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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히어로즈'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

이용자들은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하 히어로즈)을 '고급레스토랑'이라고 지칭한다. 사람이 적어 한 게임을 하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조리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요리에 빗댄 자조섞인 비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블리자드의 실패 사례로 주저없이 '히어로즈'를 꼽는다. 7년간 개발을 진행하다 취소한 '타이탄'이나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등이 아닌 라이브 상태의 '히어로즈'를 말이다. 지난 1월 15일 CBT가 시작된지 채 1년이 안된 시점에 벌써 이런 결론이 난 상태다.

2013년 11월 블리즈컨에서 첫 선을 보인 이 게임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유명 영웅들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PC방 순위 20위 중반대, 0.5% 다. 블리자드는 전세계 수입을 합치면 적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주력 신작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실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결과를 낳게된 원인은 여러 것들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게임 콘셉트가 원인이라고 본다. 바로 팀플레이의 스트레스를 삭제한 것이다. 블리자드의 기존 성공작들이 타 게임의 장단점을 분석해 정성껏 재조립해 히트 시킨 것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저지를 법한 실수다.

애초에 '리그오브레전드'의 대항마로 '히어로즈'를 제작했기에 블리자드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리그오브레전드'에 느끼는 가장 높은 진입 장벽과 플레이 중 받는 압박의 원인으로 팀 내 플레이 격차로 인한 스트레스를 짚어냈다. 장단점을 분석한 블리자드는 이를 삭제했다. 팀 레벨을 공유하고 킬과 어시스트를 통합으로 표기했다. 1인이 아닌 5인 플레이임을 계속 강조했다. 그렇게 '히어로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을 없앴다.

그 결과 '노 스트레스, 노 잼'이 됐다. 긴장과 감정 기복이 없어지자 게임 자체가 밋밋해졌다. 게임성이 나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스트레스와 함께 재미를 삭제한 꼴이 됐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대신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불확실하다.

'히어로즈'의 실패를 공산주의의 실패에 빗대는 의견이 많은 것도 이를 관통하는 표현이다. 단지 팀만을 위한 게임이 되어버리니 '이용자 자신'이 사라진 것이다. 개인이 없이 단체만 있는 공산주의와도 같은 게임 속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특징하기 힘들어져 몰입감까지도 방해하게 된 것이다.

블리자드의 이번 실패는 IP는 자신이 있으니 이용자들이 좋아할 게임만 더하면 된다는 생각과 '리그오브레전드'를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너무 반대 방향으로만 진행했다는 원인이 크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이겨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준다.

이는 카타르시스와도 일맥상통한다. 블리자드는 이를 삭제해 이용자들에게 매번 일정 수치의 쾌감을 주려 했지만 이미 다른 게임에서 경험했던 쾌감과의 낙차가 커, 별 다른 감흥을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2015년 '히어로즈'를 실패한 만큼 내년으로 예정된 '오버워치'의 론칭이 더욱 기대된다. FPS와 AOS로 장르는 다르지만 이용자 대 이용자로 경쟁하는 게임인 만큼 '히어로즈'에서 학습한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었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블리자드가 같은 실패를 두 번할 만큼 발전이 없는 회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른 실패를 할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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