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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게임 만들다 군사 재판? '메달오브아너'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는 데인저클로즈에서 개발한 FPS 게임 '메달오브아너'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편인 '메달오브아너: 워파이터'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제를 몰고다닌 이 시리즈는 실제 역사 고증에 굉장히 큰 신경을 써 만든 게임인 만큼 그와 관련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게.이.머] 게임 만들다 군사 재판? '메달오브아너'

◆'메달오브아너'는 어떤 게임?

'메달오브아너'는 데인저클로즈에서 개발하고 EA에서 유통한 FPS 게임으로 '워파이터'는 그 중 마지막 타이틀이었습니다.

1999년 가을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첫 타이틀이 발표된 '메달오브아너'는 독특하게도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는데요. 1997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던 그는 영화 배급을 담당하고 있던 드림웍스 픽처스의 소개로 영화 기반 게임 개발사 드림웍스 인터렉티브를 만나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FPS를 만들자고 제의했습니다.

[게.이.머] 게임 만들다 군사 재판? '메달오브아너'

제안을 받은 드림웍스 인터렉티브는 당시 FPS 장르에서 2차 세계 대전 같은 낡은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꽤나 모험적인 이야기였기에 망설였지만 스티븐 스틸버그 감독의 수차례에 걸친 설득에 해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죠. 그렇게 '메달오브아너'의 첫 타이틀 개발이 시작됩니다.

'메달오브아너'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고증이었는데요.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고집에서 기인했습니다. 그는 군사 자문으로 '플래툰',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다양한 전쟁 영화에 단역 및 군사 자문역으로 참여한 데일 다이(Dale Dye)를 참여시켰는데요.

영화 '라이언일병구하기'에도 데일 다이가 출연했다
영화 '라이언일병구하기'에도 데일 다이가 출연했다

데일 다이는 베트남 전쟁 참전자로 동성무공훈장을 받은 전역 군인으로 80년대 후반 이후로 거의 모든 헐리우드 밀리터리 영화의 군사 자문으로 활약했습니다.

인게임 나레이션까지 맡은 그는 특유의 꼬장 꼬장한 목소리로 많은 이용자에게 실감나는 군 생활 체험을 선사하기도 했죠.

◆타이틀명부터 태클

'메달오브아너'의 출시를 목전에 둔 시점에 악재가 연이어 쏟아졌는데요. 미국 콜로라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원인으로 잔인한 FPS 게임이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범인 두 명이 평소 FPS 게임을 즐겼다는 이유였죠.

명예훈장 수훈자 협회
명예훈장 수훈자 협회

게다가 명예훈장 수훈자 협회에서도 '메달오브아너'를 개발 중인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이런 폭력적인 게임에 명예훈장의 이름을 부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메달오브아너'는 본래 미군의 최고 훈장인 명예훈장을 가리키는 단어였기 때문인데요. 이 훈장은 몇 년에 한 번 수훈자가 나올 정도로 군인에게는 최고 영예에 가까운 훈장입니다.

편지를 전달받은 개발진은 고심 끝에 명예훈장 수훈자 협회 관계자를 초청해 직접 '메달오브아너'가 어떤 게임인지 설명했습니다. 게임 제작과정과 콘셉트를 설명하고 '미군의 명예를 더럽히는 게임'이 아니라 '나치에 맞서 활약한 미군 영웅을 그린 이야기'임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군사 자문을 맡은 데일 다이도 설득에 나섰죠.

결국 개발진의 필사적인 설득에 명예훈장 수훈자 협회는 '메달오브아너'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고 결국 게임이 무사히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특수부대원의 기밀 누설

해당 사건을 다룬 당시 외신 기사
해당 사건을 다룬 당시 외신 기사

이후 승승장구해온 '메달오브아너' 시리즈. 그런데 2012년 10월 출시된 마지막 타이틀 '메달오브아너: 워파이터'에서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게임에 자문을 한 특수부대원들이 작전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것인데요. EA와 계약을 맺고 군사 자문을 맡았던 미 해군 특수전개발단(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 이하 DEVGRU) 특수부대원들이 기밀 사항을 위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적인 기밀을 유지해야만 전우들의 생존율이 오를 수 밖에 없는 특수부대원이 돈을 받고 정보를 넘긴 것은 동료를 판 셈이라는 비난도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그들과 EA를 연결해준 중개인이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에 참가한 뒤, 비밀엄수 서약을 깨고 'No Easy Day'라는 책까지 냈던 전직 DEVGRU 대원 매트 비소넷(필명 마크 오웬)이었기에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들 요원들의 혐의는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일에 대해 상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고 또 하나는 게임 제작자들에게 특수 부대에서 사용하는 특수 장비를 무단으로 보여 준 것이었습니다.

[게.이.머] 게임 만들다 군사 재판? '메달오브아너'

결국 7명 모두 법정 처벌은 없이 2개월간 월급의 반을 감봉받는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또한 다른 부대로 전출되었으나 여전히 현역으로 근무 중인 4명의 다른 요원들도 비슷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고요.

미 해군 특수전 부사령관 게리 보넬리 제독은 "미 합중국 해군으로서 우리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정보는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며 "이를 벗어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비 씰 대원이 반드시 서명해야하는 비밀엄수 서약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죠.

이렇게 실제적인 위한 고증을 위해 진통을 겪었던 '메달오브아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출시된 게임의 고증과 특수 부대들의 구현이 형편없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결국 '메달오브아너' 시리즈의 추가 개발을 중지 선언을 하기에 이르는 결과를 낳고 말았죠.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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