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네 번째 시간에 다룰 사건은 IMC게임즈의 김학규 사단이 제작한 '그라나도에스파다'에서 8년 전 일어난 일입니다. 이 사건은 8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게임 서비스 시 항시 경계해야 할 도덕적 해이의 대표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 사건 이후로 해당 서버 이용자들이 모두 빠져나가 결국 서버 통합으로 서버가 사라지는 결과까지 낳게 되었습니다.
◆혜성같이 등장해 메테오급 파문 일으킨 '노토리우스 당'
사건의 발단은 2007년 7월경 18세 이상 이용 가능 서버인 3/4 서버에 '노토리우스'라는 이름의 당(길드)이 생성되며 시작됩니다. 이 당은 당원 6~8명으로 각 서버에 힘 좀 쓴다 하는 거대 당들이 대부분 평균 80여명에 달했던 것에 비해 굉장히 소규모였는데요.
이들은 등장하자마자 무한 필드 전쟁과 강제 공격 등을 통해 수 많은 이용자들을 PK 했습니다. 게다가 정해인 요일에 각 파벌끼리 경합을 벌여 서버 내 20개 정도 존재하는 콜로니를 차지하는 콜로니전에 참가해 단 6명으로 80여 명 가량의 적의 공세를 막아내며 그대로 진군해 상대 콜로니를 점령할 정도로 일당백의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들은 게임 상의 수수료 시스템을 독점. 각종 세금을 최대 수치로 올려 많은 이득을 취했습니다. 이용자들은 6대80의 전투도 너끈히 이겨내는 그들을 의심하게 됐고, IMC게임즈로 많은 신고가 3개월간 몰렸습니다. 그러나 IMC게임즈는 모니터링과 감시 결과 아무 이상 없는 이용자라며 사실 무근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죠.
이후 노토리우스 당원들은 점차 도를 넘어선 악행을 일삼았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PK한 이용자를 "허접하다"고 놀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모든 이용자를 모두 학살하며 "돈이 없어 캐시도 못써서 약하다", "우릴 이기려면 최상위급 장비를 갖추고 모든 종류의 캐쉬템을 구입해 버프를 다 받아와야 한다"는 등 욕설과 도발을 일삼았습니다.
이들의 행위에 분노한 수많은 이용자들은 계속 되는 신고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개발사 대신 직접 노토리우스 당을 조사해 미심쩍은 점들을 짚어내기에 이릅니다.
◆밝혀진 진실, 경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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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게임상에서 각종 버프 물약과 최고급 옵션을 최고 단계까지 강화한 아이템들을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6명의 단원 모두가 말입니다.
게다가 계산상 아무리 고스펙을 달성해도 나올 수 없는 대미지 수치를 의심한 이용자들이 수십번씩 PK 당하며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 '추가 버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얻고 추궁하자 하루 만에 당을 해체하고 아이디를 교체해 해당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이용자들의 신고는 계속됐지만 같은 대답만이 메아리처럼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벌써 몇 개월간 노토리우스 당의 집권은 계속됐고 이용자들은 하나 둘 게임에서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10월 경 한 최상위권 스펙을 갖춘 이용자가 자신의 캐릭터 장비 스펙을 전부 공개하고 모든 캐쉬템을 구입해 모든 버프를 적용한 상태로 직접 노토리우스 당원에게 수십차례 PK 당하면서 인증 동영상을 찍고 피해량 계산식을 구해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 폭로했습니다.
이를 다른 이용자가 IMC게임즈 김학규 대표의 개인 사이트인 레임프루프에 신고하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IMC게임즈는 내부감사를 벌였습니다. 내부 감사 돌입 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11월 1일. 밝혀진 진실은 경악스러웠습니다.
단순 해킹으로 인한 어뷰징이 아니라 노토리우스 당 자체가 운영자와 개발자들이 조직한 단체였습니다. 운영 진 권한을 악용해 게임 내 아이템을 불법으로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를 조작해 자신들만 사용하는 소모 아이템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 이용자들과 엄청난 스텟차이를 만들어 학살해왔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에게 욕설 채팅을 일삼고, 캐시 구매를 유도했습니다. 게다가 해당 행위를 게임사 측에 알리는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은 것이 다름 아닌 노토리우스 당에 소속된 GM이었습니다. 모든 신고들이 고의적으로 은폐되어왔던 것이죠.
해당 서버의 담당 GM과 IMC 운영진이 담합해 권한을 악용하고 이용자를 학살했던 것이 사실로 밝혀진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의 여파를 끝끝내 씻지 못한 18세 3/4 서버는 동시접속자 100명 이하로 떨어졌고 결국 서버를 통합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죠. 이용자들을 모두 떠나게 만들었으면서 실적은 내고 싶었는지 이기고 싶으면 캐쉬템을 사라고 했던 게 고단위의 심리전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아쉬웠던 예방, 후속 처리
IMC게임즈는 내부 감사를 통해 해당 사건에 관련된 운영자 8명을 특정하고 노토리우스 당에 빌붙어 금전적 이득을 취한 이용자들도 추가로 잡아냈습니다.
워낙 큰 일이기도 하고 해당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개발사 측의 불찰이기에 김학규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올리게 됐는데, 공교롭게도 이 날짜가 김학규 대표의 생일이었던 터라 생일빵 참 거하게 받는다며 조롱하기도 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상 처리와 징계 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낸 이용자들이 많았습니다. 보상 품목이 이용자들이 3개월간 받았던 정신적, 물질적 손해에 비하면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상점에서도 판매하는 소비 아이템 몇 종과 경험치 카드 몇 종 같은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11월 2일 징계를 통해 퇴사 처리가 됐다고 언급된 사람은 당시 주동자였던 GM라트리와 소속 불명의 ♥가문이라는 단 두 사람 뿐이었기에 이용자들의 실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또한 김학규 대표의 사과문이 공지가 아닌 일반 게시물로 쓰여진 것도 불만 요소로 꼽혔습니다. 일반 게시물일 경우 금새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2015년 현재 해당 게시물은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 사건은 운영자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이를 통제할 수단을 갖추지 못하면 게임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에 커다란 흉터를 남긴다는 반면교사적 예제가 되었습니다.
문제가 된 아이템, 계정, 가문 등은 모두 삭제되고 사건에 가담한 직원도 해고조치 됐지만, 회사의 핵심인 개발자까지 가담해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은 '그라나도에스파다'와 IMC게임즈의 얼굴에 큰 흉터로 남게 됐습니다.
이 사건은 국내 온라인게임 운영 시스템 구축 시 반드시 염두 할 사항으로 당시 게임 업계에 쇄신하고자 하는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운영자가 불법으로 아이템을 만들어 팔거나, 회사 경영진이 이용자와 언쟁을 벌이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많은 것을 보면 여전히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운영을 전문성의 분야로 보기보다는, 자신들이 만든 세상에서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의 인식이 남아 있는 거 같아 씁쓸하기만 합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