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두 번째 시간에는 '마녀' 캐릭터들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마녀'
마녀 캐릭터하면 당장 떠오르는 캐릭터만 해도 수십가지가 있을 텐데요. '그라나도에스파다'의 시에라 로스, 레오노라 로스, '던전앤파이터'의 마도학자, '드래곤플라이트'의 마녀 이루, '디아블로3'의 마그다, 아드리아, '리그오브레전드'의 르블랑, 리산드라, 모르가나, 애니 등등 계속 생각나네요.
1편 집필 당시 광대 콘셉트의 캐릭터를 찾을 때와는 영 다르군요. 그 때는 친구들에게 묻기 바빴는데 말입니다. 그만큼 게임에서 마녀는 굉장히 친숙한 소재입니다.
이런 마녀는 어떻게 게임에 등장하게 됐을까요? 게임 뿐만 아니라 동화나 설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마녀. 마녀에 관한 다소 공포스러운 일들도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마녀는 유럽 등지의 민간 전설에 나오는 요녀로 주문과 마술을 써서 사람에게 불행이나 해악을 가져다 주는 존재라고 하는데요. 요즘 마녀는 '여자 마법사'라는 의미가 강하죠.
◆마녀, 기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설화
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마녀'의 이야기를 들어왔는데요.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서 만나왔습니다.
마녀는 그 기원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됐는데요. 동화 신데렐라의 원형이라 여겨지는 이야기가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자이자 역사학자 스트라본에 의해 기록된 것만 봐도 엄청나게 오래 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신데렐라와는 많은 면에서 다른 내용이었지만 마법사나 마녀가 등장하는 것은 동일했습니다. 아울러 고대에는 마녀가 꼭 위험하거나 나쁜 이미지로 그려지는 않았는데요.
마녀는 주문과 향, 약초로 병을 고치고, 농작물의 증산을 위해 비가 오기를 하늘에 비는 등 주술사적인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를 물러가게 해 농작물을 말라 죽게 하거나, 인형에 바늘을 찌르는 등의 저주를 내리기도 했죠.
마녀는 여러 지방에 걸쳐 설화와 전설에 등장해왔는데요. 고대 이집트나 인도를 비롯하여 그리스·로마에도 널리 퍼져 있었고, 아프리카에서는 현재까지도 마녀에 대한 신앙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인도에서는 지금까지도 마법을 부린다는 이유로 마을 공동체에 의해 해마다 수십 명의 여성이 처형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무섭네요.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족 계통의 전설과 민담에서는 '바바야가'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일명 '뼈다리 바바야가'라고 불리는데요. 대개 추한 모습의 노파로 묘사되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거나 사람의 영혼의 일부를 훔쳐가는 등의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대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서유럽의 마녀들과는 달리 절구통을 타고 날아다니는데요. 절구를 타고 절굿공이를 노로 사용해 움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루마니아의 경우인데요. 루마니아는 대통령이 개인 마녀를 둘만큼 미신의 뿌리가 깊다고 합니다. 이런 루마니아에서는 마녀와 점성술사가 직업의 한 종류로 인정 받고 있는데요. 특히 마녀를 일종의 종교인으로 취급해 세금이 면제되고 있었는데요. 2010년부터는 마녀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이 법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관청에 영업허가를 받아 '마녀'로서 등록해야 마녀로써 활동할 수 있으며 점술이 빗나가면 벌금이 부과되거나 심하면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에 반발하는 마녀들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법이 통과된 그 날 이후부터 법안을 발의했거나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저주 의식을 지내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한 고위 관료들은 저주를 피하기 위해 보라색 옷을 입어야 하나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효과는 아직 모르겠네요.
◆사실 친숙했던 마녀들
유럽에서는 중세까지도 마녀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경우에만 처벌을 했습니다.
이 당시 교회와 마녀는 어느 정도 공존하는 관계였는데요. 이들은 주로 약초를 사용하는 민간요법을 가지고 병원, 의원이 드문 지역 사회에서 대체의학으로 크게 활약해왔죠. 이 때문에 교회에서도 대놓고 권장하지는 않지만 신앙으로 발전하지만 않으면 철퇴를 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주술, 종교, 과학의 구분이 좀 애매했습니다. 주술과 동일한 행위를 하면서도 주관하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이건 주술, 이건 종교 행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았죠.
그런데 십자군 원정 실패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맙니다.
◆마녀가 사리질 뻔했던 역사 속 사건 '마녀사냥'
마녀사냥은 십자군 원정 실패 이후, 가톨릭 교회가 종교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12세기 말 이단적 신앙에 공격을 가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종교 개혁으로 인해 개신교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인데요. 마녀가 산파로 위장해 있다가 아기가 태어나면 그 아기를 찔러 악마에게 제물로 바친다는 소문이 돌아 한 때 산파들이 마녀사냥에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남자 의사들이 산파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해 지어낸 소문이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실제 마녀를 잡기 보다는 서로 이권을 두고 중상 모략하는 경우나 권력자들의 지배 수단을 공고히 하는데 약용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유럽에서는 주로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마녀사냥이 자행되었고 이후 점차 줄어들지만 북아메리카까지 마녀사냥이 전해지며 더 극렬하게 진행됩니다.
이를 부채질한 것이 마녀사냥의 교과서로 불리는 책.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이었는데요. 이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마녀의 망치'로 마녀의 구분법, 기소법, 고문법에 더해 죽이는 방법까지 기술된 책입니다.
이 책은 무려 2세기 동안 마녀사냥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이 책에 쓰인 그대로 엄청난 가혹 행위들이 저질러졌습니다. 1486년 완성된 이 책은 라틴어로 256페이지 분량으로 쓰여졌는데요.
이 책은 이단 심문관 크라이머 인스티토리스가 저술했는데요. 그는 1485년 마녀 사냥 재판과정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여성에게 과도한 심문을 가했고 특히 개인적인 성생활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습니다. 이를 변호사에게 지적당한 그는 패소했고 그 뒤에도 피고 여성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괴롭혔다고 합니다.
결국 주교에 의해 도시에서 추방된 그는 이를 갈며 마녀에 대한 증오로 가득한 책을 쓰게 됩니다.
'마녀의 망치'에서 그는 마녀에 대한 증오와 사적인 감정을 자극적인 언어를 몇 페이지에 걸쳐 지속적으로 사용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여성 혐오를 조장한 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성욕에 대한 그의 혐오는 끔직할 정도였죠.
2세기 동안 악명을 떨치며 마녀사냥으로 인한 피해자만 4만 명에서 6만 명으로 추정되니 책 한 권의 영향으로는 무서울 정도네요. 이 '마녀의 망치'는 독일 베를린에 원본이 미국 워싱턴 D.C에 필사본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