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드게임즈 한정현 대표가 2015년 인터뷰 당시 했던 말이다. 그랬던 그가 이전과 동일한 신념으로 개발한 신작을 안고 돌아왔다. 지난 해 10월 첫 작품 '페인트히어로즈' 이후 9개월 만의 신작인 'LOG: 항해의시작'(이하 로그)은 그렇게 출시됐다.
'로그'는 새로운 장르인 타임라인 기반 RPG로 SNS를 이용하듯 시간 순서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가 텍스트로 진행된다. 색다른 게임성 덕분인지 본격적인 마케팅과 업데이트가 시작되기 전임에도 구글플레이 기준 인기 80위 권에 랭크 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이미 지난 5월 잦은 버그와 서비스 지연 등으로 이미 한 번의 '회항'을 했기에 그 각오가 남다르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해 출항한 '로그'에 대해 알아보자.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디자이너님 갈리셨네
'로그'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쏟아지는 골드부터 캐릭터,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그래픽이 도트로 이루어져 있다. 총 100여 개의 네임드 모험가와 각종 선박, 아이템, 이벤트 이미지 등의 도트 그래픽을 보다 보면 다른 작업보다 배의 시간이 걸리는 도트 그래픽 작업에 시간과 체력과 시력을 갈아 넣었을 그래픽 디자이너분에게 심심한 위로와 경애하는 마음이 동시에 우러러 나온다.
최소화된 UI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돼 따로 설명 없이도 어느 버튼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게임 만큼이나 UI도 크게 단순화되어 있다. 게임도 일견 단순해 보인다 크게 전략을 즐기기 보다는 유닛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때마다 클릭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다만 재미도 단순하지는 않다. 다양한 재미가 빽빽하게 구성돼 있다.
◆악명VS.명성, 당신의 선택은?
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처음부터 방향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해적으로 악명을 떨칠 것인지, 점차 높은 지위를 얻으며 국가에 소속돼 명성을 날리는 최종적으로 작위를 노리는 모험가가 될지를 말이다.
해적과 모험가는 그 특성에 따른 이점과 패널티가 존대한다. 해적은 전투에서 승리 시 더 많은 돈을 약탈할 수 있지만 패배 시 더 많은 금액을 빼앗기고, 모험가는 전투 시 이점은 없지만 더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도록 일정 작위 이상은 왕국에서 지원하는 후원금 이벤트(광고) 등으로 얻는 돈이 더 많다.
방향을 정했다면 바로 배를 타고 항해에 나서면 된다. 항해하는 동안 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타임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기본 콘텐츠다. 항해하는 동안 무역을 하기도 하고 보물이나 유물을 발견하기도 하며 사기에 당하거나 풍랑, 약탈을 당해 손해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항해로 돈과 아이템들을 벌어도 당장 그것이 자산이 되지는 않는다. 항해를 나간 배들이 회항해 항구에 돌아와서 정산을 끝내야 비로소 이용자의 것이 된다. 때문에 아무리 장시간 항해에 나서더라도 회항을 누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회항을 잊지 않도록 하자.
◆메인 콘텐츠, 유물 등록 '경쟁'과 어드벤처 모드 '주사위'
위에서 설명했던 각 성향이 일정 수치에 달하면 진급 시험을 통해 직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문제는 초보 시절 '연습 문제' 코너를 통해 힌트가 주어지며 대부분 '로그'의 게임 속 내용으로 꾸며진다. 본인의 경우 해적이 되는 악명 수치와 네임드 캐릭터 '발리스타'의 무기에 대한 문제였다.
이렇게 진급 시험도 치고 항해를 진행하다 보면 한 시간에 한번씩 열리는 도전 모드 '어드벤처 모드'가 당신을 맞이한다.
각기 레벨에 따른 참가비를 지불해 어드벤처 모드에 입장하면 어드벤처 모드에서만 쓰이는 UI와 아이템들이 이용자를 맞이한다.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모토로 하는 이 특별 모드는 이용자가 팀에 배치한 캐릭터가 모두 참여하는 인스턴트 던전이다.
이 모드에서 이용자의 캐릭터들은 이용자가 굴린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 각기 이득과 손해를 계산한다. 입장료를 해당 게임의 판돈으로 들고 시작해 한번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이 입장료에서 10%의 돈을 추가로 지불하게 되며 모든 주사위를 소모하면 게임이 끝난다. 어드벤처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사위 및 여러 아이템들은 보물 상자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각 캐릭터마다 득실을 계산하게 되므로 이용자가 성장해 함대가 커질수록 어드벤처 모드의 결과값도 커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모험에서 얻을 수 있는 돈의 몇 배를 한 순간에 얻을 수 있으므로 '로그'를 즐기는 이용자들은 어드벤처 모드가 열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어드벤처 모드가 종료된 후 모든 재화를 걸고 2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음유시인 엔피씨의 존재다. 총 5번의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이 음유시인 엔피씨는 그야말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명언을 항시 되새기게 해준다.
또한 모험 도중 각종 유물을 얻을 수 있다. 이 유물들은 각기 다른 효과를 지니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시즌 유물'의 존재가 특이하다. 이 시즌 유물은 같은 유물을 발견한 다른 사람과 유물 발견 신고서와 유물 등록 우선권을 사용해 경쟁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한 명만이 게임 내 서버에 유물 발견자로 영원히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일종의 경쟁 콘텐츠인 셈이다.
◆확률 공개가 왜 어렵나요?
용병, 상인, 탐험가 3종류의 클래스로 나눠진 100여 명이 넘는 네임드 영웅들은 뽑기와 승급, 트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수한 조건을 달성해야만 얻을 수 있는 '히든 영웅'도 존재한다.
이들은 모집란에서 골드로 고용할 수 있는데, 2단계인 모험가 소집령까지는 골드만으로 이용 가능하다. 물론 그 위 단계의 모집도 4~5성 확정 모집서를 제외하면 모두 얻을 수 있는데, 7명을 단번에 모집하는 묶음 상품을 구매하면 윗 단계의 모집서 1개를 제공하는 식이다.
모든 모집서를 클릭하면 각 등급별 획득 확률이 표시되며, 사용하지 않는 용병 3명을 소모해 다른 용병으로 교환할 수 있는 트레이드도 마찬가지다. 게임을 조금만 즐겨도 3~4성은 금방 얻을 수 있다. 5성은 조금 힘들지만 상점에서 랜덤하게 각 등급 승급권을 판매하므로 열심히 항해해 돈만 모은다면 굳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유닛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시 10일이 갓 지난 신작 '로그'는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지만 소규모 개발사의 경험 부족으로 디테일한 부분에서 수정이 필요한 포인트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에피드게임즈 측도 이에 십분 인정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대규모 패치 전 게임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