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도 임대업은 호황이다. 구글과 애플의 오픈마켓이 그것이다.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게임을 출시하면 당연히 구글과 애플에 입점한다. '월세'는 매출의 30%. 금액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많이 벌면 벌수록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한다.
지난해 넷마블게임즈는 1조729억원을 벌었다. 국내 점유율이 높은 구글은 단순계산으로 3000억원을 수수료로 벌었다. 땅 값 비싼 국내 어떤 건물주 보다 짭짤한 수익이다. 구글에겐 넷마블 같은 회사가 한 둘이 아닐테니, 잘 지은 온라인 상의 건물 하나가 얼마나 큰 효자노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반대로 넷마블 입장서는 이 3000억원이라는 못내 아쉬울 것이다. 긴 시간 개발하고 공중파에 광고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해서 1조라는 돈을 벌었는데 그 중 30%를 떼줘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매출이 적을 때야 수수료에 대한 딴 생각(?)이 안 들지만 커지면 커질수록 아깝고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방준혁 의장이 목표로 세운 넷마블 10조 시대가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3조가 수수료다.
더군다나 구글은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구글세 도입에 대한 관련법을 손보고 있지만 입법이 언제될지 모른다. 월세를 연말정산 하려고 했더니 주인 아줌마는 매출 신고 못하겠다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월세를 사는 사람들은 돈을 모아 전세로, 이후에는 내집마련을 꿈꾼다. 남에게 월세를 주는 것은 나중 문제다. 일단 세들어 사는 신세부터 면하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넷마블을 생각해보자. 국내서는 이미 상당한 이용자수를 확보했고 자체 풀로도 크로스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해외에서는 구글이란 큰 집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국내서는 스스로 집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글 수수료를 안 내는 방법은 앱을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아닌 넷마블 공식 홈페이지서 다운 받게 하는 것이고 아이템도 여기서 사게 하면 된다. 모델이 없는 것도 아니다. 카카오가 이미 게임샵을 통해 하고 있다.
넷마블이 카카오 보다 상황이 나은 것은 게임을 직접 개발한다는 것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카카오 게임샵을 이용하든 구글에 게임을 출시하든 수수료는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만든 플랫폼에 내 게임을 출시하면 수수료 없이 매출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
넷마블에게 플랫폼 사업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게임을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것이다. 1조 기준 3000억 수수료 대신 1000억을 투자해 넷마블 게임 이용자층에 API를 다운 받을 수 있는 곳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이용자들에게 유료 아이템 혜택을 파격적으로 제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는 요즘 세대들은 혜택이 많다면 꼭 구글과 애플을 찾을 필요는 없다.
물론 넷마블의 이러한 시도가 구글과 애플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 넷마블이 컸다 하더라도 구글과 애플과는 비할 바 안 된다. 괜히 '찍혀서' 무서운 집주인처럼 '방 빼라'라고 할까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게임별로 나눠 자체 플랫폼과 기존 오픈마켓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넷마블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해외에선 여전히 구글과 애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국내서 통용될만한 게임을, 국내 이용자풀을 이용해 자체 마켓에 출시하면서 시장반응이나 실질적인 수수료 절감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체 플랫폼이란 것은 구글과 애플의 밥그릇을 뺏자는 의도가 아니다.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시도이며 이는 비단 넷마블에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규모가 비슷한 회사들이 연합을 해서 그들만의 게임을 올리는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중국 시장만 보더라도 애플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얼마나 많은가.
쉽지 않은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수료를 줄이면서 매출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지 않는 이상 회사가 성장을 하면 할수록 아쉬운 생각은 더해 갈 것이다. 수수료를 줄일 자구책, 지금부터라도 찾아야만 한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