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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고향] 닌닌! '닌자'의 기원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아홉 번째 시간에는 '닌자' 캐릭터의 기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긴키 지방 이가 시의 이가 닌자 훈련 캠프(출처: 이가 시 홈페이지)
긴키 지방 이가 시의 이가 닌자 훈련 캠프(출처: 이가 시 홈페이지)

◆'닌자'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닌자'는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게임에서 등장할 만큼 굉장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인데요.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주 출연하죠.

이런 '닌자'는 실존 인물과 실존 조직에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캐릭터로 서기 1100년대의 일본에서 등장한 첩보원과 첩보 조직을 일컫는 명칭입니다.

[전설의 고향] 닌닌! '닌자'의 기원

시노비라고도 불리던 이들은 유불리에 괘념치 않고 정면 대결만을 벌이며, 싸움에서 명예롭게 싸우다 이름을 남기기만을 원했던 당시 일본 무인들의 사상으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첩보, 절도, 암살, 파괴, 후방 교란 등의 '뒷일'을 담당했죠.

중세부터 존재해온 일종의 첩보원으로 볼 수 있는데요. 남성은 타지카라(タヂカラ, 사내 남(男)을 타(田)와 치카라(力)로 나눠 만든 단어), 여성은 쿠노이치(くのいち, 계집 녀(女)를 쿠(く)+노(ノ)+이치(一)로 나눠 만든 단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게임 속에서 처럼 암살과 파괴가 주 임무이지는 않았는데요. 실제로 막부 및 다이묘 등 국가 조직에 소속된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정보 수집과 수집한 정보의 거래를 중점으로 삼은 정보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닌자의 4대 규율, 첩보원 느낌 나네

닌자는 조닌(上忍), 주닌(中忍), 게닌(下忍)으로 나뉘어 각각 조닌은 작전 계획, 주닌은 작전 지휘, 게닌은 작전 수행을 맡았습니다.

이들이 꼭 지켜야할 4대 규율이 있었는데요. 인술을 남용하지 말 것, 모든 자존심을 버릴 것, 비밀을 엄수할 것, 신분을 노출하지 말 것 등이었습니다. 현대의 첩보원과도 통하는 바가 있는 규율들이네요.

이들은 첩보가 주 임무였던 만큼 잡입과 은닉, 잠복에 대해 조예가 깊었는데요.

초승달이 뜬 밤이나 흐린 날 밤에 잡입할 때는 짙은 남색 옷을 입고 감시를 피했습니다. 달이 밝고 별이 드문 밤에는 회색이나 엷은 적황색 옷을 입었죠.

이런 닌자복은 오히려 눈에 띌 뿐('아이온'의 닌자복 의상)
이런 닌자복은 오히려 눈에 띌 뿐('아이온'의 닌자복 의상)

이 옷은 다용도였는데요. 철분이 함유된 천연 염료로 염색해 독사와 모기의 접근을 막았고 적의 추격을 받을 떄는 옷 안쪽을 다른 색으로 염색해두고 이를 뒤집어 입어 적의 시야를 교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상의 안에는 여러 개의 주머니가 있었는데요. 임무에 필요한 화약과 바늘, 구급약 등을 맞춤해 구비했습니다. 허리띠에도 수납 공간을 마련했는데요. 장갑과 각반에는 보통 암기를 숨겼습니다.

◆닌자의 무기…수리검 말고 뭐가 있지?

장갑과 각반에 숨긴 닌자의 무기…생각나는게 있으신가요? 네 수리검, 수리겐이 떠오르실 겁니다.

널리 알려진 닌자의 무기인 수리겐(手裏劍, 수리검)은 끝에 독약을 발라서 던지는 표창인데요. 그 외에도 특이한 무기들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모양의 수리겐
다양한 모양의 수리겐

도주 시 뿌려 추격을 저지하도록 한 마름모꼴 무기인 마키비시(撒菱, 켈트롭), 밧줄에 칼을 달아 담을 넘을 때 도움닫기 용으로 사용한 시노비가타나, 독침 후키야, 칼날을 숨긴 암습용 지팡이 시코미즈에, 손톱이나 손등에 장착해 공격하는 무기인 네코테, 밧줄 끝에 갈고리 형태의 날이 달려 성벽을 오를 때 사용하는 카기나와 등이 있습니다.

마키비시, 켈트롭
마키비시, 켈트롭

사실 이런 것들 외에도 닌자의 무기는 더 있는데요. 바로 자연에 적응해 더 오랜시간 버틸 수 있게 하는 지식이었습니다. 약초와 독초에 대한 지식부터 야생동물의 습성, 밤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로 내일의 날씨를 점친다거나 달무리를 보고 비가 올 것을 예측하는 등 기본적인 천문학과 기상학까지도 익히고 있었습니다.

바늘 끝을 불에 달구거나 촛농에 묻혀 물에 띄워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북쪽을 가늠한다던가 야생에서 식수를 찾는 법 등을 기본적으로 익혔다고 전해집니다.

◆우리가 접하는 닌자는 만들어진 이미지

재빠른 움직임으로 적을 제압하거나 수리검을 던져 단숨에 상대를 침묵시키는 닌자.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런 이미지는 대부분 과장된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닌자'는 초능력 급의 '인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초인적인 스피드와 회피력은 기본일 정도니 말 다했죠.

코우가 인법첩
코우가 인법첩

이 같은 이미지는 근대 일본 무협 장르 소설의 기초를 쌓은 야마다 후타로(山田風太郞: 1922~2001)의 작품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야마다 후타로의 1958년 작 '코우가 인법첩'(甲賀忍法帖)이 대표적이죠. 이 작품을 통해 미디어에서 다루는 '소재로서의 닌자'가 크게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이후 일본 문화가 서양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닌자'는 사무라이와 함께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이에 큰 감명을 받은 서양 미디어의 과장된 해석이 현재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게 됐죠. 결과적으로 은밀하게 단독행동을 하는 '스파이'에 대한 이미지가 고착화됐습니다.

'007 제임스 본드'처럼 오락적인 캐릭터가 된 셈이죠. 나루토도 아니고 말입니다.

◆실제로 인술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이 미디어들에서 등장한 분신술,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한 '인술' 등은 실제할까요?

놀랍게도 분신술이나 각종 도법들에 대한 주문서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 가능하거나 습득가능한 것은 아닌데요. 잡입, 암살 등의 난이도가 높은 작전에 투입되는 '닌자'들의 사기를 고취시키는 동시에 부적 같은 개념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 중에서는 정말 나루토에서 나올법한 각종 손동작(수인)들도 존재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정신 수양법의 일종이었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또 아쉽네요.

◆현대의 '닌자'는 쇼, 전통을 이으려는 움직임도

'닌자'의 고향인 일본에서는 '닌자'를 지방 관광 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6개월 동안 닌자학교를 다녔다"고 밝힐 정도로 현지에서는 닌자 교육시설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닌자쇼
닌자쇼

일본의 스턴트 액션 연기자 에이전시로 유명한 JAE(재팬 액션 엔터프라이즈)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1996년 닌자 학교(The School of NINJA)를 설립하기도 했는데요.

정신과 육체의 수련을 닌자의 기본 정신에 바탕을 두고 닌자의 기원과 기술 등을 일반인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수업은 역사와 심신단련, 기술 취득, 닌자의 정신 등의 4가지 과목을 교육합니다.
 
특이한 점은 학교에 방문해 배우는 것 외에도 학생이 원하는 장소를 선택하면 출장 교습도 가능한 것인데요. 출장 닌자 과외라니…접근성이 과도하게 좋아진 것만 같습니다.

강사료로 1일 5만엔(한화 약 392000원), 조교수 사용료 1일 3만엔(한화 약 235400원)으로 다소 현실적인 가격이네요.

2015년 이가류 수리검 던지기 선수권 대회 우승자, 사가 닌자 오류(お龍)씨(출처: 우레시노시원조 닌자 마을 사이트)
2015년 이가류 수리검 던지기 선수권 대회 우승자, 사가 닌자 오류(お龍)씨(출처: 우레시노시원조 닌자 마을 사이트)

'닌자'의 이런 엔터테인먼트적인 생명은 길어진 반면 전통을 잇는다는 점에서는 위기설이 대두되기도 했는데요. 이가류 닌자술 마지막 보유자인 가와카미 신이치씨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합한 후계자가 없어 자신이 마지막 닌자가 될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속 닌자의 모습은

게임 속 닌자 캐릭터는 주로 민첩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으며 은신, 암살, 화려한 액션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죠. 특히 연계 기술을 조합해 폭발적인 데미지를 순식간에 가하는 것이 대체적인 특징입니다.

닌자는 폭발적인 데미지로 암살아닌 암살을 하는 캐릭터가 많죠
닌자는 폭발적인 데미지로 암살아닌 암살을 하는 캐릭터가 많죠

숨겨두고 몰래 던져야할 암기인 수리겐을 눈에 다 보이도록 들고 있는 것도 특징이죠.

미디어의 영향으로 본래의 이미지에서는 많이 벗어났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인 '닌자'. 로봇 닌자부터 외계인 닌자, 여고생 닌자까지 나온 마당에 다음 닌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좀비 닌자나 마녀 닌자...미친 과학자 닌자라도 나오는건 아닐까요.

'오버워치'의 로봇 닌자 겐지
'오버워치'의 로봇 닌자 겐지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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