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 중에는 배 대여섯 척 가진 선주도 있고, 땅부자도 있고, 끼리끼리 통한다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캐릭터 보면 딱 알죠."
"게임사에서도 종종 연락 옵니다, '불편한 건 없냐? 이런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준비 중인데 어찌 생각하냐?' 등으로 물어봐요. 일종의 고객관리랄까?"
일전에 유명 모바일게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한 이용자의 말이다. 자신을 지방에서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사장이라 했다. 짬이 생기는 대로 게임에 접속하고 정기적으로 결제도 한다.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해당 업체에 매출을 일으키는 주요 고객 중 한 사람, VVIP로 분류돼 있었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관통한 금수저, 흙수저 같은 수저계급론은 게임이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과거 온라인게임에선 오히려 시간 많은 사람이 열심히 중노동을 해서 게임 내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곤 했다. 현실은 암울한데 게임 속에선 영웅이 되는 현상이 많았다. 이러한 온, 오프라인의 괴리는 소위 '폐인'이라 불리는 게임 과몰입자를 낳는 폐단이 생기기도 했다.
모바일 전성시대를 맞은 지금은, 지난해 세상을 관통한 금수저, 흙수저 같은 수저 계급론에 지배를 받는 듯 하다. 부분 유료화가 보편적인 과금 형태가 되고,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강해지도록 만든 사업모델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돈으로 뭐든 가치를 매길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온라인과 달라진 점은 시간이나 노동을 돈으로 사고 파는 주체가 이용자들이었다면(아이템 현금거래) 지금은 게임업체가 직접 나선다는 점이다. 따라서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일은 모바일게임에선 불가능하다.
'흙수저도 모든 걸 공짜로 즐길 수 있는데 뭐가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을 수 있다. 맞다. 표면상으로는 계층도 없고 평등해 보이니, 공짜라는 걸 고마워 해야 할 수도 있다. 한낱 게임이란 취미생활에 계급론 같이 우울한 주제를 언급하는 것이 불쾌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을 기준으로 무과금 유저를 무임승차자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0.1% VVIP를 위해 그 나머지는 '들러리'가 돼야 하는 형태가 당연하다고는 볼 수 없다.
게임업체들은 항상 말한다. '저희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유저들을 위해...' 여기서 사랑이란 '돈을 써 주는 사람'만을 의미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럼에도 0.1% '큰 손'들을 위해 운영과 업데이트 방향을 조율하는 업체를 보고 있노라면 씁쓸하기만 하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