자들의 바램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간략히 말하자면 '파판14'의 엔드 콘텐츠는 단순한 레벨링이 아닌 에오르제아의 주인공이 된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끝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Q 중국에서 1주년 기념 패키지를 판매했다. 국내에서도 판매 예정이 있는지?
중국 1주년 기념 패키지는 한국에서 출시한 ARR 콜렉터즈에디션과 동일한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확장팩 콜렉터즈 에디션 출시를 고려 중에 있다.
이전 국내에서 판매한 소장판의 가격은 제조원가상 팔면 팔수록 회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버전에 엄연히 존재한 소장판을 국내 팬들에게 서비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디아블로3'나 다른 패키지들은 글로벌 패키지로 몇 만개 이상 판매했기 때문에 수량이 많아 제조 원가가 낮춰질 수 있었지만 '파판14'는 정확히 2000개만 만들어 원가를 더 낮추기는 어려웠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좋은 내용물을 갖추려고 준비했다. 잠깐 가격이 먼저 공개됐다 가려진 것은 스퀘어에닉스와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출돼 다시 가린 것이며, 11번가도 거의 이득 없이 이번 판매에 도움을 줬다.
Q 유독 한국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모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오픈 베타 기간에 이미 만 레벨 이용자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업데이트 시기를 조율하거나 기타 예고한 업데이트 일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분간은 원래 계획대로 움직일 생각이며 그 이후로는 조절할 계획이 있다. 한국 이용자의 콘텐츠 소모가 빠를 것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글로벌에서 만 레벨을 찍었던 분들이 숙지한 레벨업 동선이 있으므로 처음 시작해 본 분들과의 격차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절이 어느 정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요시다 프로듀서도 한국 상위권 이용자들의 만 레벨 달성 속도가 배 이상 빨라 놀라기도 했다. 아마도 이후 콘텐츠는 10월초 업데이트 될 것으로 보인다.
Q 글로벌과 한국버전에서 이용자들 간의 레벨업 속도가 많이 다른가?
글로벌 데이터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레터라이브 3회에서 공개한 50레벨 달성자 수치를 보면 소수의 이용자들만 레벨업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여지며 전체적으로는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파판14'의 풍부한 콘텐츠로 인해 전투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고레벨 이용자가 저레벨 필드에서 전투를 수행해야 재료를 모아 전설 무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이용자들이 서로 도와 플레이하도록 하는 선순환을 계획하고 있다.
Q 끝으로 이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게임을 즐겨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파판14'가 호불호가 분명한 게임임은 숙지하고 있다. 초반 퀘스트가 복잡해서 떠난 분들이 계신데 취향이 안 맞으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더 진행해보시며 왜 이 퀘스트를 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만은 말씀 드리고 싶다.
새로운 마을에 이사를 가면 동네에 뭐가 있는지 돌아보는게 일반적이다 '파판14'도 마찬가지다. 마을과 지역의 지형, 엔피씨의 위치 등을 알기 위한 퀘스트이므로 알아가는 재미에 포커스를 두면 재미를 느낄 수 있으실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