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관련 법령 리뷰'는 게임과 법, 사회가 만나 불거진 주목할만한 이슈를 짚어보고, 사안을 폭넓게 분석하고 조망하는 세션이다. 이원 전문연구원과 이홍우 법무실장, 김관중 IP팀장은 각각 개발자, 법률가, 게이머라는 역할로 각자의 입장을 대변한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꼬리를 말기도 하는 등 이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든다.
자칫 산으로 갈 수도 있는 공동 세션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이들은 이 세션을 통해 업계 종사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게임 관련 법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28일 NDC16 마지막 날, 넥슨 사옥에서 이들을 만나 '게임 관련 법령 리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게임 관련 법령 리뷰'를 6년 동안이나 이어오고 있는데, 대단한 것 같다.
이원=조별 과제를 6년 동안 하는 느낌이다(웃음). 처음 할 때는 이홍우 실장님과 둘이 밤을 새면서 PT를 준비했다. 너무 힘들어서 '이거 내년엔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길이 보이더라.
이홍우=처음 이원님이 제안을 주셔서 시작한 게 '게임 관련 법령 리뷰'다. 사실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웃음).
김관중=매년 3~4월이 되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웃음).
이원=매년 하면서 느끼는 건데, 한 번에 많은 것을 아우르기가 쉽지가 않다. 어쨌든 항상 일을 하면서 NDC에서 발표할만한 주제라고 생각되면 서로 공유를 한다. 미리 준비를 하자는 생각에서다. 그래도 언제나 마지막 날이 가장 힘들다.
김관중=어제 발표가 2시였는데 1시 반까지 PT를 고치고 있었다.
이홍우=리허설 때 준비했던 유머를 실제 현장에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어제는 노렸던 개그가 있었는데 반응이 아예 없어서 허무했다(웃음).
이원=의외로 터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터지기도 하니, 뭐 괜찮다(웃음).
이홍우=이게 처음에는 비공개 세션이었다. 사내에서 아는 분들 대상으로 하는 거라 수위가 높았다. 공개 세션으로 바뀌다보니 민감한 부분은 다루기가 힘들다. 또 말을 할 때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제 '발표자 분들의 신변은 누가 보장해 주나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되게 감사하더라(웃음).
셋의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잘 맞는 느낌이다.
이원=그 동안 여러 컨퍼런스에서 다양한 공동 세션을 봤는데 항상 아쉬움이 남더라. 한 명이 일방적으로 얘기를 하고, 옆 사람은 맞장구를 치기만 하고.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동 세션을 NDC에서 해보고 싶었다. 일단 이홍우 실장님은 원래 게임 개발자였고, 김관중 팀장님도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셨다.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합을 맞추기가 쉽다.
이홍우 실장의 이력이 독특하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넥슨 개발자로 재직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했더라. 법 공부를 한 특별한 이유라도?
이홍우=개발자 시절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많았는데 성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합격을 하고 변호사로 일을 하다보니, IT나 게임 쪽에서 했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었다. 마침 넥슨에 자리가 생겼고, 지원을 해 친정에 다시 돌아왔다. 오니까 옛날에 있었던 분들은 다 나를 기억해주시더라.
김관중=이홍우 실장님은 '스타마루'라는 아이디를 썼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야, 스타마루 왔대'. 나는 처음에 이 사람이 프로게이머인가, 왜 아이디로 부르지 라고 생각했는데 2000년도 이전에는 서로 아이디로 불렀다고 하더라(웃음).
다 말도 잘 하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 팀 내에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이원=팀에 워낙 뛰어나신 분들이 많아서 인기는 잘 모르겠다.
이홍우=이원님을 보면 팔방미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발표 PPT 작업을 이원님이 하시는데, 손도 빠르면서 센스도 뛰어나다. '짤방'이 들어가는 페이지가 있는데, 내용과 딱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서 넣는 것을 보면 정말 감각이 좋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관중=처음에 주제를 정하고 내용을 쭉 적어놓은 걸 보면 정말 졸음이 온다. 그런데 그게 며칠 지나고 이원님 손을 거치면 스토리가 달려있는 PT가 되서 나온다. 삽입되는 짤방 종류도 정말 많은데, 평소에 모아놓는 게 아니냐고 의심도 했다(웃음).
법이라는 주제가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이원=개발자들과 어떤 주제를 놓고 대화를 하다보면 의외의 반응이 올 때가 있다. 나는 잘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할 때. 이런 걸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해주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국회가 끝나고 나면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폐기되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 어쨌든 깊숙한 지식이 아니라도, 여러 사람들이 법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자는 생각으로 준비한다.
이홍우=이원님은 법적 감각이 있다. 법을 잘 모르는 분들은 이해 당사자간의 관계는 제쳐두고 사건 자체만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주실 때나, 얘기를 나눠보면 이원님은 그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함께 '게임 관련 법령 리뷰'를 준비하기에 굉장히 편한 분이다(웃음).
발표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김관중=수위 조절이다. 민감한 경우가 많으니까. 발표에 앞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는 거라고 하지만, 밖에서는 넥슨 사람 셋이서 얘기를 하고 있으니 왜곡되서 보일 수도 있다. 말씀드리는 게 상당히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이홍우=공개 세션이 되고나서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가 다룰 주제가 언론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인지 그런 것들을 검증하는 과정이 스트레스가 된다.
이원=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사를 쭉 스크랩해서 이해를 했다가도, 판결문을 봤더니 다른 케이스도 있었다. 그래서 판결문도 따로 구해서 본다.
김관중=킹닷컴과 아보카도의 소송 같은 경우는 1심, 항소심을 직접 법원에 가서 봤다.
6년간 어떤 사례들을 다뤘나.
김관중=32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제일 많이 다뤘던건 저작권, 심의에 대한 이야기다. 규제 관련 얘기는 업데이트될 때마다 했고, 경품 관련해서도 했었고.
이홍우=이용자와 개발사 사이 분쟁, 아이템 거래 등등 다양한 사례를 다뤘다.
세 명이 함께 하는 세션 말고, 각자 발표를 했던 적은 없나. 특히 이원 전문연구원은 NDC 최장, 최다 발표자라고 들었다.
이홍우=NDC를 코엑스에서 할 땐가, 법 쪽으로 전문화된 세션을 혼자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사람이 안왔다(웃음).
김관중=나는 약관 관련해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하면서도 졸리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때부터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웃음).
이원=나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역량이나 재능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뿐이다. 스스로 자극을 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는 것을 어필하기도 싶었고. '게임 관련 법령 리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준비를 하고 발표를 하는 것도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김관중=이원님은 예전에 세션 5개를 혼자서 하신 적도 있다. 요즘에는 여기에만 집중해 주셔서 좋다(웃음).
6년간 '게임 관련 법령 리뷰'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원=아무래도 첫 발표가 아닐까 싶다. 김관중 팀장님이 전날 일이 있어서 오전에서야 부랴부랴 합을 맞춰봤다. 잘 될지 걱정도 많았다. 일단 두 사람이서 얘기를 하는데 반응이 의외로 좋았다. 그러다 관중석에 있던 김관중 팀장님이 벌떡 일어나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하면서 무대에 난입했다. 그 때 사람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웃음).
김관중=프로레슬링 같은 느낌이랄까. 그 때 이후로 써먹진 못하고 있지만 재미있었다.
이홍우=각자 개성을 드러내면서 입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전문 연극인이 아니다보니 생각만 하고 시도는 못하고 있다.
그럼 연기를 배워서 이 세션에 가미해볼 생각은 없나(웃음).
김관중=2025년 NDC에서 보여드리겠다(웃음).
어제 세션을 들어봤는데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1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이원=재작년 발표가 가장 안좋았다. 분량 조절에 실패했고, PT를 너무 화려하게 만들어서 눈이 아프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리허설을 하면서 어떻게든 시간 안에 맞추려고 노력한다.
이홍우=해마다 말이 너무 빠르다는 의견이 꼭 나온다. 발표를 할 때마다 말이 많아지는 부분은 그림으로 대체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다.
김관중=아마 NDC에 참가해서 강단에 오르는 분들은 모두 다 똑같지 않을까 싶다. 어제 어떤 25분짜리 세션에 들어갔는데 PT를 106장이나 준비해 오셨더라. 알고 있는 걸 조금이라도 더 공유하고 싶은거지.
이홍우=어제는 첫 주제에서 15분이나 썼다. 시간을 넘길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제 시간에 끝냈다.
김관중=아마 사무국에서는 우리를 별로 안 좋아하실 거다. 시간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어서. 발표자료도 제일 늦게 주고(웃음).
이원=또 잘된 세션이 있으면 상을 주는데 우리는 세 개를 줘야한다(웃음).
그런데 '게임 관련 법령 리뷰', 언제까지 할 건가?
이원=매년 하면서 느끼지만 체력이 갈수록 고갈되는 느낌이다. NDC 참가 신청을 할 때 솔직히 망설여지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계속 가볼 생각이다.
김관중=준비를 하면서 말을 맞춰보고, 연습을 할수록 얘기가 맞아들어가면 그게 또 재미가 있다.
그럼 '게임 관련 법령 리뷰'를 어떻게 꾸려갈 생각인지.
이홍우=포맷에 대한 고민은 해마다 하고 있다. 3인 체제로 토론을 하는데 어떤 방식이 더 나을지 말이다.
이원=모의법정 형태로 가보면 어떨까 생각도 하고 있다. 물론 연사를 모으기가 쉽지 않고, 모은다 하더라도 모두 모여서 연습을 하기도 힘들다. 어쨌든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그럼 이 세션을 통해, 혹은 이 세션을 듣는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건가.
이홍우=최소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상식 정도 선에서는 감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원=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식으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임 관련 법령 리뷰' 보고 자극을 받아서 이런 것들이 더 생기거나, 관련 기사들이 많이 나오면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법의 보호를 어디까지 받을 수 있고, 임금이나 노동 시간 등에 관심을 더 갖게 될 거라고 본다. 그럼 좀 더 인텔리한 업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관중=세션에서 세세한, 모든 것들을 전달하긴 힘들다. 최소한 '이런 이슈가 있구나'하고 관심은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홍우=회사에서 일을 해보면 법에 대한 인식이 허들인 경우가 많다. 게임업계 분들이 어느정도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상식이 있으면 좋겠다, 뭐 그런 느낌이다.
김관중=그런데 우리 이거 진짜 2025년까지 하나?
이홍우=일단 그 때까지 넥슨에 다녀야지(웃음).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