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입법화를 추진 중인 한 국회의원 보좌관의 말이다. 노웅래, 이동섭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입법 토론회’를 개최한다기에, ‘게임업계 인사는 참여 안 하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에 대한 정서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 확률형 아이템만 놓고 보면 게임업계 편이 없다. 셧다운제나 다른 규제에 대해 늘 지지를 보내온 전문 기자들도, 유저도 등을 돌렸다. 국회가 나서서 이용자 보호권을 주장하니 유저들은 열광하고 환호를 보낸다. 자율규제가 문제가 있고 보완이 필요하다 말해왔지만 입법이 진행되는 동안 게임협회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인 게 없다.
이 토론회가 업계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게임의 주요 매출원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규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법안이 생길까 관련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그 압박감은 셧다운제 이상이다. 누군가는 몰매를 맞더라도 나서서 자신들의 입장을, 의견을 말해야 하지만 역시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법을 만들기 전에는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 그 주된 수단이 토론회다. 그래서 토론회에는 이해관계에 따라 격론이 오간다. 이견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를 설득하면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도록 유도한다. 이번 토론회에는 주무부처인 문화부 과장, 확률형 공개를 주장해 온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을 제외하곤 다 교수들인데 게임업계를 대변해 줄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협회측은 이해 당사자인 자신들 보다 ‘교수님’들의 논리와 권위에 기대는 걸로 보이지만, 그들이 과연 게임업계 입장에서 이 법안에 대한 우려를 진정성 있게 풀어낼지는 미지수다. 몇 몇 친 게임업계 교수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성난 여론 앞에 그들이 역할을 다 할 수 있었을까. 반대로 정말 이들이 게임업계의 아군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에 대한 도움을 준 적이 있었는지를 업계에 되묻고 싶다.
소나기가 올 조짐이 보이면 비를 피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게임업계는 항상 늦다. ‘선제적 대응’이란 것이 없다. 언제나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흘러갈 뿐이다. 지금까지 규제를 보자. 고포류 규제를 한다고 하니 공중파 캠페인을 벌이고, 셧다운제가 목전이니 시민단체 힘을 빌리고. 그것 이상으로 주체적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법적규제 보다는 자율규제가 좋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도 게임업계가 그렇게 할 의지가 있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협회의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9월 초중순에 협회가 강화된 자율규제안을 내놓다고는 하지만 토론회를 통해 여론을 확인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행보를 멈출까.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고, 게임업계와 협회는 또 ‘때가 늦었음’을 한탄할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