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는 1998년에 등장한 게임이다. 17년이 지난 지금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과거 PC만큼이나 성능이 좋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모바일로 컨버팅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를 비롯한 중국시장에서 모바일 RPG가 대세를 이룬 현 시점에서, ‘리니지’ 만큼이나 모바일 IP로 제격인 게임은 없다. 많은 이들이 ‘리니지’가 언젠가는 모바일로 나올 것이란 기대를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오픈마켓 1위도 넘볼 정도로 파급력이 있을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리니지’로 그 동안 공략에 실패했던 중국 등 해외 시장서도 다시금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올해 3분기 매출(1957억), 영업이익(506억), 당기순이익(306억) 등이 두 자리수로 하락한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원 확보나 주가관리 차원에서 ‘리니지’ 모바일 만큼이라 매력적인 대안은 없을 수도 있다. 이미 망해버린 ‘뮤’가 모바일로 몇 달째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과연 ‘리니지’를 모바일로 만드는 것이 답일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리니지’의 장점은 ‘어려움’에 있다. 최고 레벨 달성한 것이 화제가 되고, 좋은 무기 제작한 사실만으로 전 서버가 들썩인다. 고되게 레벨업을 하고 그 등급에 맞게 변신한 모습에서 당사자는 희열을 느끼고, 다른 사람은 부러워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이용자 친화적이지 못한 모습이 ‘리니지’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엔씨소프트가 눈에 불을 켜고 자동사냥을 단속한 것도, 현금거래에 대해 강력 대응한 것도 쉽게 게임을 하려는 이용자들에게 제동을 걸기 위함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현거래를 하고 있지만)
하지만 모바일 ‘리니지’는 PC ‘리니지’와는 방식을 달리해야만 한다. 모바일 게임이면 당연시 되는 자동사냥이 포함될 것이며, 편의성 또한 PC버전보다 좋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유료화 방식 또한 고민이 될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PC와 모바일 ‘리니지’를 연동시키는 것인데, 이것이 이뤄진다면 쉽고 편한 모바일 ‘리니지’를 즐기지, 왜 힘들게 PC 버전을 하겠는가. 두 게임이 시너지를 내기 보단 자가잠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알다시피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매출원이다. 예나 지금이나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의 기둥 같은 존재다. ‘리니지’는 누적 매출원이 2조원에 달할 정도로 가장 성공한 문화콘텐츠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엔씨소프트 매출비중 중 과반을 ‘리니지’가 차지한다. 올해 3분기는 매출이 줄었던 것은 프로모션 등 이벤트의 부재가 컸다. 2분기만 하더라도 전년대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증가했다. ‘뮤’처럼 현재가 ‘리니지’의 위기이기에 모바일로 전환할 이유는 없다.
‘리니지’는 17년이란 세월 동안 이용자들의 경험이 진화시킨 게임이고 이 덕에 생명력을 얻었다. 당초 게임을 설계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조차 ‘리니지가 이런 방향으로 발전할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과 순환 구조의 업데이트로 매출을 일으키는 모바일 게임에서 ‘리니지’를 모바일로 컨버팅 한다고 해서 장기적인 흥행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김택진 대표가 4년 전 지스타서 모바일게임 출사표를 던지고 이듬해에 나온 모바일 버전을 보며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내놓은 ‘헤이스트’는 ‘리니지’ 이용을 돕는 모바일 앱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든 거 같다. 그때도 엔씨소프트 ‘리니지’를 모바일로 만들 충분한 기술력은 있었을 거라 판단된다.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든 것이라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내부서 여러 판단이 오갔겠지만 기자가 걱정하는 것처럼 ‘리니지’에 미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요소 때문이 출시를 늦췄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리니지’ IP를 활용한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리니지’를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 플랫폼 다변화를 꾀하는 것은 반대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놓고 나중에 후회할 일은 없기를 바란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