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최근 문화부는 셧다운제 폐지,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취소 등을 추진하면서 온화한 기류를 형성하기 시작한 터라, 조 장관의 등장이 다시금 게임업계에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일단 기자는 우려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인이라면 어느 때라도 굽힐 수 없는 정치적 소신이 있다. 이념과 사상, 핵심 가치 등이 그것이다. 소신이 바뀐 정치인에게는 비난이 따른다. 과거 386세대로 민주화를 이끌던 정치인들이 기득권이 되면서 소신을 바꿨을 때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을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행정가는 다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주 분야가 있고 주어진 자원으로 최대한 능률과 효율을 끌어내야만 한다. 조 장관이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와 문화부 장관인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행동을 취하는 것은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된다.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여가부 장관으로서는 셧다운제가 바른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이를 부정하면서 여가부 장관직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었겠나. 시민단체와 해당 전문지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문화부 장관이 된 지금이라면 여가부 장관 때와 동일한 스탠스를 유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부처가 다른데 당연 문화부 장관으로서 관장하는 영역의 발전에 힘을 써야만 한다. 게임산업의 진흥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이상, 기존의 폐지 흐름에 제동을 걸 수는 없을 것을 것이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는 여가부와 문화부가 합의한 사안이다. 그리고 그 큰 그림은 청와대가 그렸다고 알려졌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무수석을 지냈던 친박 인사다. 정치적 소신이 아닌 행정적 판단만으로 청와대의 뜻을 거스를 이유가 없다.
조윤선 장관이 여가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 덕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진흥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도 있다. 지금까지 규제의 근간에는 청소년이 있었고 저쪽의 주장에 치우쳐 진행이 돼 왔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지금 산업계를 보면 안다. 조 장관이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 이것은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라 주무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무라는 것도 잊지 말았음 좋겠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