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회사가 대작을 만든다고 사람들 모으는데 조건도 좋으니까 가볼까 싶어”
게임업계의 흔한 이야기다. 전문인력들이 모인 곳이니 이직이 자유롭다. 평균근속 연수가 5년이 안 되는 회사가 부지수다. 이합집산이 자유롭다. 사측도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자르는 일에 부담이 없는 듯 하다. 만남도 헤어짐도 ‘쿨’하다.
일상이 돼버린 이직과 구조조정.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이란 단어가 생겨난 이 시대에 애사심이나 평생직장을 운운하는 게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IMF와 함께 사라졌는데, 최첨단을 달리는 IT업계서 그런 걸 찾는다면 ‘아재’란 얘기 듣기 딱 좋다.
그런데 이게 정상인지는 모르겠다. 아재라서 그런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부침이 심한 업계의 특성이 이러한 현상에 한 몫 했겠지만 회사는 직원을 소모품으로, 회사를 월급 주는 곳으로만 인식하는 게 불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능력 좋은 직원들을 구조조정이란 이유로 자르고 상황이 나아진 회사, 못 봤다. 마찬가지로 좋은 조건만을 좇아 여기저기 옮긴 능력자는 결국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중국 자본이 주도하는 회사서 코딩하고 있더라.
누구 책임일까. 프로젝트 별로 메뚜기를 뛰는 개발자들, 아님 그런 저런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들?
우선 책임은 회사다. 청년재벌이 탄생하는 이 업계서 억대 몸값을 자랑하는 개발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아는 사람은 안다. 같이 밤샘 노력했는데 경영진만 부자가 돼 버리는, 그래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이 오래 전부터 이직 현상을 부추겼다고 본다. ‘잘 해줬더니, 뒷통수 치고 나가더라’는, ‘열심히 했더니 자기만 배불리더라’의 평행선이다.
대표들은 직원들이 내 일처럼 일 해주길 바라지만, 그런 대표들 조차 직원들의 장기근속에 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에 인색하다. 일부 회사만 장기근속에 따른 유급휴가, 격려금을 제공한다. 나머지는 오히려 눈치밥을 먹는다. 일상이 된 이직은 그러한 연장선에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1세대가 지나지 않은 게임업계도 곧 정년을 맞는 사람들이 생긴다. 산업이 젊다고 해서 사람까지 ‘젊어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강박이라도 생긴 건지, 숙련된 직원들을 내보내는 회사들을 보노라면 답답하다.
문제도 많지만 장기 근속한 직원들에 대한 처우 하나만은 확실한 블리자드. 근속 연수에 따라 상징적으로 반지와 방패, 검을 주면서 독려하는 것을 보면(물론 더 한 혜택도 있다), 우리도 이런 거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러움이 든다.
‘애사심이 뭔가요?’라고 묻는 직원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회사가 너무 좋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먼저지 아닐까. 첨단을 달리는 산업이지만,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