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는 블리자드 세계관의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게이머들을 흥분케 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기대감도 남달랐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 독주를 저지할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다. 서비스 초반 PC방 점유율 4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고, 금세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국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이후 '히어로즈'가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몇몇 요인이 제기됐지만 무엇보다 PC방을 잡지 못한 게 컸다. 'LoL'이 국민 게임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PC방이다. '스타크래프트'가 원조 국민 게임이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블리자드가 '히어로즈'를 출시하면서 PC방 관련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PC방에서 '히어로즈'를 즐기는 이용자들의 비용을 대신 내주는 이벤트나, PC방 토너먼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두 번의 시즌으로 진행됐던 PC방 토너먼트는 전국 100개 PC방, 300개가 넘는 팀들이 참여한 바 있지만 PC방 대회가 지속되진 않았다. 지난해 9월을 끝으로 PC방 토너먼트는 열리지 않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인기를 끌자 매주 PC방 대회를 진행했다. 이용자는 물론 업주들의 참여 요청이 쇄도하면서 초창기 전국 8개 PC방에서 진행됐던 토너먼트는 현재 15개 PC방에서 열린다. 꾸준히 PC방 이용자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
그 동안 블리자드의 PC방 관련 행보를 되짚어보면 PC방 업계와 늘 마찰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2' 때는 불공정 약관, '디아블로3'는 오과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PC방 업주들의 불만이 고조된 바 있다.
어쨌든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신작 '오버워치'가 이달 나온다. 오는 24일 출시될 '오버워치'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18년만에 나오는 블리자드의 새로운 세계관 게임이다. 무엇보다 블리자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1인칭 슈팅 게임이라는 점에서 공개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주 시작한 OBT에서는 이용자들의 '오버워치'에 대한 기대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오버워치'는 OBT 시작과 함께 주말 내내 PC방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만 기대감만으로 흥행을 점칠 수는 없다. '히어로즈'도 서비스 초반에는 잘 나갔다.
20~40대 층의 국내 게이머 치고 블리자드 게임을 안해본 사람은 드물다. 또 이름 하나만으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게 블리자드다. '디아블로3' 출시 때 수많은 게이머들이 장사진을 이룬 '헬십리' 사태가 떠오른다. 하지만 '블리자드 게임=성공' 공식은 '히어로즈' 이후 깨진 것 같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오버워치'도 '고급 시계'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고급 레스토랑' 이후 블리자드 게임에 모두 '고급'이 붙었다는 말도 있고, 혹은 알파 및 베타 테스트 당첨되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러한 별명이 붙었다는 얘도 있다. 고급 시계를 아무나 차기 힘든 것처럼 '오버워치'도 플레이하기 힘들다는 의미에서다.
'히어로즈'와 '오버워치'는 다른 게임이다. 또 '오버워치'는 AOS, FPS 이용자 모두를 흡수할만한 게임성도 갖고 있다. 다만 걱정이 되는 부분은 행여나 '고급 시계'의 '고급'이 '히어로즈'의 그것과 같아질까 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히어로즈'의 국내 시장 실패를 겪은 블리자드가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