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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얄미운 텐센트씨

자신이 잘나가던 때를 잊지 못하는 사람을 우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를 현재에 투영하는 버릇이 있다. “걔 예전엔 뭐도 아니었는데 운이 좋아서” 혹은 “내가 몇 년 전만 하더라도”로 시작되는 레퍼토리가 있다. 이런 현상은 술자리서 더 심해진다. 그래서 과거에만 심취돼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애꿎은 시계만 보며 더디게 가는 시간을 원망한다.

최근에 기자가 만난 사람도 그랬다. 게임업계 경력도 오래됐으니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게임시장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은 텐센트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는 사람만 아는, 텐센트의 십이삼년 전 이야기. 샨다가 중국 게임판을 꽉 잡고 있을 때 QQ메신저 서버비에 헉헉 되던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들을 찾아 다녔던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텐센트는 게임사업이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해결해 줄 돌파구로 믿었고, 급기야 넥슨 워크숍까지 따라와 퍼블리싱 관계자를 ‘알현’하고 가기도 했다.

텐센트를 자신이 ‘깐’ 이야기로 자신이 그때 정말 ‘잘 나갔음’을 인정한 그는, 결국 ‘그때 좀 더 잘 해줬음 달라졌을까’라는 자기위안으로 이어졌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빛나는 때를 추억팔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텐센트에 대한 건방짐과 분노는 당연 이어져야 할 레퍼토리라 생각됐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단순히 ‘그랬던 니가 지금 왜 그러냐’ 수준은 아니다. 텐센트의 ‘줄세우기’와 ‘뭉개기’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지적들이 나왔다. 과거가 어찌되었던 지금 텐센트가 최고임을 부인하는 사람 없을 것이고, 그래서 그 연줄을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은 수도 없음은 누구나 알 것이다. 텐센트도 이를 잘기에 ‘갑질이 너무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달라진 현실의 차이 때문인지, 과거 당한 ‘을’의 수모 때문인지 몰라도.

텐센트가 게임사업으로 상상 이상의 수익을 올리던 5~6년 전만 하더라도, 이 회사와 계약을 하기만 하더라도 성공이 보장될 것처럼 보였다. 개발비에 허덕이는 국내 중소 개발사들은 이 계약을 빌미로 투자를 이끌어 냈고, 상장사들은 주가를 띄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텐센트가 개발사들에게 계약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한다. 비밀유지계약(NDA)를 하지 않으면 계약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비스 지연에 대한 비난 여론 때문인지 계약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계약서라도 들어가야 중간 투자라도 받을 국내 업체들은 일단 참고 기다릴 수 밖에 없지만, 얼마나 많은 NDA가 이뤄줬는지 알 수도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텐센트가 6단계가 넘는 자체 허들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것이 중국에서의 성공확률을 높일 거라 믿고 싶다만 계약을 맺은 지 2년이 넘어가는 게임들도 있는 것을 보면 진정성이 어디까지 인지 의심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업계에선 텐센트 허들을 ‘천상계’라 부르며, 텐센트 계약을 맺었다고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부터 버리라는 말까지 생겼다.

많은 회사들이 텐센트에 줄을 서고, 텐센트 입장에선 신중히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NDA 또한 모든 회사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텐센트가 QQ 플랫폼으로 밀어주는 게임들 중, 토종 게임의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으로 큰 성장을 이룬 그들이, 이젠 자신들의 게임으로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 걱정이다.

행여 텐센트 ‘천상계’의 허들이, 남 주기엔 아깝고 자신이 먹기엔 부족함이 느껴진 ‘계륵’과 같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언제 서비스 될지 몰라 굶으며 기다리는 것 보다, 당장 자신들을 원하는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내가 그때 텐센트와 계약하지만 않았어도…”라는 술자리 자조를 몇 년 뒤 듣게 될지 걱정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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