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오랜만에 좋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블레스'이기에 네오지오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도 이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새로운 요소보다는 기존 MMORPG의 특징들을 충실히 갖췄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는 '블레스'. 과연 새로운 레시피가 아닌 익숙한 레시피로도 이용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지 체험해봤다.
◆몰입의 기본, 나만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블레스'에서 캐릭터를 생성하려면 먼저 진영과 종족을 선택해야한다. 진영대 진영의 대규모 전투인 'RVR'이 게임의 중심축인만큼 우선 선택하게 되어 있는 모습이다. 각 진영의 종족은 동일하게 분포돼 있고 설명이 조금 다른 정도다.
진영과 종족을 선택한 다음에는 세세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 CBT에서는 프리셋된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방식이었기에 OBT부터 처음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각 부위의 색상부터 질감, 광택 등 세세한 옵션을 조정할 수 있으며 얼굴 부분과 신체 모두 비율과 구조를 세밀히 조절할 수 있다. 준비된 아티스트 프리셋이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조금 손봐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다만 하비하츠(아미스타드), 실반 엘프(아쿠아엘프), 루푸스(판테라), 페다인(이블리스), 시렌, 마스쿠 등 여러 종족이 준비돼 있음에도 외모와 초반 스토리 정도가 다를 뿐 종족 특성 등의 능력치 차이가 없는 점은 아쉽다.
◆RPG는 뭐다? 당위성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
게임 시작 초반. 메인 스토리에 기반한 인게임 연출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등장 인물간 갈등과 캐릭터 성격도 설명 방식이 아닌 사건으로 이용자에게 알려주며 몰입을 유도한다.
또한 연출 중 갑옷을 걸친 캐릭터임에도 기본적인 동작 외에 돌아보는 동작, 상대의 어깨를 잡는 동작 등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각 종족별로 마을을 떠나 큰 세계로 나가는 이유들이 다르다. 종족에 따라 추방, 추적, 위기 등 갖가지의 이유로 모험에 나서게 되는 당위성 있는 스토리가 준비돼 있다.
이 같은 점들은 요즘 게임들과는 다른 '블레스'의 특징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온라인 게임에서 등장하는 지문이나 컷 씬을 거의 읽지 않고 '스킵'하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요즘 게임은 이런 요소를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레스'는 메인 스토리 퀘스트를 굉장히 강조한다. 메인 퀘스트 수행 없이 레벨업은 거의 힘들 정도다. 중간중간 영화를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컷씬도 다량 준비돼 있다. 게임을 한 시간 남짓 플레이할 때마다 한 번씩은 꼭 스토리에 관계된 컷씬이 등장한다.
컷씬에서의 NPC 대사도 자연스러운 편이다. 문어체를 지양하고 구어체를 적절히 사용한 모습이 많다. 판타지 세계관에 맞춘 비유들과 NPC 대사들은 이용자들의 몰입감 상승에도 일조한다.
퀘스트들도 그저 시키는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 초반에 받는 정령들의 시험을 통과하라는 퀘스트도 정령이 내는 퀴즈를 맞추거나 그냥 싸워서 이겨도 되는 등 이용자가 편한 방식으로 선택해 해결할 수 있다.
◆UI 배치와 콘텐츠는 조금 다듬어야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에게 '블레스'에 대한 불만사항을 들어보면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바로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의 커스터마이징 자체가 힘든데다. 기본 배치도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화면 상단 좌측에 몰린 작은 아이콘에서 모든 콘텐츠에 대한 팝업창을 불러오게 되어있다. 한두개도 아니고 무려 21개의 아이콘이 아주 작은 지점에 몰려있다. 적당히 분배하거나 꾸러미로 묶어 별개의 창을 만드는 것이 좋을테지만 아직 개선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스킬 세팅도 다소 복잡하다. 'K' 키를 일일이 눌러 전술 설정을 해야 배치를 변경할 수 있다. 클릭&드래그에 익숙한 이용자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울러 메인 콘텐츠들도 개선이 필요한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주축인 'RVR'부터가 그러하다. 100대100의 이용자들이 싸우는 '카스트라 공방전'은 지정 시간에 각 진영당 딱 100명씩만 즐길 수 있다.
공방전이 열리는 시간에 선착순 100명 안에 들지 못하면 그걸로 끝. 다음 공방전이 시작될 때까지 참여할 방법이 없다. 신청 순서대로 대기 순서표가 하단에 표기되지만 여간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공방전을 여러 채널에서 동시 진행하던가 지역을 보다 늘리는 등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MMORPG의 필수라고 할 수 있는 파티 시스템도 미비하다. 그저 같이 떠들며 각자 사냥하는 수준이지 파티 플레이라는 느낌을 얻을 수 없다. PVE의 꽃인 인스턴스 던전도 자동매칭 기능이 없어 일일히 외치기를 통해 파티를 꾸려야한다. 경매장 시스템도 미구현이다.
다만 '블레스'는 정식 오픈 이후 이제 보름 남짓이 지난 만큼 앞으로 개선될 여지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네오위즈게임즈 측도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렴할 의지를 밝힌 만큼 조금만 기다리면 수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기대치만큼 벽도 높다
정식 서비스 돌입 이전부터 여러 돌발 사태를 겪은 '블레스'는 네오위즈게임즈가 펼친 전사적 차원의 노력으로 큰 무리 없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그런 덕분인지 현재 '블래스'는 PC방 점유율 기준 MMORPG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대형 업데이트도 연이어 추가될 예정이라 이후 순위 유지에 대한 전망도 좋은 편이다.
MMORPG 장르의 팬들도 오랜만의 대형 MMORPG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그만큼이나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탄탄한 스토리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MMORPG가 희귀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용자들에게 '블레스'는 좋은 어필을 하고 있다. 현재의 성과는 그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려한 그래픽과 탄탄한 스토리로 무장한 대규모 'RVR'에 목말라 있던 이용자에게 '블레스'는 가뭄에 단비였을 것이다.
다만 '블레스'는 이제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MMORPG는 특성상 오랜 시간 두고 봐야 성공작과 실패작이 갈린다. 앞서 지적한 편의성 개선외에도 서버 불안과 사양 최적화 문제를 꾸준히 해결하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