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전부터 블리자드는 앱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를 공개하고 API 기술을 공유해왔다. API 개발 페이지인 dev.battle.net에 다양한 API 자료를 공개하고 다양한 자료와 게임 데이터를 개인의 웹사이트로 연동하는 방법을 몇 년 전부터 공개했다.
이 같은 기술적인 공개는 예전부터 블리자드 간판 게임들의 인기 이유 중 하나였다. 'WoW'에서는 간단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루나 스크립트를 통해 원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이하 에드온)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방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개발한 수천, 수만개의 에드온들이 등장했으며 이 중 좋은 직관성과 사용도를 갖춘 것들은 정식 UI로 채택되기도 했다.
'워크래프트3'에서 이 같은 공개 기술 콘텐츠는 정점을 맞이했다. '워크래프트3'의 월드 에디터 시스템은 '스타크래프트'에서의 트리거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콘텐츠를 '워크래프트3'화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퇴색된 감은 있지만 최근까지도 게임사 입사 시 포트폴리오로 사용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기로 유명했다.
이용자가 스스로 만든 콘텐츠로 게임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개발사의 최대 목표중 하나다. 게다가 이를 통해 '도타', '카오스' 같은 새로운 게임을 낳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으니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의 에디터를 공개하며 공개 맵 에디터로써의 정점을 찍었다. 맵을 제작하기 위한 난이도는 올랐지만 보다 높은 확장성을 갖춘 '스타2' 에디터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추고 여러 명작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 후로 6년. 이제 블리자드는 A.I를 이용자가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했다. '알파고VS.프로게이머'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 바야흐로 UCC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봐도 될 것이다. 특히 그 주체가 항시 게임 업계의 중심에 위치해온 블리자드라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할까? 이미 메인스트림급 게임사가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이미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A.I 기술을 개발해왔다. 게임과 A.I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기도 하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니 보다 꼼꼼히 내실을 다져놓자. 변화의 바람이 닥쳤을 때도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상자에 소숫점 단위의 숫자를 붙이느냐 마느냐를 고민할 시간에 저 앞에 보이는 언덕을 대비했으면 한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