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스타트업 게임사 대표 이야기다. 이 업체는 괜찮은 IP를 따냈지만 투자를 받지 못해 게임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비단 이 업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말 그대로 게임업계 투자 시장에 '혹한기'가 왔다. RPG가 아니면 투자를 받기도 힘들 뿐더러, RPG를 만든다고 해서 꼭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이 너무나 많이 바뀐 탓이다.
지금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온라인 게임 시장과 비슷하다. 무슨 말이고 하면, 인기있는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온라인 게임은 신작이 나와도 처음에만 조명을 받을 뿐 금세 관심이 식어버린다. 기존 인기작들을 넘을 만한 매리트가 없으니, 이용자 유입도 이뤄지지 않는다. 2015년이 딱 그랬다.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신규 게임이 치고 들어올 틈이 너무나 좁다.
일례로 국내 모바일 게임 1등 기업으로 부상한 넷마블은 2015년 23종의 모바일 게임을 냈지만 '뜬' 게임은 '레이븐', '마블퓨처파이트', 백발백중', '길드오브아너', '이데아' 등 5종에 불과했다. 나머지 18개의 게임은 매출 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메이저 게임사가 이 정도라면, 스타트업은 말 다했다. 구글 매출 순위 20위 안에 중소업체의 게임은 '전무'하다. 복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 대다수는 더이상 불확실한 곳에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소위 '안전빵'만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들의 심리도 이해는 간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뜨면서 투자 시장이 활성화됐지만, 먹튀도 많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도 못한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투자'라는 개념이 게임 시장에서는 완전히 바뀐 느낌이다. 예전에는 10개의 낚시대를 드리우고 9개에서 미끼를 잃더라도, 하나에서 고래를 낚으면 된다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10개 모두 고등어라도 낚으려는 눈치다. 이게 투자인가 싶다. 대출이지.
어떤 산업이든 허리가 튼실하지 못하면 무너지고 만다. 지금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그렇다. 몇몇 메이저 게임사의 몰락, 중견기업의 쇠퇴 등 허리가 부실해져가고 있다는 지적은 매년 나왔다. 그러나 올해는 그 상황이 더욱 심해질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
정부에서도 게임산업을 살리겠다고 적극 나섰다. 지난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직접 중소 게임업체 대표들을 만나기도 했고, 얼마를 쏟아 붓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가 몇군데나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미래가 실력있는 중소개발사가 아닌, VC의 투자 의지에 달려있는 것만 같은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