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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행복은 매출순이 아니잖아요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이른바 '순실증'이 유행이란다. 짜증과 울분이 터졌다가 무기력해지고, 화가 났다가도 답답해지는 그런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뉴스를 보노라면 어이없는 일들이 연일 터지고 있으니 그런 병이 도지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간다.

게임업계도 암울한 소식들로 우울하다. 꽃다운 청춘들이 귀한 목숨을 버렸다. 스스로 선택한 이도 있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슬픔을 준 이도 있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에선 많은 말들이 오간다. 회사의 문제인지, 개인의 판단인지는 잠시 미루고 그들의 선택에 혹은 그 결과에 애도를 표한다.

과거에는 게임이 마냥 좋아서 게임업계로 뛰어든 이들이 많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고, 힘들어도 보람 있다는 이유로 시작한 게임 개발. 그런 희생과 견딤이 지금의 남부럽지 않은 산업으로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채 2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정부의 도움 없이 이렇게 급성장한 산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해 눈부신 성장을 거뒀던 게임산업. 그러나 즐거움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그 사명감은 성장 앞에서 조금씩 다른 색으로 덧칠해 진 듯 싶다. 매출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게임 출시 주기가 짧아졌고 그로 인해 야근이 일상이 된 풍경들. 월 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매일 업데이트 되는 매출 순위를 보면서 즐거움 보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의 당신들. 과연 우리가 좋아했고, 그래서 시작했다는 즐거움이라는 건 도대체 어디로 가 버렸는지 묻고 싶다.

복지가 좋다며 여럿 뉴스에 소개된 게임회사들의 민낯은 정작 그 속의 직원들과는 행복과는 무관한 처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과로사와 지병에 대한 판단은 근로공단에서 하는 거지만, 연이은 과로로 인해 지병이 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만 인과관계를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회식을 다녀온 여직원이 다른 곳이 아닌 회사서 투신을 했다면 단순히 개인사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심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정밀한 조사를 해야만 할 것이다.

자유로운 복장과 자유로운 사고가 창의성의 근간이며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이 탄생한다는 원칙은 작은 회사에나 적용되는 것이었나 보다. 회사가 성장하고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조직의 합리화를 주장하는, 외부에서 관리를 배운 사람들이 합류하는 회사들 일수록 회사 내 카페테리아의 모습이 사뭇 달라지는 걸 보면 말이다.

정작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직원들이 즐겁지가 않은데 유저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라고 강요할 수 있을까. 잔혹동화 같은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도는 지금 게임업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정치는 막장이지만 훌륭한 시민의식으로 서로를 보듬는 국민들이 있기에 그나마 희망을 보지만, 매출만을 강요하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옆의 동료를 믿으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인재를 강조했던 회사들이 정작 숫자 앞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건지, 우울한 소식에 추위 보다 마음이 더 얼어붙는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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