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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온도의 차이

[기자석] 온도의 차이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펄쩍 뛰어 나온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죽는다.

지금 우리 게임산업이 딱 그렇다.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위상은 온데간데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갖고 있던 경쟁력은 예년만 못하고, 몇 수 아래로 봤던 중국산 게임을 이제는 들여오기 바쁘다. 또 지난해에는 2013년 게임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게임산업이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럼 위기를 맞은 게임산업을 어떻게 살리느냐. 지금 정부 부처의 대응을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이 딱 맞다. 아니, 외양간을 고치려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위기의 게임산업, 대안은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뚜렷한 대안은 없다. 정부 부처들이 느끼는 게임산업에 대한 온도차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등 게임산업과 관련된 부처들의 과장들이 참가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위기'라는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내 게임산업이 2014년 전년도 하락세를 극복하고 2.6%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쇠퇴기가 아닌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게임산업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정보통신부가 게임산업을 산하에 두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마약, 알콜, 도박과 동일 선상에 놓는 4대 중독법 소관의 보건복지부는 한술 더 떴다. 보건복지부 대표로 참가한 류양지 건강정책과장은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230만 명에, 이로 인한 피해도 수 조원 대"라며 "산업으로 인한 이득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 있는 어둠에 대한 고려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나고 본다"고 말했다.

류양지 과장은 마이크를 잡으면서 '중3 아들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라고 서두를 뗐다. 아들이 하교를 하고 집에 오면 하는 일이 게임과 잠자는 것 밖에 없단다. 한창 공부할 나이의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걱정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소리겠다만, 위기에 놓인 게임산업의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보건복지부는 문체부, 미래부와 함께 이 토론회를 후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를 대표해 나온 패널은 게임산업 진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오직 '게임으로 인한 폐해, 그에 대한 예방 혹은 사후관리'만 주장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셧다운제'를 적극 지지한다는 한 참관객의 말은 더 기가 막혔다. 자신의 두 자녀가 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져 도통 공부를 안한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 여가부가 와서 '셧다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말도 이어졌다.

정작 자녀들이 왜 게임에 빠지는지 원인은 생각하지 않고, 단지 빠져있다는 이유로 게임을 악으로 규정한다. 이런 편향된 시각 자체가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옥죄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황금기를 맞았을 때는 정부의 적극적인 드라이브가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보면, 중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진출을 까다롭게 하면서 자국 기업들에게는 힘을 싣는다. 중국 뿐 아니라 유럽, 북미 국가들은 게임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세제 개편 등의 진흥책을 쏟아내 장려하고 있다.

오랫동안 게임산업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온 위정현 중앙대 교수나 이재홍 게임학회장,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위기를 맞았고, 현 상황에서 어떠한 대응이 필요한지 열변을 토한 까닭은 무엇일까.

단순히 '이렇게 예산이 책정됐고 우리는 이런저런 성과를 낼 것이다'라는 사고방식 혹은 탁상행정으로는 절대 게임산업의 진흥은 있을 수 없다.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첫 번째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앓는 소리를 하고 싶지만 정작 말할 곳이 없다. 게임 전문 주관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은 울분을 토했다. 또 토론회에 참석한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참관객들은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보다 여러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일단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눈높이부터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게임산업 진흥에 힘쓰겠다, 게임산업은 창조경제의 기반이다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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