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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응답하라 김병관 의원

지난 13일 20대 총선 개표결과를 많은 게임인들이 숨죽여 지켜봤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이 됐고, 무모한 도전은 결실을 맺었다. 국내 게임산업이 태동한지 20여 년 만에 게임업계 출신 정치인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도 여당이 단 한번도 지역구를 내주지 않은 분당갑에서 야당 소속인 김병관 웹젠 의장은 국회의원이 됐다.

게임업계는 오래 전부터 산업을 대변해 줄, 적어도 산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정치인을 찾아왔다.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지속적인 규제에 종사자들은 지치고 멍들었으며, 산업 자체의 경쟁력도 사라져갔다. 정치인 협회장을 추대해 게임의 이미지를 개선한다고 대표 단체의 이름에서 게임을 빼 버리고, 대립각을 세운 정치인은 달래서 최대 게임축제의 축사를 맡기는 등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제 목소리를 못 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김병관 당선인에 대해 게임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진흥책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인식이라도 개선해 달라, 불필요한 규제라도 없애달라는 주문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게임업계에 중심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방만을 모색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김병관 당선인을 지켜보던 게임업계 시선은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김 당선인은 유세 중 게임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IT라는 단어로 그 의미를 대신했다. 선거운동 전략이라 생각됐지만, '게임인을 게임인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 내심 서운했다. 혹시나 '게임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라는 우려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당갑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고, 그래서 처음에 NHN(현 네이버 건물)이 입주했을 때도 반대가 심했다. 그런 부모들에게 게임은 금기시돼야 하는 것이고, 그들 앞에서 게임인이라 밝히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게임업체가 밀집해 있던 판교가 뜨면서 분당의 집값이 내려가고, '브런치'를 유행시켰던 분당 아줌마들의 자존심에도 금이 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김병관 의장의 당선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 꿈만 같은 일이다.

당선인의 합리적인 공약, 바닥민심을 어루만진 부지런함, 상대 진영의 허술함, 집권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 선거에서 이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언급되진 않았다만 판교를 중심으로 거주지를 옮긴 게임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 몫 했으리라 믿는다.

게임만을 편들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구 의원이면 당연 지역구를 챙겨야 한다. 게임에 부정적인 분당갑 주민들과 게임업체 사이에 가교역할을 맡아, 오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도 지역구 의원의 할 일 중 하나다. 게임업계 출신이고 언제나 낮은 자세로 임해 왔기에 이 어려운 일도 가능할거라 믿는다.

나아가 국회에선 게임업계를 위한 버팀목이 되어 주길 바란다. 전병헌, 김광진 전 의원 등 친 게임계 인사가 빠진 자리에서 게임업계의 제 목소리를 내는 의원으로 자리매김 하길 응원한다. 초선의원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더 어려운 선거에서 당선될 만큼 발로 뛰지 않았는가. 먼저 나서서 업계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길 바란다. 더불어 김 당선인이 주춧돌이 되어 영향력 있는 게임업계 인사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 할 수 있는 시도가 많아지길 희망한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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