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형' 게임은 어떤 한 게임의 전유물이라기엔 너무 많이 나와 버려서 이제 하나의 장르라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중 특별히 필자의 눈길을 끈 게임이 있다. 바로 님블게임즈와 오르카가 공동으로 개발한 방치형 RPG '던전에왜왔니?'다.
'던전에왜왔니?'의 비주얼은 상당히 정교하다. 님블게임즈는 그 동안 도트 그래픽을 채택한 다양한 게임들을 만들어 왔고, 그 솜씨는 '던전에왜왔니?'에서도 유감 없이 드러난다. '던전에왜왔니?'에는 캐릭터 및 몬스터와 아이템 도트 외에도 스테이지 디자인과 가끔씩 등장하는 이벤트 일러스트까지 게임의 모든 비주얼을 정교한 도트로 가득 채웠다. 그야말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방치형 RPG'인 '던전에왜왔니?'의 게임 시스템은 너무나 직관적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스크린이 위 아래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쪽 화면에서는 이용자의 캐릭터인 4명의 용사들이 자동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캐릭터로는 화염 속성의 전사, 숲 속성의 엘프, 빛 속성의 성기사와 물 속성의 야만용사 캐릭터가 있다. 캐릭터들은 자동으로 몬스터 및 보스를 공격하는데, 캐릭터들의 스킬은 이용자가 직접 사용해야만 한다. 한 무리의 몬스터를 퇴치하면 맵을 따라 여러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자동 이동을 선택하면 캐릭터들이 알아서 던전을 탐색하며 몬스터를 퇴치한다.
보스급 몬스터를 퇴치하면 이용자의 광산에 보스 몬스터들이 포로로 잡혀온다. 포로로 잡혀온 몬스터들을 터치하면 골드를 채취하게 되는데 더 강력한 보스일수록 채굴에 필요한 시간이 길고 1회 채굴량도 많아진다. 광산 메뉴 상단의 '전문 경영인' 아이템을 구매하면 몬스터들이 도망가지도 않고 자동적으로 골드를 채취한다. 광산을 업그레이드하면 1회 채굴 시 얻는 골드가 늘어난다.
이용자 캐릭터들은 훈련장에서의 훈련을 통해 육성할 수 있다. 훈련장 또한 골드를 소비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데, 훈련장을 업그레이드하면 한 번에 더 긴 시간을 훈련할 수 있고,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가 20레벨에 다다르면 승급을 하게 되고 더욱 강력해진다. 승급을 하면 레벨이 초기화되고, 다시 20레벨에 다다르면 다음 단계로 승급한다. 영웅 캐릭터는 총 3번 승급이 가능하다.
다른 '방치형' 모바일 게임과 비슷하게 '던전에왜왔니?'에서 이용자가 하게 되는 것은 주로 업그레이드다. '던전에왜왔니?'에서 이용자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은 광산에서의 골드 획득량, 1회 훈련 시 경험치 획득량, 무기 레벨, 그리고 캐릭터 스킬이다. 무기 또한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20레벨을 달성하면 다음 단계로 강화되는데, 무기는 총 10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하면 다른 방치형 RPG와 다른 점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던전에왜왔니?'에는 다른 방치형 RPG와 다른 점이 있었으니 바로 환생 시스템이다.
'던전에왜왔니?'의 던전은 총 30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웅들이 10층을 돌파하게 되면 훈련장 하단의 환생 메뉴가 해금된다. 환생을 하면 캐릭터들의 레벨과 등급, 던전 진행도에 따라 명예 포인트를 획득하게 된다. 명예 포인트는 회차 플레이 내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인 유물을 구입하고 획득할 수 있다. 환생을 진행하면 유물과 명예 포인트, 보석을 제외한 모든 것이 초기화된다.
'방치형' RPG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시간을 투자하기만 하면 과금이 전혀 필요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켜 두기만 하면 게임 내의 모든 아이템을 다 얻을 수 있으니까. 그 때문인지 '던전에왜왔니?'에는 아예 광고 제거 아이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광고를 통해 얻는 수익이 더 크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료 상점에서 구입할 만한 아이템으로는 훈련을 자동으로 진행해 주는 공주 자매들 아이템이나 골드 꾸러미 아이템 정도가 있는데, 급하지 않다면 던전 탐사를 통해 얻는 보석으로도 충분히 구매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던전에왜왔니?'의 수익 모델은 미안할 정도로 착하다.
'던전에왜왔니?'는 오르카가 제작한 '던전에어서와'의 공식 스핀오프 게임이다. 던전에 어서와가 마족의 입장에서 영웅 침입자들을 무찌르는 게임이라면 '던전에왜왔니?'는 용사의 입장에서 흙수저 마족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게임이다.
마족을 피해자로 그리는 미디어는 이제 흔하지만 여기에 '병맛 코드'를 씌워 제대로 된 게임으로 녹여 낸 것은 흔치 않다. '갑 인간 ? 을 마족'이라는 코드를 잘 완성한 게임이면서 '방치형' 게임에 지속성이라는 특별한 속성을 비유한 쓸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글=데일리게임 필진 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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