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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누구를 위해 기사를 내리나

기자생활 중 난감할 때가 '기사 좀 수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다. 팩트가 틀린 기사는 당연 수정하고 문제가 많은 기사야 삭제할 수도 있다만, 제대로 취재한 기사에 대해 그러한 요청이 오면 이성 보다 감정이 앞선다. 고소 고발을 운운하며 압박할 때는 '해보시라'고 맞대응이라도 하겠다만, 안면이나 친분을 앞세워 '읍소'라도 할 때면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대다수 요청이 비판 수위를 낮추거나 회사 입장을 더 반영하거나, 기사제목도 고쳐달라는 것이다. '잘못했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자기반성까지 덧붙이면 그냥 모른 체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홍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야 기자의 체면을 살리는 이 정도 수준에서 타협을 하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숫제 '기사를 내려달라'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이유를 물어보면 '윗사람이 싫어하신다'다. 회사 이미지나, 게임매출에 영향을 주니 기사가 퍼져나가기 전 덮자는 것이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홍보의 역할 중 하나다. 홍보조직이 세밀하게 짜여지지 않은 조직일수록 홍보의 역할을 여기에 한정 짓는 경우가 많다. 홍보의 능력 있고 없음을 기사 대응을 얼마나 잘 하느냐로 판단하기도 한다. 개발부서처럼 게임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사업부서처럼 돈 벌어오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거라도 잘 하라는 '눈칫밥'이라도 먹다 보면 기사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서는 홍보담당의 마음을 못 헤아릴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기사를 내리고, 위에서는 그것이 '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그 일을 언제나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인식한다면 홍보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발로 뛰며 관리해 온 회사와 본인의 이미지가 기자들로부터 깎이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회사와 반대로 홍보를 못한다는 인식만 심어주게 된다.

홍보의 본질은 당연 소통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와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회사의 입장을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기자와의 간극을 좁히는 역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회사에는 해당 기사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설득하고, 기자에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에 한해서만 이해와 양해를 구하고 수정을 해달라는 방향으로 설득해야 한다.

국내 게임산업이 20년을 향해가고 10조 규모로 커지고 있다만 여전히 홍보임원은 손에 꼽히는 이유는 홍보의 중요성을 회사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에는 관행적으로 기사를 내려달라는 홍보와 무슨 이유에서든 이를 수긍하는 나를 비롯한 기자들의 있어서가 아닐까.

게임회사가 돈을 많이 벌면 개발자나 사업담당은 인센티브를 받지만 홍보는 아니다. 회사가 힘들어지면 홍보가 제일 먼저 짤린다. 추운 겨울, 힘든 국내외 상황 속에서 많은 홍보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윗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홍보야 상황 좋아지면 또 뽑으면 되지'라고. 정작 리스크 관리를 시키면서도 회사가 어려워지면 내쳐지는 홍보인들을 보면서, 이 상황을 누가 만든 것인지 반성해야만 할 시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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