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게임사업을 시작한 텐센트는 웹툰과 웹문학에 이어 영화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게임사업을 하면서 모아둔 IP(지적재산권)와 '텐센트문학'이란 장르로 발굴해둔 1000만 개 IP, 웹툰 IP 2000만 개로 영화사업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IP로 웹툰, 게임, 영화를 넘나드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것이 텐센트의 목표다.
텐센트 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인터넷포털 바이두,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도 IP 확보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주력 중이다. 이들이 생각하는 롤모델은 디즈니와 마블이다.
11월에 열릴 지스타에도 많은 중국업체들이 참가한다. 이미 '해운대 인근에 방구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들린다. 중국 업체들이 지스타에 오는 이유는 괜찮은 국산 IP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현지서 국산 IP가 가지는 파괴력은 이미 입증이 된 상태다. '뮤'를 이용해 만든 모바일게임 '전민기적', '미르의전설2'가 토대가 된 '열혈전기'가 중국현지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전민기적'은 역으로 국내에 수출돼 매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중국의 게임 개발력, 상업성은 우리를 뛰어넘었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게임업체들은 과거처럼 국산게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본토대, 즉 IP다. 캐릭터나 세계관을 담은 스토리는 단시간 만들어 내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기획력이 돋보이거나 검증된 국산 IP 확보에 목을 메는 것이다.
국내 지사를 둔 중국업체들은 국내 웹툰, 유명 게임 IP를 지속적으로 사들여 왔다. '열혈강호', '갓오브하이스쿨', '노블레스', '드래곤라자' '크로스파이어' 등 이름만으로 알만한 웹툰과 게임의 IP가 중국인들 손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산 MMORPG를 '입도선매' 하던 모습이 오버랩 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게임이 아니라 IP만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도 낙관할 수 없다. 중국 입장에선 자신들의 고유한 IP가 없으니 국산 IP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지만, 자사 IP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로의 발길을 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IP에 장기적으로 투자해 온 왔고 이를 영화나 게임, 드라마 등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토종 IP에 대한 러브콜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 국내 업체들이 가져가야 할 경쟁력은 무엇일까.
웹젠이 '뮤' IP를 중국에 넘겼다는 얘길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직접 만들지, 왜 주느냐', '복제를 막기 위해선 로열티라도 받는 게 최상' 등의 얘기가 관련업계서 나왔다. 이러한 정서엔 '중국이 게임을 만들어봐야 얼마나 만들겠냐'는 상대적 우월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뮤오리진'은 보란 듯이 중국을 넘어 한국서 성공했고, 이제는 '웹젠이 만들었으면 이 정도까지 성공했을까'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도 콘텐츠의 근간이 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시나리오 공모전이 아닌 민간이 나서서 우수한 캐릭터, 스토리를 발굴하는 작업을 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단순히 '레벨업'을 위한 외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스토리를 통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며, 흔한 '혼돈에 빠진 세계를 구원'하기 위한 세계관이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왜 게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콘솔게임만 만들던 일본이 '파이널판타지' IP로 만든 온라인게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국산 IP로 만든 중국산 모바일게임이 현지와 국내서 흥행하는 것.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이런 현실 앞에서 '국내 이용자들은 스토리에 신경 안 쓴다'는 핑계로 IP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국산게임의 앞날은 어두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