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게임&A.I①] 네비게이션부터 알파고까지,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게임&A.I②] 게임 인공지능, 어디까지 왔나...현재와 미래
[게임&A.I③] 바둑 다음은 스타, 인공지능 전문가가 본 승자는?
[게임&A.I④] 바둑 다음은 스타, e스포츠 전문가가 본 승자는?
[게임&A.I⑤] 스타크래프트 인간계 적임자는?
◆이런 멍청한 NPC 같으니라고!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게임에는 인공지능이 적용돼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에서 실력이 맞는 상대를 찾아주고 NPC들이 상대 타워를 부수러 갈 때, 모바일 게임에서 자동사냥을 돌릴 때, FPS게임에서 분대원들이랑 같이 전투에 나설 때 등 모든 상황에서 날 도와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그건 인공지능으로 보면 된다.
게임 A.I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NPC가 마치 지능이 있는 것처럼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지만, 이재준 상무는 "게임 안에서 복잡한 문제를 풀어주게 돕는 것"이란 정의를 좋아한다고 했다. A.I가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관점(Week A.I)에서 봤을 때, 게임 역시 게임을 보다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게 도구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 이 센터장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게임이 A.I 연구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다이나믹하며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오염된 피' 전염병 사건은 실제 세계적인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별도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논문도 발표됐다.
다양한 상황에 맞는 A.I를 적용시키고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앞서 언급한 대로 사람처럼 행동하는 NPC를 만들거나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연결하는 A.I는 상황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기법과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비교해 연결하는 '데이터마이닝' 기법이 사용될 수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멍청한 NPC 때문에 곤란을 겪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를 최소화 하는 것이 게임 A.I의 목표다. 상황에 맞춰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 사람이라면 쉽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지만, 상황을 분석하고 여기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을 A.I로 해결하기엔 말처럼 쉽지 않다.
게임 A.I는 적당히 똑똑해야 하고, 단순 반복적인 행동(패턴화)을 하지 않으며, 합리적 결정을 내리면서 감정적인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면 이상적이다.
NPC와 함께 분대전투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상대를 이겼지만 우리 팀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람이라면 마냥 기뻐할 수만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게임 A.I는 승리한 것에만 맞춰 춤을 추고 있다면? 비인간적일 것이다. 상황에 따라 이용자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NPC가 똑똑한 NPC고 A.I다.
MMORPG 보스 몬스터를 생각해보자. 첫 레이드는 쉽지 않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공략이 올라온다. 보스 몬스터의 A.I가 패턴화 돼 있기 때문이다. 이 패턴만 익히게 되면 누구나 보스를 잡을 수 있다. 이 시기가 되면 레이드는 처음보다 재미가 반감되며, 아이템 파밍을 위한 '노가다'가 될 수도 있다.
대전게임도 마찬가지다. 뻔한 패턴으로 공격해 오는 NPC는 쉽게 이길 수 있다. '스트리트파이터'서 작은 발 '얍삽이'로 엔딩을 볼 수 있다면 A.I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유저가 지더라도 왜 졌는지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고, 이기더라도 아슬아슬 하게 이겨 기쁨을 주는 것, 이것이 이재준 센터장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게임 A.I다.
◆블소 '무한의 탑', 엔씨의 새 경쟁력이 되다
엔씨소프트는 올 초 연구소였던 A.I랩을 센터로 승격시켰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A.I가 엔씨의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엔씨 A.I 센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실험 중이며 그 중 현실화가 된 것이 '블레이드앤소울'에 등장하는 '무한의 탑'이다.
무한의 탑은 NPC와 게이머가 1대 1로 비무를 겨루는 것이다. PvP를 싫어하는 이용자들에게 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연습을 해 볼 수 있게 유도하며, 좋아하는 이용자들에게는 더 큰 만족감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필드의 보스 몬스터가 정해진 패턴대로 행동한다면, 비무 NPC는 상대와 현재 상황에 맞춰 기술을 사용하며 싸운다. 승리 시 더 높은 층으로 이동하고 더 강해진 NPC를 만나게 되는 구조다.
알파고가 기존의 기보들을 학습하고 다른 알파고와 바둑을 두면서 경험을 쌓은 것처럼, 비무 NPC도 '강화 학습'이란 방법을 통해 계속 성장했다. 승리 시 보상을 주면서 학습을 유도했다. A.I끼리 싸우게 하면서 어떤 공격이 효과적인지, 상황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배우게 했다. 가령 A A.I가 몇 대 때리고 계속 도망가는 전략으로 승리를 했다면, 이 상황을 학습시켜 B A.I는 상대를 기절시켜 콤보로 공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을 찾게 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 데이터를 통해 알파고처럼 적절한 한 수를 찾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 턴씩 두는 바둑과 비교하면 변수가 너무나 많아 쉽지 많은 않았다. 비무 NPC가 사람을 이길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현재는 '블소' 프로게이머들이 놀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50~60층이면 플래티넘 등급에 해당할 정도의 실력을 지녔다고 한다.
비무 NPC는 상대의 실력에 맞춰 판단을 내린다. 1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해도 이용자가 하수면 2, 3 같은 그릇된 결론을 내린다. 반응도 늦다. 반대로 상대가 강할수록 빠른 판단과 정확한 행동을 하게 한다. 사실 유저 공격을 다 막고 반격해 버리게 프로그래밍 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아무도 비무를 즐기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지거나 이기더라도 아슬아슬하게!'.
이재준 상무는 이를 '접대 골프'에 비교했다. 표나게 져서도, 이겨서도 안 되는 그런 경기. 끝까지 긴박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가 경기에 만족할 수 있게 하려면 무척이나 대단한 골프실력을 지니면 안 된다고. 마찬가지로 '블소' 비무 NPC도 실력을 키우기 위해 지금도 수없이 많은 대전을 펼치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다.
◆게임을 게임이 만드는 시대가 온다?
게임 A.I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국내서는 엔씨소프트가 선두며, 넷마블 역시 적극적으로 투자 중이다. 학계와 산업계서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A.I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공유한다. 매년 열리는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에는 'A.I Summit'이 고정 프로그램이다.
A.I 국제 컨퍼런스도 매년 열린다. AAAI가 주관하는 AIIDE라는 학술대회다. 학계에서는 워크숍을 통해 먼 미래의 A.I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논한다. CIG라는 학술대회도 있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오간다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로봇청소기 같은 사례도 이런 자리를 통해 논의가 된 것이다. 게임이 게임을 만드는 A.I도 주된 주제다.
개발자들이 모여 게임 A.I 경진대회도 연다. 게임을 잘하는 A.I를 만드는 대회인데, 가장 유명한 것이 '스타크래프트' 대회다. 더 똑똑한 A.I를 만들어서 상대 A.I를 이기는 게 목적인데 참가자들은 소스 코드를 공개해 서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재준 상무는 "알파고 덕분에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며, "기획, 그래픽 같은 게임기술이 대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A.I가 게임회사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