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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단합된 이용자의 힘, '마비노기' 장래희망 반대 서명 사건

수 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일곱 번째 시간에 다룰 사건은 넥슨의 개발팀 데브캣의 작품인 '마비노기'에서 5년 전 일어난 일입니다. 이 사건은 게임사의 운영과 소통이 게임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요즈음 재조명 받고 있는 사건인데요. 이용자들의 단합된 의사 표현이 게임 콘텐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례로 현재도 꼽히고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 게임의 아이덴티티 '자유도'를 흔들다

'마비노기'하면 여러가지 것들이 떠오르겠지만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자유도'일 것입니다. 무얼 어떻게 해도 나름의 보상과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마비노기' 개발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주요 모토였죠.

그렇기에 2004년 출시된 '마비노기'가 11살을 맞이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이 자유도가 꼽히기도 하는데요. 2010년 7월 이런 게임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패치가 테스트 서버에 업데이트됩니다.

장래희망 콘텐츠 설명
장래희망 콘텐츠 설명

바로 '장래희망' 콘텐츠였는데요. '마비노기'의 대표적 콘텐츠인 환생 시 어떤 직업이 되고 싶은지를 정하면 그 직업에 대한 스탯 보너스 및 더 높은 스킬 수련도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에는 패널티가 있었는데요.

바로 선택하지 않은 직업군에 속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거나 스탯에 패널티를 받게되는 것이었습니다. 전사를 선택할 경우 스매시, 윈드밀, 디펜스, 카운터 등의 스킬과 힘, 체력 등의 관련 스탯에서 보너스를 받지만 공용 스킬인 응급치료 외의 마법류나 원거리 공격류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죠.

자유도가 게임의 상징과도 같았던 '마비노기'에서 개발진이 직접 나서 직업군을 구별하고 또 이를 차별화 시키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마비노기'의 자유도에 대한 중요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강조하고 있을 정도이니 이용자들의 충격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마비노기' 홈페이지의 스킬 설명 페이지
'마비노기' 홈페이지의 스킬 설명 페이지


◆이대로는 안되겠다…뭉쳐! 행동에 나선 이용자들

2010년 7월 24일 테스트 서버에 장래희망 콘텐츠가 공개되고 충격에 빠졌던 이용자들은 바로 그 날부터 이 패치가 본 서버에 그대로 올라와선 안되겠다는 공통된 생각아래 뭉치게 됩니다.

반대 시위에 나선 이용자들
반대 시위에 나선 이용자들

콘텐츠가 공개된 당일부터 테스트 서버와 본 서버의 마을에는 각종 팻말과 파티창으로 장래희망 콘텐츠의 수정이나 삭제를 요구하는 멘트를 써놓은 시위대들이 그득그득하게 몰려들어 서버가 버벅일 정도였습니다.

반대 시위를 주도하던 이용자들은 다른 게임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도 도움을 청했고 '마비노기'를 즐기지 않는 이용자들도 게임의 정체성을 바꿔버릴 패치가 진행되도록 방기한다면 언젠가 다른 게임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설득에 동의해 '마비노기'까지 찾아와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마비노기' 장래희망 반대 아고라 청원 페이지
'마비노기' 장래희망 반대 아고라 청원 페이지

당일 저녁 '아고라 청원'까지 진행하게 된 시위대는 청원 발의 수시간 만에 서명 목표였던 4200명을 채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청원 페이지에는 수천의 이용자들의 의견이 달린건 당연하고 말입니다.

◆이용자들이 이뤄낸 성과 '노 패널티, 저스트 엔조이'

이 같은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게임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어필된 것인지 개발을 담당한 데브캣은 장래희망의 재수정을 예고하고 4일 뒤인 28일 해당 콘텐츠의 수정점을 공개하게 됩니다.

장래희망 수정 공지
장래희망 수정 공지

공개된지 4일만의 재 패치였으니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굉장히 빠르게 받아들인 셈입니다. 또한 스탯, 스킬 보너스만 유지되고 패널티는 모두 삭제돼, 이용자들의 요구사항들이 거의 다 받아들여지기도 했기에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이후 5년간 '마비노기'에는 수많은 패치들이 등장했고 그 중에서는 이용자들의 지탄을 받은 것도 분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이용자들이 게임성에 직결된 업데이트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결된 의사를 표현한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게임의 정체성을 흔들만한 영향을 주는 패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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