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4'는 '창세기전3 파트2'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부분인 라이트블링거호의 시공간 도약이 실패했다는 세계관 설정에서 시작된다. 원작에서는 아르케로 도약했던 반면 '창세기전4'에서는 '시간의 틈새'로 좌초된다. 승무원들은 라이트블링거호 위에 거주공간을 만들고 다른 여러 시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에스카토스라는 거대한 도시를 이루게 된다.
이번 2차 CBT는 이 에스카토스부터 시작된다. 이용자는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크로노너츠'가 되어 시공간을 이동하며 '창세기전'의 역사에 개입하거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해나가게 된다. 이 점이 기존 '창세기전'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이용자들이 직접 '창세기전'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는 셈이기 때문.
하지만 지난 1차 CBT에서는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많은 이용자들이 높은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는 게임이기에 그 실망은 더욱 컸다. 소프트맥스는 5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4월 18로 종료된 1차 테스트의 피드백들을 적극 수용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콘텐츠인 전투의 템포를 8배 빠르게 했고 아바타의 직업 및 특성을 선택하는 '멘토' 시스템과 영자 조각을 이용해 아르카나를 조합할 수 있는 '영자 조합기' 시스템, PVP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추가했다.
◆ 화려한 프롤로그 끝의 밋밋한 아바타 '용두사미'
이용자는 게임이 시작되면 노엘과 이안 가운데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한 뒤 이용자의 아바타를 찾아가 구출하는 프롤로그 과정을 직접 플레이하고 나서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시네마틱 영상과 인게임 플레이가 번갈아 가며 펼쳐지는 프롤로그 속에서는 창세기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장기와 그리마가 등장, 멋진 연출로 이용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런데 그렇게 구해낸 뒤 생성하는 아바타의 커스터마이징 옵션이 성별, 얼굴, 눈, 헤어 스타일, 체형, 목소리 등으로 매우 단촐하다.
직전까지 화려한 프롤로그를 본 터라 이 같은 더 실망으로 다가온다. 커스터마이징에 심혈을 기울여도 이용자들간의 개성 표출이 힘들다. 비슷비슷한 얼굴에 체형들이 게임 속에 가득해, 바비인형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1차 CBT에서도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커스터마이징 옵션의 미흡함이 개선되지 않은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 기존 팬 환호받은 '시라노' 신규 이용자에겐 '누구시죠?'
'창세기전4'를 시작하면 2001년 출시된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광시곡'의 시간대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바로 '시라노'나 '에스메랄다', '메디치' 등 창세기전의 유명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창세기전3 파트2'만을 즐겨본 기자는 '누구신지'하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등장하는 비율과 대사 그리고 머리카락 한올 한올 공들인 일러스트로 귀한 몸임을 열심히 어필하는데 '창세기전4' 게임 내에서는 도통 어떤 귀한 분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해서 어떤 분인지 알아보고자 열심히 검색을 했고 그제서야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와 전작과 연계된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 이용자들이 플레이 중 마주치는 캐릭터가 궁금하다고 게임 밖의 수단으로 검색을 행할지는 미지수다. 본 기자야 직업적인 이유에 의해 외부의 수단을 사용한 것이고 보통의 이용자들은 게임 내에서 이해가 가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게임 내에서 이해를 위한 단서들을 제공하는 게 좋다고 본다.
특히 전작의 설정이 이용자가 수행하는 퀘스트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창세기전4'에서는 더욱 말이다.
◆ 2차 CBT 핵심 개선 사항 '전투'
1차 CBT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됐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전투가 지루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자동전투를 지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일반 기술, 필살기를 수동으로 사용해야 했는데도 전투 템포가 워낙 느려 지루했다.
전투 템포의 경우 2차 CBT 이전 소프트맥스가 최대 8배 정도 빠르게 느껴질 것이라는 발표를 하기도 해 기대가 됐다. 실제로 경험해보니 8배 까지는 아니지만 1차 CBT 버전에 비해 확연한 속도감 증가가 느껴졌다.
UI 개선으로 아래의 캐릭터 상태창만 보며 쿨타임에 맞춰 12345키를 눌러대는 단순한 전투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기술은 자동 사용되고 '비'나 '연' 등의 필살기는 이용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캐릭터 체력창 옆 스킬 사용 가능 여부 표시해 하단의 캐릭터 창만을 보며 리듬 게임하듯 플레이하는 게 아닌 고개를 들고 캐릭터를 보면서 전투를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빨라진 전투 템포에 맞지 않게 이용자가 컨트롤하는 군단의 반응속도가 매우 느려 답답함이 느껴졌다.
군단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이동하는 이용자의 아바타를 따라오는데, 전투 상태에서는 이동 명령이 거의 먹히질 않았다. G키를 연타해 전투 중지를 명령해도 군단원 전체 선택 및 이동키인 Ctrl+좌클릭을 연타해도 아바타를 멀리 이동시켜 강제로 따라오게 하지 않으면 이동이 힘들다.
2차 CBT부터는 적들의 광역 공격 범위가 표시되도록 개선됐는데, 이를 보면서도 이동해 회피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두 배로 느껴진다. 몬스터의 공격패턴은 단순한데도 컨트롤이 힘들어 피하기 어렵다. 테스터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뭐에 맞는지는 알 수 있게 돼 다행이다'는 자조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비슷한 예로 목표군단을 공격하는 F와 일점사를 행하는 쉬프트+F도 마찬가지. 타겟표시 'Q' 마크가 작고 눈에 잘 띄지 않아 어디에 공격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 원거리 공격이나 스킬의 경우 이펙트로 알 수 있지만 근거리 군단원의 공격은 이게 어디다 스킬을 사용하는지 조차 구분이 힘들다. 스킬 부분도 레전드급 아르카나가 아니면 스킬이 너무 무난해, 일반 공격인지 스킬인지 조차 구분이 힘들다.
◆ '창세기전4'의 핵심 '아르카나 시스템'
'창세기전4'는 이용자가 직접 조종하는 '아바타'와 창세기전 시리즈의 등장 캐릭터들을 '아르카나'화 해 군단을 이루고 이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 '아르카나'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등장 캐릭터 그 자체는 아니지만 해당 캐릭터의 기억과 능력을 가진 복제품에 가깝다. 이용자는 해당 아르카나의 영자 데이터를 추출해 제작하게 된다.
이 아르카나는 등급이 나눠져 있으며 던전 드롭, 던전 클리어, 퀘스트 보상으로 얻을 수 있고, '영자 조합기'를 이용해 랜덤으로도 얻을 수 있다. 힘, 민첩, 지식, 인내의 4종류로 구성된 영자 조각으로 랜덤한 아르카나를 얻을 수 있는 것. 가장 많이 넣은 영자 조각과 관련된 계열의 아르카나를 획득하게 된다.
이외에는 '아르카나 저널'로 습득하는 방법이 있다. 아르카나 저널은 각 필드별 수행 가능한 일종의 업적 요소로, 아르카나 저널에 표시된 아르카나를 모두 수집하면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드' 등급의 아르카나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아르카나 개개의 랭크(레벨)없이 아바타의 랭크에 따라가는 시스템이었던 지난 1차 CBT과는 달리 2차 CBT부터는 아르카나에 개별 랭크가 생기면서 육성하는 재미가 추가됐다. 강화형 아르카나들이 던전에서 드랍되기 시작하면서 보다 육성이 수월해진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르카나는 각성도 할 수 있는데, 저단계 각성은 스텟이 살짝 오르는 정도로 체감이 잘 되지 않았다. 물론 특징적인 각성기술이 있는 '에스메랄다', '메디치', '코델리아' 등의 아르카나는 각성의 효과가 크게 느껴졌지만 그렇지 않은 아르카나가 훨씬 많았다.
◆ 군진 획일화 방지, 다양한 전략 구축 가능 '멘토 시스템'
멘토 시스템은 보유한 아르카나 중 하나의 스킬과 직업을 받는 시스템으로, 이용자의 직업에 따른 전략 고정화를 막기 위해 이번 2차 CBT에 등장한 신규 콘텐츠다.
어떤 아르카나를 멘토로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만들 수 있고, PVP 등의 콘텐츠에서도 다양한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율 좋은 군진의 획일화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멘토 교체 시마다 군사지구에 들러야 해, 던전마다 유리한 멘토를 바꾸기 위해 매번 마을에 들러야 하는게 굉장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덧붙여 현재 사용하지 않는 군진에 들어있는 아르카나는 멘토로 설정이 불가능해 아르카나를 멘토용으로 따로 가지고 있지 않는 상태에서는 활용이 제한돼 여분의 아르카나를 강제하는 문제도 있었다.
◆ 있으니 쓰긴 합니다만…갈길 먼 파티 시스템
파티 시스템에 대한 첫인상은 '모든 기능이 매끄럽지 못하다'였다. 파티를 맺어도 경험치가 고르게 분배되는 건지, 퀘스트를 같이 플레이해도 되는 건지, 아이템이 각자에게 따로 나오는 건지 등 전혀 설명이 없었다.
같은 시공에서 드랍되는 퀘스트 아이템을 한 명이 루팅하면 다른 사람들이 바로 먹을 수가 없어 아예 얻지 못하는 걸로 오해한 이용자들 간에 분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울러 파티원이 당장 세 팀만 되도 클라이언트가 버거워했다. 컴퓨터 사양이 조금 좋지 않았던 이용자는 파티원이 세 팀이 되는 순간 클라이언트가 종료됐다. 클라이언트 최적화가 덜 되어 램 누수 현상이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두 시간만 연속으로 플레이해도 곧 튕기겠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같은 문제는 GM디에네의 출장 라디오에서도 언급된 바 있어 이후 테스트에서는 고쳐질 것으로 보인다.
◆ 불편한데 무겁기까지 한 UI
개인적인 '창세기전4'의 최고 불만사항은 이용자 인터페이스 'UI'다. 우선 기능 배치부터 왼쪽 최 상단에 줄지어 있는데다 아이콘도 그다지 직관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아이콘들의 크기가 매우 작았다. 해상도를 높여도 그다지 커지지 않는데다 아이콘 모양과 클릭 시 활성화 효과도 미미해 배경에 묻혀 식별이 힘들었다. 최적화 문제인지 아르카나, 인벤토리 등의 UI를 열면 스크린 프리징이 일어날 만큼의 랙도 발생했다.
어렵게 인벤토리를 열면 어지럽게 널린 아이템들이 시야를 괴롭힌다. 물약이 한 칸에 20개, 부활깃털은 50개, 조각은 999개까지 겹쳐진다. 안 그래도 인벤토리가 모자란 데 물약이 20개마다 한 칸을 차지하니 버릴 수도 없고 들고 다니자니 자리가 없다.
또한 다른 이용자의 귓속말이 도착해도 소리나 이펙트 등의 알림도 없어 전투 중이라면 놓치지 십상이다. 새로운 장비를 착용해도 소리나 과정 없이 그냥 바뀌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미진함이 아쉬웠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