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서,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
'게.이.머'의 이번 시간에 다룰 이야기는 바로 한빛소프트가 '스타크래프트'의 판권을 가져오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우연에 우연이 겹쳐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스타크래프트1' 다 알죠?
1998년 3월 말 블리자드가 출시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게이머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죠.
블리자드가 고생 끝에 완성시킨 '워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성공에 힘입어 만든 '스타크래프트'는 최근까지도 각종 인터넷 게임 대회의 단골 경기 종목으로 선택됐고 지난 10월까지 장장 14년간 프로리그가 이어져 오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 게임사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 시대로 나눌 수 있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게임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이기도 한데요. '스타' 이후로 게임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죠.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던 게임이 사업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개념도 그때서야 생겼고 말입니다. 프로게이머라는 개념은 상상도 못했던 시절의 일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450만 장 이상이라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한 '스타크래프트'가 별 다른 협상없이 판매 권한이 넘어갔다면 믿으시겠습니까?
◆IMF로 직장을 잃은 한빛 전 회장, 그의 선택은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되게 됩니다.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유통한 것은 바로 엘지 그룹의 계열사인 엘지소프트였습니다.
엘지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사업을 담당하는 업체였는데, 주로 교육용 소프트와 게임을 취급했습니다. 대기업에 뿌리를 두고 있다보니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게임 유통에 소극적이었죠. 그래서 교육용 소프트가 사업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동서게임채널이 해외 게임 유통 시장을 꽉 쥐고 있던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해서 엘지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의 판매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다지 마케팅에 적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엘지소프트가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엘지소프트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는데요. 김영만 한빛소프트 전 회장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당시 영업 과장이던 김영만 전 회장은 회사를 그만 둔 후 작은 회사 '한빛소프트'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엘지 측과 접촉해 판권을 가지고 있던 교육용 소프트의 판권을 확보하기 시작했죠.
◆덤으로 넘어간 판권이…'스타1'?
이 과정에서 엘지 측은 한빛소프트에 엘지소프트가 가지고 있던 게임 판권의 대부분을 가져가라고 제시했다고 합니다. 엘지 입장에서는 이미 관련 부서를 없앴기에 판매가 불가능했으니 판권 매각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죠.
당시 외부 원인으로 인해 정리된 전 직원에 대한 부채감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헐값에 넘어간 게임 판권 중에는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엘지 측에서는 이미 '스타크래프트'로 5만 장의 판매고를 올린 터라 더 이상의 판매는 힘들다는, 게임의 수명이 다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5만 장이면 괜찮은 판매량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어진 김영만 전 회장의 용단으로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의 판권을 가져가라는 제안에 수락하게 됩니다. 물론 전 회장은 '스타크래프트'가 더 성공할 것임을 예측해 먼저 움직인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다만 회사 설립 초기 교육용 소프트 사업을 우선적으로 확장했던 것은 사실이죠.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이 판권으로 한빛소프트가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1999년 확장팩 '브루드워'가 출시되면서 한국에서만 300만장 이상 팔리며 그야말로 초대박 게임이 됐고 한빛소프트의 몸집을 불리게 된 일등 공신이 됐죠.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으로 한빛소프트는 최고 매출을 올리는 게임회사로 성장하게 됐고 이를 발판 삼아 '디아블로'의 판권까지 얻으며 대형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