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바로 명작 인디 게임 '바인딩오브아이작: 리버스'의 다운로드 콘텐츠(DLC)인 '애프터버스'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최근 게임계를 달궜던 '오버워치' 솜브라와 관련한 이스터에그만큼이나 대단한 힌트와 퀴즈를 개발자와 이용자가 주고 받았습니다.
◆'바인딩오브아이작'은 어떤 게임?
'바인딩오브아이작'은 수백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유명 인디 게임입니다. 높은 난이도와 특유의 고어하면서도 귀여운 연출로 유명한 '슈퍼미트보이'의 제작자 에드먼드 맥밀런(Edmund McMillen)의 작품이죠.
계속되는 가정 폭력으로 인해 이를 도피하고자 하는 아동의 불안정한 심리를 잘 표현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명작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성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던 주인공. 어느 날 어머니가 환청을 듣게 되고 이를 신의 뜻으로 여겨 주인공을 학대하고 감금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환청을 따라 주인공을 죽이려는 어머니를 피해 도망친 주인공이 지하실에 이어진 던전으로 몸을 피하면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데요. 줄거리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구약성경의 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의 희생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여러개의 방을 다니며 보스가 있는 방을 찾아다니게 되는데요. 점점 지하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기본적으로 세이브 기능이 없으며 모든 생명력이 사라지면 그대로 게임이 끝나버리기에 초심자의 경우엔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2D 카툰식 그래픽을 개발자 특유의 느낌으로 표현해 귀여우면서도 잔인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편입니다.
◆이스터에그, 어디까지 봤니?
'바인딩오브아이작: 리버스'의 DLC '애프터버스'는 120개 이상의 획득 아이템이 있을 것이라고 개발자인 맥밀런이 약속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74개의 아이템만이 추가됐었는데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이용자들은 업데이트되지 않은 46개의 아이템들이 의도적으로 숨겨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강제로 숨겨진 아이템들을 잠금 해제했고 109시간 후, 모든 아이템들을 꺼내 썼습니다.
이에 개발자가 "다음엔 쉽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방식으로 아이템을 공개할 것임을 시사했죠.
시간이 흐른 후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나서 한 유명 유튜브 스트리머가 게임 내 존재하는 그리드 머신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돈을 넣을 때마다 무언가를 잠금 해제해 주는 것이었는데요. 이 그리드 머신에는 109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가 없었다가 패치 이후 그 제한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것이죠.
이런 저런 시도를 하던 중 그는 999코인을 기부하면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관대하다면…'하는 메시지가 뜨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SNS를 통해 알린 이 이용자는 다른 사람도 동일한 행위를 할 경우 같은 메시지를 볼 수 있는 것까지 발견하죠.
그런데 개발자인 맥밀런이 몇 시간뒤 같은 문장을 자신의 SNS에 올립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999코인을 기부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도전과제 'Group Generosity Achievement'가 해금되면서 다음과 같은 아이콘을 받게 됩니다.
이 아이콘의 픽셀 정보를 숫자로 환산한뒤 아스키 문자로 변환 했더니 'LERBEIL'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이를 imgur 이미지 사이트에 올렸더니 이미지 한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의 중앙에는 '바인딩오브아이작'의 캐릭터 'The Lost'가 있고 그 주변에는 소년 8명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하단에는 창세기 30장 35절의 문구가 적혀져 있고요.
◆SNS로 직접 힌트를 주는 개발자
이때 제작자가 SNS를 통해 통에 갖힌 거미 뒤로 'The lost boys'라는 영화 포스터가 찍힌 사진을 올립니다.
이를 추리하던 한 이용자가 우리가 하는 추리가 맞는거냐고 묻자 개발자는 그 영화의 OST 제목인 'people are strange'라는 문장이 들어가는 답변을 하는데요.
이용자들은 'people are strange'가 영화 'The Lost Boys'에 삽입된 것을 확인하고 그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찾아 보게 됩니다. 해당 부분은 실종 아동을 찾는 게시물이 붙어있는 게시판이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포스터가 게임 속 엔딩 장면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 이용자가 앞서 제시된 이미지에서 창세기 30장 35절을 인용한 것에 착안해 영화속 30분 35초 지점에 나오는 산타크루즈의 보드워크 거리를 직접 찾아갑니다. 그 곳을 찾아간 이용자는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추리
그 이용자는 보드워크 근처의 기찻길을 수색했고 그곳에서 게임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포스터를 찾게 됩니다. 포스터에는 실종된 아동을 찾는 그림과 전화번호 그리고 뒷면에 요한복음 4장 24절에 등장하는 'God is Spirit'라는 문자가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 424를 지역번호로 삼고 포스터에 적힌 번호 444와 하단부에 잘린 숫자를 'The Lost' 이미지를 찾기 위해 걸린 시간이자 그리드 머신의 제한 코인 수치인 109로 추리해 424-444-0109로 전화를 걸자, 게임의 나레이터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거꾸로 녹음된 단어). 나는 네 (거꾸로 녹음된 단어)다. 네가 무엇 때문에 찾아왔는지 알지만, 그걸 네게서 직접 들어야겠다." 거꾸로 녹음된 단어는 순서대로 아이작과 아버지였는데요.
게임 내 아이템 설명 구석에 쓰여 있는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대답을 하자 단서 문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질문을 한 후 몇 시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그리스도께서 가라사대. 관대하신 신들은 역사를 영원히 인도하지 않는다. 지식은 쌓인다. 그의 최종형태는 탐욕을 넘어선다. 우리는 더 깊게 내려가야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추리의 결과로 얻은 것은 '업데이트'
잠시 후 개발자가 'We almost revealed more evil right?'라는 문장을 SNS에 올렸는데요. 이 앞글자를 따보니 'WARMER'라는 단서를 잘 잡고 있다는 뜻이 됐습니다. 두 번째 자동응답기 문장의 앞글자에 무언가 있음을 직감한 이용자들은 이 알파벳을 각각 숫자로 바꿔봤는데요. 이를 GPS 주소로 여기면 산타아나라의 한 건물 109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우리는 더 깊게 내려가야 한다'는 문구는 게임 내 삽 아이템에 관한 설명이었기 때문에 근처의 땅을 파야한다는 결론을 얻은 이용자들은 해당 장소로 달려갔습니다. 도중에 개발자가 '방금 발 밑에서 동전을 주웠네!'라는 SNS 글을 올렸고 이용자들은 해당 장소에 동전이 떨어진 곳을 찾아냈습니다.
동전이 있던 곳을 찾아내 파내자 한 인형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999, @: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그 중 @:는 아스키 언어로 '@'를 뜻하는 언어였기에 계정명 앞에 '@'가 붙은 트위터 계정이 다음 힌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는데요.
해당 트위터 계정을 금방 찾아낸 이용자들은 이 계정의 비밀번호가 'ISSAACISDEAD'라는 것을 알아내고 인형 뒤에 적힌 문구 '내게 목소리를 달라'에 따라 해당 계정에 접속해 여러가지 말을 했습니다.
몇 분 후, 해당 계정을 통해 '바인딩오브아이작: 에프터버스'에 대한 업데이트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애초 이용자들의 목적이었던 누락된 46개의 아이템보다 훨씬 많은 수의 아이템과 신 캐릭터, 그리고 그와 관련된 도전과제가 포함된 대형 업데이트였죠.
'바인당오브아이작'의 대체 현실 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 방식 마케팅은 이용자들의 추리에 따라 상호작용하며 미리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추리가 종료된 시점에 업데이트를 공개함으로써 이용자들 스스로가 해낸 느낌을 줬기에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곤 합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