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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자율규제, 신뢰가 필요하다

최근 출시된 일본 게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게임은 카드 콜렉팅 장르다. '하스스톤'처럼 카드가 랜덤으로 나오는 팩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데, 게임 안에서 확률을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또 각 구간별로 정확히 확률을 기재해놨고, 해당 구간에서 카드마다 획득할 수 있는 확률까지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사이게임즈의 '섀도우버스' 얘기다.

일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자율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국내 게임업체들이 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사이게임즈가 운영하는 게임들은 모두 확률을 표기한단다. 또 일본 게임업계 단체인 CESA(COMPUTER ENTERTAINMENT SUPPLIER'S ASSOCIATION)에 소속된 큰 개발사는 대부분 뽑기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뜨거운 감자다. 또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 19대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됐지만, 20대 국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법 개정안이 3개나 발의됐다. 이 중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을 아예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분류토록하는 내용도 있다.

게임업계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이하 K-IDEA) 주도 하에 2015년부터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확률을 공개했다. 하지만 '성과'라고 할만한 게 없다. 공개한 확률도 공식 카페에 들어가 찾아봐야만 했다.

게임업계가 자율규제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은 신뢰다. 게임업체들은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혹은 또 다른 저마다의 이유로 정확한 확률 공개를 꺼린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게임사들이 공개하는 확률을 잘 믿지 않는다. 공개된 확률 마저도 언제든 조작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걸 보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국내 게임업체들은 신뢰를 꽤나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이 문제는 법적 규제로 푸는 것 보다는 업계 차원의 자율규제로 해결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개선안이 나오는 게 선결과제다.

K-IDEA는 오는 15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령 선포식을 연다. 그 동안 논의해왔던 자율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는 자리다. 또 외부 감사를 위한 평가위원회 위촉식도 함께 진행된다.

어떤 내용이 발표될 것인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섀도우버스'처럼 게임 내에서 확률을 확인할 수 있고, 보다 명확하게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은 개선안에 필히 포함되야할 내용이다. 또 일본처럼 내부감사를 둬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율규제는 각 게임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오랜 시간 제자리 걸음을 했다. 그래서 제대로 정착도 되지 않았다. 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이 거세지만 다수의 게임업체들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신뢰를 잃었다.

이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업계의 단합이다. 우물쭈물하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통과되기라도 하면 누굴 탓하랴. 매출에만 급급해 눈 앞의 문제를 놓치면, 더 큰 화가 되서 돌아올 것은 자명하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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