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에 불어닥친 위기가 꼭 '오버워치'가 등장해서만은 아니다. 라이엇게임즈가 국내 이용자들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초 비인가 프로그램, 이른바 '헬퍼'로 곤욕을 치른 라이엇게임즈다. '헬퍼'와 더불어 꾸준히 지적돼 왔던 대리 게임 문제까지 겹치면서 'LoL'은 아팠다. 그러다 라이엇게임즈가 'LoL'에 솔로 랭크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곪았던 상처가 제대로 터졌다. 처음에는 솔로랭크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말을 바꾸면서 기름을 끼얹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6 시즌을 시작하면서 솔로 랭크과 팀 랭크를 통합시켰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자유 팀 대전이 그것이다. 혼자서 랭크 게임을 시작해도, 5명이서 팀을 짜 큐를 돌려도 한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 처음엔 신선했다. 지금은 불만이다.
라이엇게임즈는 'LoL'의 랭크 게임이 전반적으로 팀 플레이보다는 개인의 스킬과 독자성만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솔로 랭크 폐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LoL'은 그렇게 성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LoL'은 5대5 팀 게임이다. 5명이 협력해 적의 본진을 파괴하면 승리한다. 얼핏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해 보이지만 랭크 게임, 그러니까 과거의 솔로 랭크에서는 팀 플레이 보다 개인 실력이 우선됐다. 'LoL'이 국내에 처음 론칭됐을 때, 대부분 북미 서버에서 먼저 게임을 즐겼던 이용자들이 게임을 '캐리'했다. '캐리'는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하는 이용자를 뜻한다.
팀워크가 엉망이라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용자가 있으면 이긴다. 그리고 혼자 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활약한다. 쾌감이 상당하다. 그래서 개인 기량을 갈고 닦았다. '캐리'는 못해도 적어도 1인분, 즉 제 몫은 해야 했다. 5명 전원이 1인분을 할 때 제대로 된 팀 플레이가 나온다. 이 말은 즉 개개인의 실력이 중시된다는 말과도 같다. 그래서 경쟁하길 좋아하는 한국에서 'LoL'이 성공했다.
솔로 랭크에서의 티어(등급)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척도였다. 2016년이 되면서 랭크 티어의 가치는 떨어졌다. 한 단계라도 더 높은 티어를 달성하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실력있는 지인들과 함께 하면 금방 등급을 올린다. 그게 안되면 대리에 손을 대는 거고.
라이엇게임즈가 무슨 말만 해도 이용자들이 '역시 라이엇'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던 시절이 있었다. '플레이어 중심'이라는 철학으로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착한 게임사'로 통했던 게 라이엇게임즈다. 지금은, 색이 좀 바랜 느낌이다.
라이엇게임즈의 자유 팀 대전 도입 취지는 좋다만 지난 5개월간 많은 헛점이 드러났고, 이용자들은 솔로 랭크 부활을 원한다. 그럼에도 자유 팀 대전을 더 다듬기 위해 노력한다. 이달 초 'LoL' 공식 홈페이지에는 자유 팀 대전 방향성에 대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건 소통이 아니다. 통보지.
"팀 플레이와 개인 실력은 하나만 선택하기보다 공존해야 할 요소인 것 같다."
라이엇게임즈가 공식적으로 밝힌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이유다. 맞다. 팀 플레이와 개인 실력이 공존할 때 'LoL'은 더 재밌다.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선 순위는 정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LoL'은 '그렇게' 성장해 왔다. 이미 솔로 랭크, 개인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재미를 느끼고, 또 그렇게 게임을 해왔던 이용자들에게 라이엇게임즈의 대답은 오직 팀 플레이만을 강요하는 느낌이다. 고집이다.
초창기 때부터 라이엇게임즈는 'LoL'을 축구, 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제는 '수세대에 걸쳐 지속될 세계적 스포츠'로 목표가 확장됐다.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LoL'이 그만큼 오랫동안 서비스 돼야 한다는 말과 같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점점 줄어들면 '수세대에 걸쳐 지속될 스포츠'가 될리는 만무하다.
'LoL'은 정말 잘 만든 게임이다. 2012년 3월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4년 넘도록 순위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많은 이용자층이 즐기는 게임이다. '국민 게임'이다.
그러나 아무리 맛 좋은 음식점이라도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법이다. 하물며 옆에 서비스도 좋고, 맛도 좋은 집이 새로 오픈했다면 더더욱.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