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②] 종사자 90% 퇴직 후가 걱정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③] 대기업 취업규칙 비교해 보니…
[게임20년, 앞으로 20년④] 늙지 않는 산업을 만들기 위한 조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9조9706억 원으로 추산된다. 온라인, 모바일 게임 모두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10조 원 규모의 시장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2014년 매출액 기준 한국 게임시장은 세계 게임시장에서 6.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온라인 게임은 19.1%를 점유했다. 세계 2위다. 모바일 게임은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 등이 선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게입업계 종사자'라는 직업은 그리 매력적이진 않다. 2012년만 해도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수는 5만2000여 명이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전반에 형성됐다.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는 법안이 발의되는가 하면, 살인 사건의 배경으로는 게임이 단골 메뉴로 자리잡았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 친척들을 만나도 게임 회사에 다닌다는 말을 못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2014년에는 업계 종사자수가 3만9211명으로 급감했다. 입사하는 신입사원이 적다보니 사내 평균 연령도 높아진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걱정도 이어진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은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면서도, 미래나 전망에 대한 부분을 가장 많이 묻는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은 어떨까. 정부의 지원을 업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이 진행된다. 또 한국과 비교하면 대체로 게임 개발 인력들이 젊다.
특히 규모가 있는 개발사라도 스튜디오에 따라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가 출시 전에 없어지기도 한다. 계약할 때만해도 회사에 있었던 개발자가 게임이 나오고 퇴사해 업데이트를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어떻게보면 국내 시장은 중국과 비교하면 그래도 나은 셈이다.
국내 게임산업이 건강하게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부분 개선, 개인의 노력, 부정적인 인식 개선,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
예비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부분도 있겠지만 업무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개선됐고, 업체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그래도 아직 게임 개발하면 야근과 박봉이 떠오른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라이엇게임즈는 유연한 업무 환경이 주목을 받았다. 휴가나 병가에 제한을 두지 않고, 본인들이 알아서 스케줄을 짜서 일을 한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해도 된다.
도전,사내 분위기, 보상, 자부심, 의사소통, 직장 상사 등으로 이뤄진 6개 항목의 직원 설문에서는 100점 만점에 평균 96점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직률도 낮은 편이다.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오브레전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각 회사마다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지만 아직 정년퇴임을 한 사례가 없다보니 불안감은 가중된다. 또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다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미래를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자산관리전문가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김경록 소장은 노후 준비를 위해 '반연금 반기술'을 강조했다. 말 그대로 반은 연금, 반은 기술이다. 연금으로 어느정도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야 하고,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하기 위한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기술과 실력을 갈고 닦아 창업을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창업 외에도 일본에서는 개발자들이 퇴직 후에도 게임 개발 강사나 관련 책을 쓰는 등 전문성을 계속 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젊고 건강하게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한 국내 게임업체 대표는 "셧다운제나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등 게임이 원천적으로 나쁜 것으로 인식이 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게임업계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상황을 전한 바 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말에 밝힌 3차 게임산업부흥 중장기 계획 3대 전략에는 '게임 인식 제고를 통한 가치의 재발견'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광고를 내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VR 등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지원은 좋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종사자들을 위한 법안이나 제도적 장치 등의 마련도 필요하다. 지금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더 뛰어난 인재가 게임업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절실하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