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에서 발생했다. 건전한 게임질서 확립을 위해 설립됐다던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관위) 임원들이 자기들만을 위한 돈잔치를 벌인 것이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관위가 오픈마켓 게임물 모니터링단 인원을 40명에서 15명으로, 예산은 1억274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절반 넘게 줄였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모니터링이 부실해졌고 불법 게임물이 유통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게관위가 모니터링 요원을 줄인 이유는 예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대비 4억9300만원이 줄어든 66억9100만원을 올해 게관위 예산으로 책정했다. 여명숙 위원장 등 게관위 임원들은 이에 맞춰 모니터링 인원을 줄이고, 직원들의 월급(6.8%)과 성과급(73.8%)를 삭감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정작 문제는 직원들을 자르고 월급 등을 줄이면서 정작 경영에 책임이 있는 임원들은 보수를 4000만원 가량 올렸다는 것이다. 이 중 1744만원은 성과급이다. 올해 연봉만 2억4368만원 받는 임원들이 자신의 월급에 1/5도 안 되는 직원들을 내쫓고 제 배를 채웠다. 얼마나 비상적이고 몰염치 없는 짓이란 말인가. 정작 전문성을 갖추고 건전한 게임질서 확립에 앞장서 온 인력들은 예산이 부족하단 이유로 쫓겨 났는데, 임원들은 무엇을 했기에 더 많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단 말 인가.
게관위 낙하산 인사는 예전부터 문제가 됐다. 9명의 위원들이 위원장을 추대하는 방식으로 위원장을 뽑지만 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전에 위원장이 누군지 결정되는, 형식적인 절차만 있을 뿐이다. 현 여명숙 위원장 역시 취임 전부터 낙점을 받은 사람이었다. 이대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여명숙 위원장과 게임과의 연관성은 당시에도 지금도 의문이다.
이전 조직이었던 게임물등급위원회는 국고 지원이 한시적이라서 그래도 심사를 앞두고 정비라도 하고 활동이라도 활발히 벌였다. 문제도 있었고 결국 해체시키고 게관위를 만들었지만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글쎄다’다. 한 달에 한 두 개 보도자료 보내던 게관위는 10월 국감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10월 중순도 안 지났는데 2개를 보냈고, 9월에는 7개나 보냈다. '무슨 교육을 했네', 대'학생 기자단을 만들었네' 식의 과시용이다. 이런 것이 국감을 대비한 것이라 말하면 기자가 너무 꼬인 것 일까.
자율규제 시대에 게관위는 자연스럽게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바다이야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게관위를 떠받치는 힘이지만, 불법 스포츠베팅이 판치는 이 형국에 도박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통합적인 기관이 있는 것이 효율적이다. 전문적인 영역이라 사행성감독위원회에 선을 그어놓고선 전문인력을 오히려 내보내고 자기들 월급 올리는 이런 기관이라면 더더욱 해체하는 것이 옳다. 그전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은 사감위로 이전시키는 것만 보장된다면 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