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열 다섯 번째 시간은 코나미의 명작 콘솔 게임 시리즈 '메탈기어솔리드'에 관한 에피소드입니다. 해외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게임을 모방해 탈옥에 성공한 놀라운 일인데요. 영국 BBC뉴스에서 방송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는 어떤 게임?
'메탈기어솔리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코나미의 전술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코지마 히데오라는 스타 감독이 제작한 이 시리즈는 무한에 가까운 총알을 쏟아내며 화려한 전투를 진행하는 게임이 주를 이룰 때 완전히 반대되는 콘셉트로 등장했습니다.
이용자는 용병 '스네이크'가 되어 적군으로 가득한 적 본거지에 홀로 잡입해 적에게 최대한 들키지 않게, 적도 최대한 죽이지 않고 잠입 임무를 성공시키게 되는데요. 이런 독창적인 게임성으로 순식간에 흥행작 반열에 올랐습니다. 화끈한 전투보다는 스릴있는 잡입과 조작성으로 새로운 게임성을 창조해냈다고 할 수 있지요.
아울러 상당히 생각할 거리가 많은 스토리와 및 코지마 감독 특유의 개그 코드도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된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그 당시 하드웨어의 한계치까지 끌어 올린 그래픽 기술력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동 장르의 게임 '스프린터셀'과 항상 비견되며 성장해온 이 게임은 현재 아쉽게도 후속작을 기약할 수 없게 됐는데요. 담당 프로듀서인 코지마 히데오가 코나미를 퇴사하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골판지 상자'
'메탈기어솔리드'는 작품 내내 굉장히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게임이지만 코지마 감독 특유의 개그 코드가 작품 곳곳에 숨어있는데요. 많은 개그 코드 중에서도 '골판지 상자', '잡지', '담배'의 세가지 아이템은 각종 패러디와 코스플레이의 단골 손님이 될 정도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개그 코드로 쓰여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골판지 상자'는 게임의 골자인 위장, 잠입과 합쳐져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요. 골판지 상자를 뒤집어쓰고 위장술을 사용해 적의 탐색을 피하는 등 위장술로 자주 사용되곤 했습니다.
골판지 상자는 이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만큼 게임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위치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골판지 상자를 뒤집어 쓰고 적의 탐색이나 추적을 따돌리는 것은 게임이니 가능한 이야기일 뿐 현실에서는 그러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을텐데요.
그런데 실제로 골판지 안에 숨어 감옥을 탈출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2008년 11월 BBC뉴스는 한 탈옥 사건에 대해 보도했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서 한 죄수가 종이상자를 이용해서 탈옥에 성공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탈옥의 주인공은 마약 거래로 잡혀 7년형을 받고 복역중인 한 터키인이었는데요.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근교의 한 수용소에 복역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문구용품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는데요. 문구용품을 만들고 이를 반출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 남자는 탈출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그는 매주 외부로 반출되는 물품 속에 숨어 탈옥을 감행하기로 했는데요. 그 방법이 굉장히 단순했습니다. 바로 골판지 상자에 숨어 외부로 나가려는 계획을 세운 것인데요. 다들 농담처럼 생각만 했던 것을 실행했으니 참 무모하다고 할까 대담하다고 할까 헷갈리네요.
탈옥 계획을 세운 그는 작업 교대 시간을 이용해 문구용품이 담긴 상자에 숨었습니다. 폭 150CM, 높이 120cm의 골판지 상자에 몸을 숨긴 그는 움직이지 않고 물품을 옮길 트럭 운전사만을 기다렸죠.
◆탈출 성공, 보안 강화 불러온 사건
두어 시간이 지나 도착한 트럭 운전사는 별 의심없이 탈옥범이 숨은 상자를 차에 싣고 배송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무게가 확실히 다를텐데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점과 얇은 골판지이기에 손만 대도 알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트럭 운전사가 공범으로 몰리기도 했다는데요. 심문결과 무혐의로 판명났다고 합니다.
자신을 실은 트럭이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고 파악한 남자는 바로 상자를 뜯어내고 유유히 도망쳤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그제서야 그의 탈옥 사실을 알고 교도소 측에 연락을 했는데요. 그때까지 교도소에서는 범인의 탈옥 사실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교도소 소장은 이런 탈옥 사건 자체가 불미스럽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도주범을 잡기 위해 공개 수배를 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교도소 관리자는 자신은 예전부터 교도소의 보안 강화를 요청했으나 당국이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요. 어찌됐건 이후 교도소의 보안 및 출입 관리가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기에 또 한 명의 현실판 '스네이크'는 나타나기 힘들 것 같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