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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대통령상 받아야 하나요?

올해 최고의 게임을 뽑는 게임대상이 수요일(16일) 부산서 열린다. 공인된 유일무이한 게임 시상식. 회사와 개발자에게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는 대상 수상여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누가 수상하냐는 단골 대화주제가 됐다.

올해 시상식에서도 분명 대상은 주어질 것이다. 수상자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동료들의 축하 속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호명하는 인사를 할 것이다. TV로 중계가 될 것이고 많은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해보자. 대상이 호명되는 순간, 수상자가 당황한 얼굴로 단상으로 올라와 애통한 마음으로 소감을 남기는 모습을.

"제가 대상을 받으려고 게임을 만들었나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게임대상은 대통령상이다. 1년에 단 하나의 게임에게 주어지는, 국가원수가 수여하는 상. 그래서 값어치가 있었고 부러움을 샀다. 최고의 게임이란 의미에는 이견이 없겠다만, 이런 시국에 대통령이 주는 상을 받는 것은 과연 부러워할 만한 일인가.

지난 주말 100만 촛불이 청와대로 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정국이 마비되고 각계각층에선 시국선언이 쏟아진다. 게임업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했고, 거리로 나섰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선조직에 수장부터 놀아났고, 게임산업을 진흥하는 한국콘텐츠진훙원 수장은 개인의 사익을 위해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창조경제에 게임이 빠졌을 때부터 말도 안 된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라를 망친 주범들의 관심사가 게임이 아니었음에 안도감이 들 정도다. 국정이 마비됐고 여야 할 것 없이 여전히 국회는 민심을 못 읽고 청와대는 눈과 귀를 가렸다. 이런 판국에 국민들로부터 하야를 요구당하는 대통령 이름이 박힌 상이라... 받고도 마음에 찔리는 구석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국무총리가 주는 최우수상도 그 권위를 세우기엔 부족함이 차고 넘친다. 그래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행사인데, 비선실세들에 조력했다는 비난을 받는 조윤선 장관이 시상식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임대상 뿐 아니라 지스타까지 소위 'VIP' 영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게임대상의 권위를 깎고자 하는 게 아니다. 게임대상은 10년이 넘게 한국게임산업을 곁에서 독려해 온 훌륭한 시상식이다. 권위가 수상자의 직책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VIP가 없으면 어떠냐, 우리끼리 박수치고 축하해 주고 서로를 격려하면 되는 것을. 100만이 광장에 모였어도 질서 정연하게 축제로 만든 것처럼, 게임인들끼리 신명 나는 자리를 만들면 된다.

올해 게임대상이 예전보다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 걱정하는 이유는 게임의 수준이나 행사 때문이 아니다. 국민을 외면한 '높으신' 분들의 전횡과 행포로 인한 것이다. '순시리' 게임으로 기지 넘치는 풍자를 보여준 게임업계라면 이런 엉뚱한 수상소감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했을 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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