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쇼핑몰마다 참여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무작위로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원칙은 동일하다. 구매금액에 따라 박스를 주기도 하고, 현장서 직접 살 수도 있다. 수량은 정해져 있어 구매욕을 자극한다. 부분유료화 게임에선 익숙한 풍경이지만 결정적으로 큰 차이는 ‘꽝’이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을 사면(럭키박스 때문에 쇼핑을 더 하는 사람도 있겠다만), 럭키박스를 받는다. 안에는 상품권부터 다양한 생활용품이 들어있다. 현금으로 사는 럭키박스에도 최소 그 현금가치 이상의 물건이 포함됐다.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최소한 들인 돈에 밑지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럭키박스가 인기가 많은 이유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모바일게임 ‘클래시로얄’이 9월 말부터 매출이 급증했다. 국내서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4~6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제2의 전성기다. ‘특가상품’ 아이템이 추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게임은 현금으로 보석을 구매해, 캐릭터 카드를 얻을 수 있는 상자나 ‘골드’라는 게임머니를 살 수 있다.
그런데 이 특가상품은 기존 보석에 상자나 골드를 더 준다. ‘만원에 보석 몇 개’라는 정가에 덤을 더 얹어주는 것이다. 어차피 보석으로 상자나 골드를 사야 하는데, 이를 추가로 주니 유저 입장서는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 특가상자는 랜덤하게 판매가 되고, 살 수 있는 시간도 하루로 한정돼 있으니 ‘지름신’을 더 자극한다.
럭키박스와 ‘클래식로얄’의 사례는 ‘뽑기’라는 비즈니스모델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환영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가 실제 혜택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면서도 회사도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서로 좋은 그런 모델 말이다.
국내 게임업체들도 이러한 시도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1+1 행사도 하고, 덤으로 이것저것 많이 주기도 한다. 문제는 그 아이템이 과연 유저에게 필요한, 현금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현금가치를 확정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기본으로 주고 나머지를 무작위로 준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욕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만원짜리 랜덤박스를 샀는데, 질이 좋지도 않은 실내화를 10컬레 넣어뒀다거나 2만원짜리 짝퉁 시계를 줬다면 소비자들이 가만 있겠는가. 지금에 많은 게임 확률형 아이템 상품들이 이런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 값 치르고 잘 샀다’는 느낌을 받길 원한다. 가상으로만 존재하는 아이템이라고 해서 그런 평가를 못 받을 건 없다. 착한 유료화, 착한 뽑기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이 돈을 못 벌지도 않는다. 유저들에게 왜 신뢰를 잃게 됐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란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