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는 AR(증강현실) 기술 자체를 게임에 활용한 것보다 신기술을 보다 쉽게 사회문화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방식의 지적재산권(IP) 활용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AR은 이미 있었던 기술이고 이를 적용한 게임도 이미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신 기술을 적용한 콘텐츠가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한때 크게 유행했다가 4년만에 자취를 감춘 3D TV의 경우가 그 단적인 예다.
즉 '포켓몬고'는 스마트폰 디바이스 환경에서 게임을 이용하는 장소를 가정이나 실내가 아닌 야외로 확대하는,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이룬 것이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포켓몬고'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켓몬 IP를 활용해 게임 이용자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높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IP의 중요성은 이미 모든 업계의 상식이 된 상태이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
이를 염두하고 이른 바 '한국형 포켓몬고'를 천명한 타이틀과 비교해보면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AR과 IP에만 집중하고 '장소'의 혁신이라는 가장 큰 차별성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동일하게 오프라인에서 플레이하게 되지만 '포켓몬고'를 보고 그와 동일한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게다가 단기 성과에 집중하고 있어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에서만 뭔가를 찾으려 한다. '포켓몬고'에서 시도한 것 이상의 도전은 없고 이를 그대로 답습하려 하지만 수년을 걸쳐 만들어온 기술과 IP를 단기간에 따라가는 만큼 비교적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결과물이 급하니 다른 방향으로 개발하던 게임에 유사 기능을 우겨넣기까지 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 개발사의 기술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AR을 적용한 국내 게임은 '포켓몬고' 이전에도 다수 만들어져 있었고 온라인게임에서도 부분 유료화라는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고안해내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능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과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을 뒤집을 거창한 혁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것(신 기술)을 잘 받아 들일 수 있도록 익숙한 것과 융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국내 기업의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포켓몬고'처럼 글로벌 이용자들이 익숙한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보는 매시업적인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개발을 위해 소요되는 기간을 감내할 수 있는 기업 혹은 투자자의 인내심도 말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