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두 개관에 마련된 VR 전용전시관에는 현지 업체들이 개발한 자체 VR 기기와 수많은 콘텐츠들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플레이스테이션VR부터 오큘러스리프트, HTC바이브, 폭풍마경, 디푼, 이머렉스 등 이름이 알려진 VR 업체의 것 뿐만 아니라 중소 개발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 수백 종이 함께 전시됐다.
VR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줄은 유명 개발사가 집중된 N2관에 마련된 인기 모바일, 온라인 게임 이용을 위한 길보다 훨씬 길었다. 체감형 게임(Full-body-experience video game)을 앞세운 VR 전용전시관이 많은 이용자들의 흥미를 잡아 끈 것이다.

특히 '차이나조이2016'에서 발표된 중국 VR 게임들은 현재 VR 장르가 가장 활발히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미와는 또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VR 기기를 이용한 체험을 위주로 개발되는 북미와는 다르게 보다 게임적인 재미에 입각한 e스포츠, 어트렉션, PVE, PVP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이에 데일리게임은 중국 현지에서 활동중인 이토이랩 박종하 CEO와 상하이 더드림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의 크레이지 COO, IGS 정웅모 게임사업 본부장, COG 마이클 첸 대표에게 중국 현지의 VR 시장 상황과 한국 VR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중국의 VR 시장은 '성장기'
'차이나조이2016'에서 기존 오큘러스나 HTC VR 기기 같은 방식의 하드웨어 외에도 독특한 형태의 VR 기기가 많았다. 지금까지의 VR 기기는 머리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시야가 제한돼, 입력장치에 대한 한계가 명확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현지 게임사들은 각 게임별 하드웨어를 추가하거나 통합 추가 입력 장치를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입력 수단을 늘렸다. 한 업체는 VR기기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해 AR(증강현실)과 VR을 융합하는 색다른 시도를 보이기도 했고 아예 하드웨어 추가 없이 헤드트래킹과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적용해 각종 제스처로 액션을 입력하기도 했다. 보다 능동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VR 게임을 개발 중인 이토이랩 박종하 대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 중국 VR 시장은 방향성을 잡아가는 성장기"라며 "당초 이토이랩도 VR 기술 개발이 가장 활성화된 북미 시장을 주 타겟으로 삼았지만 지난 'E32016'에서 의외로 중국 바이어들의 VR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중국 VR 시장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상하이 더드림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크레이지 COO도 중국 VR 시장이 성장기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많은 VR 관련 업체가 생겨나며 시장이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지만 아직 열매를 맺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크레이지 COO는 "물론 수많은 VR 게임 개발사가 생겨나고 있지만 자본 유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콘텐츠와 하드웨어는 나날이 발전하지만 시장 성립은 아직 멀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VR 하드웨어와 콘텐츠는 중소 개발사나 스타트업이 주로 개발하고 있고 대기업들은 VR화에 적합한 IP만을 찾고 있는 상태"라고 중국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의 VR 시장은?
반면 한국 시장은 어떨까. 현 정부가 VR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지원사업을 펼친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현재까지 결과물은 없다. 정부 발표에 따라 VR 관련주로 묶인 게임주 주가가 연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새로운 작품이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급상승했던 게임주들도 금새 하락세로 돌아섰고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 중인 게임주들도 이전 개발작으로 인한 영향일 뿐 출시 시기 및 테스트 시기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 지원이 크게 미진한 상태다. 예산을 책정해 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이전 모바일 게임 시장을 성장시켰던 배경인 셧다운제 유보와 업계 자율 심의안처럼 산업을 이해한 제반 환경 다지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IGS 정웅모 게임사업 본부장은 "정부 사업으로 VR 연구반을 진행했다"며 "VR 시장이 게임 시장의 한 축으로 올라설 경우 서비스 운영과 QA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연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VR 게임이 빠르게 한국 게임 시장에서 주류로 올라선다는 데에는 그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언젠가 그 날이 올 테지만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지난 달 초에는 기기 전파 인증과 관련해 VR의 특수성을 인정해주지 않아 국내 최초로 오픈될 예정이었던 VR방의 오픈일이 미뤄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VR 게임사들도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는 져버린 상태로 한국 개발사가 발표한 VR 게임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VR 게임 개발사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최정환 부사장은 "국내 VR 게임사는 물론 스코넥도 국내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며 "VR 게임을 출시할 제대로 된 플랫폼도 없는 상태라 해외에서 서비스 중인 스마트 TV 등의 플랫폼에서 회사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종하 대표는 "VR은 체험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이 차이가 엄청난 기술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이 VR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현재는 콘텐츠를 만드는 속도보다 제도상으로 필요한 부가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많은 수준"이라며 VR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VR의 돌파구는 '퀄리티'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단위를 낮춰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하드웨어 시장에 중소기업이 뛰어들기는 상당히 까다롭다.
또한 현재 중국 VR 시장은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VR 기기가 개발·생산되고 있다. VR 내수 시장이 거의 없는 국내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게다가 스타트업 개발사들이 만들어나간 모바일 게임 시장과는 달리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VR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태다. 구글, 페이스북,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서로 VR 기기에 기반한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국내 업체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박종하 대표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바로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넘어온 국내 게임 업계에는 고 퀄리티 그래픽이 가장 큰 장점인 언리얼 엔진을 잘 다루는 개발자가 많다"며 "이를 이용해 하드웨어를 이미 선점한 중국에 대항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업체는 하드웨어는 굉장히 잘 만들지만 게임 콘텐츠와 그래픽의 퀄리티가 준비가 덜 된 상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이클 첸 COG 대표도 그에 동의했다. 그는 "한국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무조건 그래픽 퀄리티이며 탄탄한 IP와 기획력은 그 다음"이라며 "이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이던 한국 업체가 다시 이런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