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 이하 보복부) 정신건강정책과 담당은 기자 소개를 듣자마자, 장탄식을 흘렸다. 그들에게 게임이란 말만으로도 나쁜 것이 전달될 듯한 느낌인 마냥. 과장도 사무관도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결국 중독 담당 주무관과 연락이 닿았지만 통화는 쉽지 않았다.
지난 25일 보복부 발표로 게임업계는 뒤숭숭하다. '정신건강 종합대책'를 수립하면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보복부의 입장이다.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을 넘어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않을까 우려 중이다.
보복부가 내놓은 근거는 이렇다. 게임 역시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이고 인터넷과 게임 중독자가 약 68만명에 달하고 이는 4대 중독물지의 21%에 해당하는 수치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건강 피해 등 사회 경제적 비용이 약 5조4000천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예방과 치료를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입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보복부의 입장은 신의진 의원이 줄기차게 주장하다 폐기된 '4대 중독법'과 궤를 같이 한다. 더불어 의료계의 '숙원사업'인 게임중독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띄우겠다는 것이다.
기자는 보복부가 인용한 게임중독 현황에 대한 자료에 대해 문의하려고 했으나,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보복부는 아마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4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 어디에도 게임 중독자가 68만명이란 수치는 없다.
정부는 국가정보화기본법 제14조를 근거로 04년부터 2~3년 주기로 인터넷 중독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신뢰성을 갖춘 인터넷 중독 관련 자료는 이것이 유일하다. 자료를 보면, 인터넷 중독위험군은 262만1천명으로 전년보다 0.1%p 감소했고 스마트폰 중독위험군은 456만1천명으로 2.4%p 증가했다. 합치면 68만명을 훨씬 상회한다.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위험군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34.1%), 뉴스검색(37.2%), 온라인게임(21.7%) 순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게임중독이 아니라 카카오톡 중독, 네이버 중독이라 칭해야 옳다.
가상현실(VR)을 띄우겠다고 청와대와 문화부가 발표한 것이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보복부는 VR의 핵심산업을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도와주질 못할 망정 딴지는 걸지 말라'는 업계의 쓴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보다. 한국 게임산업이 중국을 선두로 한 후발주자들에게 밀리고 매출이 급감해 중소개발사들이 도산한다고 말해봐야, 게임이 문화산업이 3조 넘게 수출한다고 설명해봐야 '소 귀에 경읽기'다.
국가 정책은 부작용을 최소화 하면서 산업에 도움이 되도록 시행되어야 한다. 부작용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이 무서워 산업 자체를 죽이면 안 된다. 고포류 사행성이 우려 돼 '칼질' 했다가 어떻게 됐던가. 메이저 기업이었던 NHN엔터와 네오위즈게임즈가 휘청거렸고, 결국 일몰법에 따라 규제도 완화되지 않았는가.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부모들은 게임탓을 하며 아이들을 병원으로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아이들에게 인터넷과 게임을 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부모에겐 책임이 없어지고, 숙원사업 운운했던 의학계는 게임을 이유로 주머니가 두둑해 질 것이다. 게임업계는? 말해 무엇할까, 자국서 질병 취급 받는 게임을 수출이나 할 수 있을까. 그 외에는 상상에 맡기련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