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의 주역은 한국이었다. 처음 MMORPG를 만들었고 중국 시장을 개척했으며, 게임을 넘어 문화로 이끈 당사자였다. 하지만 모바일로 플랫폼이 넘어온 이후, 국내라는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성과를 올렸다는 기억은 아득하다. 텃밭이었던 중국이 안방을 위협하며, 희망을 줬던 일본은 아예 토양을 내리기가 힘들며, 북미와 유럽은 우리와 전혀 다른 트랜드로 되려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한 관계자는 "차라리 중국으로 가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현지진출을 돕는 역할이 제일 시급하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 한국 모바일게임은 중국과 일본, 북미유럽에 껴버린 상태다. 자연 업체들은 국내시장만 두고 다투는 것에 골몰하게 됐다.
여기엔 우리의 잘못도 크다. 우리식이면 통할 거란 생각, 과거 PC MMORPG로 세계시장을 호령했던 기억에 젖어 변화를 꾀하지 않았던 점,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는 정교해진 과금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에 매몰된 탓이다.
'국내성공->해외진출'이란 공식은 더 이상 모바일에서 통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꺼낸 카드는 '현지형'이다. 철저히 중국게임, 일본게임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것도 우리가 잘 만들어온 MMORPG를 휴대폰으로 완벽하게 구현한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구글과 애플 오픈마켓으로 전세계가 연결된 이 시장은 한때 개발과 관리가 쉬운 '글로벌 원빌드'가 유행했다. 현지화라는 품을 들이지 않아도 뜻하지 않는 시장에서 돈을 벌어다 주곤 했지만 방 의장은 이러한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강조했다. 슈퍼셀처럼 캐주얼 게임을 만들 수 없는 한, 잘 하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맞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그만큼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해당 시장에만 한정될 게임이다. 이미 모바일게임의 수익률은 화려한 매출에 비할 게 못 된다. 많이 팔아봐야 남는 게 적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공식이 깨졌다. 그래도 방 의장은 적게 남기더라도 실패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한 달에 이천억이 넘게 번 지금 상황에서 해당 시장에만 서비스를 할 게임을 만들겠다는 방 의장의 계획은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 안주하기 보다는 해외로의 도전에 나서는 그 용기만은 높게 사줄 만 하다.
NTP 행사 이후, 만난 방 의장은 해외 진출의 이유로 '위기 의식'을 꼽았다. 국내 시장을 석권했으니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라면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도 힘들 수 있어 먼저 방어선을 해외로 넓히는 것이라고. 슈퍼셀, 텐센트 등이 한국 시장으로 포화를 집중시키기 전에 전선을 그들의 땅으로 가져가 그곳에서 승부를 내고 싶다고 말이다.
이미 많은 것을 가졌고, 남들이 못한 것을 이룬 상황에서도 모험을 택한 넷마블. '욕심'이라 욕 먹을지언정 꼭 해외로 가보겠다는 방 의장의 의지에서 제갈량의 출사표가 오버랩 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