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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블리자드와 PC방, 그 애증의 관계

블리자드의 신작 '오버워치'가 PC방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등장 이후 고착화 된 점유율을 뒤흔들며 가장 인기 있는 게임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랫만에 '터진' 신작 흥행에 블리자드도 기쁘고, 새 게임을 찾는 손님들로 PC방도 즐겁다. 하지만 블리자드와 PC방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문제는 블리자드의 PC방 과금정책 때문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시하는 블리자드는 이번에도 '오버워치'를 패키지로 판매했다. 블리자드는 패키지를 구매한 개인이 PC방서 게임을 즐겨도 PC방에 과금을 하겠다고 하자, 반발이 발생한 것이다. PC방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은 이러한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골자로 공문을 블리자드코리아에 전달하며 대립각을 세운 상태다.

누구나 알다시피 국내서 블리자드를 키운 건 PC방이다. 반대로 PC방을 흥행시킨 것도 블리자드다.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PC방이란 국내 특수한 환경 덕에 가능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잘 만든 게임이 잘 짜여진 유통구조를 만나 대박을 이룬 케이스다. 이후 나온 블리자드 게임들도 PC방을 기반으로 성공했고, PC방 역시 개당 3만원 안팎이던 패키지만 사두면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였다.

갈등은 PC방이 주요 고객인 것을 안 게임업체들이 과금정책을 바꾸면서다. 국내업체들은 정액제 라는 요금을 없애고 쓴 만큼 돈을 내는 정량제 중심으로 요금을 짰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도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혜택을 주면서 과금을 했다. 넥슨과 PC방 단체는 서로의 명분 속에 유혈사태까지 가는 극한대립을 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요금제가 굳어진 상태다. 눈치 빠른 블리자드도 이런 정책을 놓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 등의 패키지 게임에 전에 없는 정량 요금제를 붙이면서 PC방과 대립했다. 이번 '오버워치' 갈등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C방 단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PC방 과금의 기본 원칙은 정량이고,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패키지를 구입한 이용자에게 PC방 과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금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유저들의 여론이 블리자드에 우호적인 것은 PC방도 어차피 패키지를 구입한 이용자에게 정량 요금을 빼줄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PC방도 블리자드도 이용자를 우선으로 내세우지만 둘 다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는 다툼이란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면 된다. 추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혜택을 누리고 비용을 더 내든, 그렇지 않게 하든 이용자가 선택하게 하면 된다. 최근에는 정량 요금제를 도입하지 않고 무료 플레이만 가능한 PC방도 늘고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면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블리자드의 정책 변화와 PC방의 이미지 개선이다. 여전히 독보적인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처럼 한국에서만은 패키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다. 형평성을 고려해 게임 내 아이템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더 부과하더라도 이러한 방향이 장기적으로 블리자드에게 이익이다. '오버워치'가 찻잔 속에 태풍이 될 가능성도 있는 이유는 패키지를 산 일반 유저 수가 예상보다 적어 여전히 고급시계로 전략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PC방 역시 '요금=공짜게임'이란 인식을 바꿔야 한다. 20년 가까이 PC방 요금은 1000원대를 유지 중이다. 오히려 더 싼 요금을 받는데도 많다. 과열경쟁 등 외부 요인도 있겠다만 기본적으로 PC방을 '게임 하는 곳'이란 인식을 바꾸지 못해서다. 대형화,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회전율을 높이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음식이든, 시설이든, 하물며 이쁜 알바든 추가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가격경쟁으로는 제 살 깎아먹기란 것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본사 눈치 보여 차별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옆 집 눈치 보여 요금 때문에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블리자드와 PC방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 변해야 할 때지, 니 탓 내 탓 할 때가 아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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