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혹이 많은 이 두 재단을 설립한 취지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것이란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 해외 순방길에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음식을 만들고 K팝 공연을 하는데 이 재단들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자 여기서 초점을 게임으로 돌려보자.
게임에도 정부가 나서서 만든 재단이 있다. ‘게임문화재단’이라고 한류콘텐츠 산업의 선두인 게임산업을 위해 건강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때는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나서 재단을 만들었지만 1기 재단은 이렇다 할 사업을 하지 못했다. 예산이 없어서다.
2009년 게임업계는 고포류 문제로 공중파 종합지에 난타당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규제안을 만지작거렸다. 2009년 게임업계는 말만 ‘자발적’인 그린게임캠페인을 진행하며 공중파에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했다. 이듬해엔 주요 업체들은 100억 가까운 기금을 ‘자발적’으로 2기 재단에 납부한다. 재단은 이 금액으로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사업과 게임과몰입 방지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작부터 잡음이 났다. 정부가 만든 기관이니 기관장도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연봉은 높았고 대우도 좋았다. 2기 이사장은 김종민 전 문체부 장관이 맡았다. 그러나 취임 두 달 만에 강원발전연구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김 전 장관은 재단 이사장직은 비상근으로 전환해 겸직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재단은 3개월이 넘도록 100억 원에 대한 용처도 결정짓지 못했다. 이후의 재원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돈이 떨어지면 다른 수가 생기겠죠?"라는 황당한 발언을 했다.
6년여가 지난 지금 알다시피 재단은 유명무실해졌다. 기업들은 출연하기를 꺼려하고 자신들이 직접 재단을 만들거나 문화사업을 진행한다. 100억원에 달하던 출연금은 바닥났다. 재단이 밝힌 2015년 결산자료를 보면 국고보조금을 포함한 수입이 18억원인데 그 해 지출한 금액도 18억원이다. 수입과 지출이 1원까지 딱 맞아 떨어진다. 게임심의 임무를 일부 떼어줬지만 온라인게임 자체가 줄면서 도움조차 되지 않는다. 재단이 이제 믿을 곳은 과거에도 그랬던 고포류 업체들이 주축이 돼 만든 게임이용자보호센터뿐 이다. 그마저도 예산은 3억원 정도로 사업을 진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공익을 위한 재단은 필요하다. 사익을 앞세우는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정부의 주문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설립취지에 맞게 투명하게 운영해야만 한다는 것. ‘남의 돈’이란 생각에 사사로운 생각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만 지켜줬으면 나라와 게임업계를 시끄럽게 만든 재단들 논란은 애당초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