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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무시와 무관심이 얼마나 다행인가

"게임 그거, 애들이나 하는 거 아냐?"

가끔 나간 동문회에선 선배들에게 이런 얘길 듣는다. '게임기자도 있어?'라는 놀라움 뒤에 이어지는 비꼼 같은 그런 말.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해 게임산업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 열변을 토하긴 했으나, 이제는 귓등으로 흘린다. 그 사이 게임산업이 많이 부각되고 모바일게임이 대중화 되면서 그런 질문을 받는 일은 드물지만, 여전히 '게임=애들=시간낭비'라는 공식을 갖고 있는 '꼰대'들은 늘 있다.

최근에는 '그깟, 게임'이란 무시나 무관심이 오히려 고맙다. 박근혜-최순실이 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면서부터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로 치가 떨리지만 게임업계만 놓고 보면 안심이 된다.

그들은 문화융성을 말하면서 게임을 제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장관'이라 자기를 소개했던 유진룡 전 장관을 자르고, 자기 입맛대로 주무부처인 문체부를 주무르면서 게임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문화한류를 말하면서 한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게임을 제외시켰다. 창조경제 하면서 게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제와 그 모든 것이 고맙고 또 고맙다. 그들의 무시와 무관심이 참 고맙다.

규제개혁 하겠다며 각층의 인사들 불러놓고, 게임계의 애로사항인 셧다운제에 대해서 아무 언질을 주지 않은 점은 지금 와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국정과 국민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마음에 그때부터 게임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래서 이 산업이 얼마나 알토란 같고 내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시녀노릇을 했던 김종 전 차관을 1차관으로 임명해 '보살펴 주기'라도 했다면...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그 뿐인가, 정유라가 스마트폰 게임의 재미 대신 말 타는 재미를 푹 빠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영업이익 10%를 채 넘기지도 못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한 전경련이 게임회사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도 앞서 언급한 '애들이나 하는 저급한 것'으로 게임산업을 깔본 그런 정서 때문일 것이다.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게임업계 영입이익이 평균 20~30%가 나와도 이것은 애들 코 묻은 돈을 모은 것이라 생각할 것이니까.

게임산업이 박 대통령 본인이(혹은 최순실이) 강조한 창조경제의 원천이며, 한류문화의 선봉장이라는 것을 오래 전부터 말해 왔으나 이에 대한 1%의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은 것이 이제와 생각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예전에 그 서운함과 아쉬움이, 지금은 고마움과 안심으로 바뀌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이 이 나라의 주역이 되고 기업들이 더 커지면 자연 관심과 집중을 받을 것이다. 무관심이 관심으로, 무시가 존경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게임업계는 이것 하나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게임업계의 본질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는 점을. 그 과정에는 거짓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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