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는 기업들에게 ‘싸우지 말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순간의 이익에만 몰두하다 보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다투는 순간에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스스로의 체통을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순간들은 결국 서로의 감정까지 상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같이 일해왔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파트너라는 전제는 사라지고,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처럼 서로를 몰아붙였고 감정까지 다쳤다.
우리는 다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와이디온라인과 한빛소프트가 다시 협업을 하는 것을 못 볼지도 모른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회사 대 회사의 앙금은 그 조직에 소속된 사람에게로까지 전이돼, 친구였던 사이까지 돌아서게 만들었다. 다친 감정은 쉽사리 회복되질 않을 것이고 이 냉랭한 분위기는 누구 하나 손을 먼저 내밀기 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한국 게임산업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게임을 싫어하는 국회에서도 눈치는 있는지 진흥안을 내놓을 정도다. 내년이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은 서로의 눈빛 속에서 읽힌다. 더 이상 우리가 만드는 게임들이 과거만큼의 성과를 내긴 힘들다는 불안감이 오간다. 세계 게임시장의 중심이 돼버린 중국과 그 속에서 우리 IP로 탄생한 게임들에 오히려 안방을 내주는 일들이 더 잦아질 것이라 생각하면 추운 겨울이 더 춥게만 느껴진다.
이럴 때 일수록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업체끼리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볼 수 있게 힘을 모으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조력자나 협력자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희망을 말하기엔 세상은 흉흉하지만 그대로 새해에 대한 기대와 다를 것이란 믿음까진 버릴 건 아니다. 언제나 어려웠고 그 속에서도 견뎌왔다.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자. 지금보다 더 힘든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응답하라1998’ OST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들국화의 ‘걱정말아요 그대’로 마무리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 그런 의미가 있죠 / 우리 다함께 노래합시다 / 새로운 꿈을 꾸었다 말해요.’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