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카드 RPG라는 어떻게 보면 흔한 장르의 게임인데도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개발사인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와 '확산성밀리언아서'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꾸엠 등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특 A급 일러스트를 살아숨쉬게 만들겠다는 김형태 대표의 의지를 보여주듯 Live 2D를 적용한 움직이는 일러스트까지 채택해 더욱 기대가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 3월 무기한 연기 이후 5개월만에 게임 전반을 개선해 돌아온 '데스티니차일드'를 체험해보자.
◆흔한 장르라도 김형태가 하면 '다르네'
국내 모바일 RPG 중 카드 형식을 취한 게임은 아닌 게임을 찾아보는 것이 더 힘들정도로 굉장히 흔하다. 하지만 게임 퀄리티에 대한 일념으로 당일 연기로까지 이어간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의 고집으로 낳은 '데스티니차일드'는 일반 몬스터 일러스트에서도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게임을 켜자마자 눈에 띄는 일러스트들에서 김형태 대표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터운 팬층이 있는 김형태 대표인 만큼 게임의 큰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 영상 공개 당시 문어가 흐물거리는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던 Live 2D 기술도 개선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다만 김형태 대표 특유의 육감적인 일러스트가 많기 때문에 주 게임 이용 장소인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에서는 밝은 화면으로 게임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개발사 측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기본 설정에 '지하철 모드' 옵션을 마련해뒀다.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면 현재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의 모습을 검게 처리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용자들의 사회적 입장을 고려해 어디서라도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느껴진다.
◆몰입도 높은 스토리라인
튜토리얼부터 전개되는 메인 스토리와 이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되는 전투들은 게임에 몰입하게 해주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캐릭터들과 게임 세계관의 설정도 괜찮은 편이다. 마왕 후보생인 주인공은 지상으로 내려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심지어 원룸에서 자취를 한다.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도 수월하다.
또한 메인스토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음성이 지원돼 게임 퀄리티를 더욱 높여준다. 다만 다른 성우의 열연에 비해 주인공 성우의 연기는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게임의 배경을 서울로 잡아 강남, 논현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빼다박은 배경에서 일상적인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이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것들을 게임 소재로 녹여내기도 한 점도 강점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개편된 전투 콘텐츠
지난 3월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CBT 당일 연기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며 직접 영상에 출연해 이용자들에게 사과했다. 영상에서 김형태 대표가 가장 강조한 것은 전투와 성장 등 주요 콘텐츠의 전반적 개편이었다.
수 많은 욕을 들어가며 연기한 만큼 개선된 전투, 성장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CBT를 통해 실제로 경험해 본 전투시스템은 '리듬게임 같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에서 기본 공격은 자동으로 나간다. 스킬 게이지가 가득차면 스킬 아이콘을 클릭해 일반 스킬 공격을 가하고. 아이콘을 위로 슬라이드하면 슬라이드 스킬을 가할 수 있다.
이렇게 공격을 지속해 드라이브 게이지를 채우면 필살기 급의 드라이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스킬 게이지가 아닌 파티가 공유하는 게이지를 채워 각 상황에 맞는 캐릭터의 드라이브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드라이브 스킬은 일반 스킬과 다르게 타이밍을 맞춰 발사하고 이에 따라 대미지가 달라지는데, 최대 150%까지의 대미지를 가할 수 있다. 이를 모아 다시 피버 타임이라는 8초간의 스킬 난사 콤보를 가할 수도 있다.
크리티컬이 터질 시 괜찮은 타격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리듬감 있게 진행되는 전투와 전투 중 여러 연출로 등장하는 일러스트 덕에 자동 전투를 진행하며 게임을 구경하더라도 지루하지 않았다.
단점으로는 전투가 너무 정신없이 진행되는 느낌이 있어 화면을 계속 지켜보는 이용자의 경우 게임 피로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화면 곳곳에서 등장하는 일러스트와 화려한 이펙트도 이때만큼은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수동전투의 매리트가 적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모든 캐릭터는 다섯가지의 상성을 가지고 있지만 타겟을 설정할 수 없어 자동으로 지정되는 타이밍에 맞춰 스킬을 난사해야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계속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조금만 놓쳐도 다른 몬스터에게 스킬을 사용해버리기 십상이다.
◆커스터마이징과 다양한 콘텐츠도 '꿀잼'
'데스티니차일드'는 시나리오 진행에 따라 메인화면을 꾸밀 수 있는 기본 배경과 시나리오 배경 등의 아이템이 주어진다. 메인화면에 떠있는 자신이 택한 캐릭터와 어울리는 배경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배경은 차후 더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다리는 재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본 스토리 던전인 월드맵 외에도 10레벨부터 이용 가능한 '밤 세계' 맵에서는 PVP 콘텐츠인 '데빌 럼블', 재료나 골드, 특정 차일드(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 '이벤트 던전', '언더그라운드', '탐험', '온천' 등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
친구끼리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는 코인 자판기에서는 크리스탈,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져 나왔다. CBT 한정이겠지만. 하지만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포인트가 많을수록 자판기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테니.
'데스티니차일드'는 높은 기대 속에 첫 CBT를 시작했다. 일정을 늦추면서까지 진행한 CBT,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는 가능하다. 단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김형태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