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했던 '에오스'에서 일어난 일을 살펴보려 합니다. 출시 직후 벌어진 일이라 그 여파가 더 크기도 했던 사건인데요. 이 사건으로 게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에오스'는 어떤 게임?
'에오스'는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를 맡고 엔비어스가 개발한 MMORPG인데요. '리니지2' 프로그램 팀장 및 메인 개발자들이 모여 세운 회사인 만큼 개발 착수 발표부터 정통 판타지풍의 MMORPG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가 높았습니다.
개발 초기부터 본연의 재미와 MMORPG의 정통성을 방대한 콘텐츠 속에서 구현하겠다고 밝혀 기대가 더욱 커지기도 했죠. 그렇게 2013년 9월11일 론칭된 '에오스는' MMORPG의 기본적인 콘텐츠를 충실히 구현한데다 모바일 앱으로 채팅, 판매소, 우편함, 인벤토리 관리도 지원해 편의성에서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전문 '힐러'가 없는 MMORPG를 표방해 모든 클래스가 딜러인 동시에 힐러이기도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요. 그만큼 물약 소비가 크기도 했습니다.
이런 독특한 장점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출시 5일 만인 16일에는 게임트릭스 기준 피씨방 점유율 9위에 오르기도 했죠. 그런 '에오스'에게는 지울 수 없는 멍에가 있었으니, 바로 '1000골드 쿠폰'입니다.
◆쿠폰? 그게 뭔데 그래
9월 11일, 오전 10시에 정식 오픈한 '에오스'는 가맹 PC방을 대상으로 홍보 이벤트를 위해 업주들에게 게임머니 1000 골드를 획득할 수 있는 'PC방 사장님을 위한 특별한 금괴' 쿠폰을 제공했는데요. 게임 서비스를 맡은 NHN엔터테인먼트는 쿠폰을 제공하며 PC방 업주들이 PC방 이용자 모객에 이용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1000골드가 어느 정도의 액수냐 하면, 무려 최고 레벨인 60레벨 캐릭터 3개를 만들며 입수한 모든 골드를 모아야 할 정도의 액수였습니다. 어마어마하죠. 한 캐릭터의 만 레벨을 달성하는 동안 모든 골드를 모아도 평균 300골드 남짓인 셈이니 대박 쿠폰인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쿠폰이 이 쿠폰을 받은 일부 PC방 업주가 자신이 받은 쿠폰 스크린샷을 일부 커뮤니티에 자랑하거나, 이를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하는 일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는 1000골드가 현금 100여 만 원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게임 론칭도 하기 전부터 골드 거래 글이 올라와 있는데다 론칭 직후에는 더 늘어나고 있으니 방금 게임을 시작한 이용자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요. 한 시간 가량을 사냥해도 50골드를 모으기 힘든 초반인데 몇 천 골드씩을 팔고 있으니 서버가 해킹 당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회수는 했지만 피해규모가 '어마 어마'
사태를 파악한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특정인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홍보차 진행된 이벤트였으며, 문제가 된 모든 쿠폰과 관련 골드를 추적하여 회수 처리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가맹 PC방은 전국에 1만2000여 개나 되는 어머 어마한 수 였고, 이 중 312명의 가맹 업주가 쿠폰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소 312개의 쿠폰 중 69개의 쿠폰이 중지 조치 전에 사용됐다는 게 NHN엔터테인먼트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는 약 6만9000 골드에 해당되는 게임머니로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아 10~30 실버를 얻는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액수죠.
공지가 나온 직후에도 골드 회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후에나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론칭 직후부터 벌어진 일이기에 논란은 일파만파. 이용자들이 대거 몰리는 오픈 초기와 맞물려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내용이 빠르게 전파됐죠.
이로 인해 정식 서비스 첫 날부터 네이버 기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랭크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이슈는 아니지만 어쨌건 게임을 크게 알린 셈이죠.
◆막을 수 있었던 사태
이 사건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예방할 수 있었던 사태였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점인데요.
PC방 혜택으로 게임 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골드'를 준 것 부터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 골드로 인해 론칭 직후부터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임은 안 봐도 뻔 한 일인데,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현금을 사용해 골드를 구매하지 않은 게이머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죠. 게다가 MMORPG는 '현금 거래'가 흥해야 성공한다는 국내 MMORPG의 암묵적인 불문율을 의식한 행동이 아니냐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기도 합니다.
당시 여러모로 NHN엔터테인먼트의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었습니다.
◆결국 서비스 종료, 그런데 부활을?
2013년 9월 11일에 공개서비스에 돌입한 '에오스'는 한 달 만에 매출 40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 했지만 게임 밸런스 조정과 업데이트 붐업에도 연이어 실패하며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요.
아울러 지난해 8월 성남시가 NHN블랙픽에 '30일 영업정지'를 내린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는데요. 법적 처분으로 게임 서비스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 수많은 이용자들이 빠져나갔습니다. 영업정지 자체는 수원지방법원이 NHN엔터테인먼트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3일 만에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지만 한 번 빠져나간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순 없었죠.
결국 2개월 뒤인 10월 서비스를 한 '에오스'는 그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에오스가' 올해 한국에서 다시 재 오픈을 한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지난 4월 미스터블루가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에오스'에 대한 자산 양수도 계약을 통해 이 게임의 지적재산권(IP)를 확보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인데요.
조승진 미스터블루 대표는 국내 퍼블리셔와의 계약을 통해 빠르면 7월, 늦어도 9월께 국내 재론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에오스' 개발인력을 포함한 IP 일체를 인수를 통해 취득했다고 하니 껍데기만 다시 살아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에오스'가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기대가 되네요.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