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나 업계 관계자로부터 욕 먹는 기업을 꼽아보면 엔씨소프트, 넥슨, 최근에는 넷마블이다. 다들 잘 나가는 기업이고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기업이다. 유저들로부터 욕 먹는 이유는 의도치 않게 지갑을 열게 하는 상술(비즈니스 모델) 때문일 것이고, 업계로부터는 과도한 욕심에서 오는 불평등한 처우 때문일 것이다.
게임이 좋고, 재미가 있어서 스스로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지출을 해야만 하는 수익 모델에 화가 난다.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시키고 '현질'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플레이조차 못 하게 만들어 놓으니 매출이 느는 만큼 욕도 는다.
다 같이 고생했고 게임을 흥행시켰는데 돌아오는 성과가 달라서 욕을 먹는다. '블라인드'라는 앱을 보면 이들 회사의 부조리함이 사실 여부를 떠나 적나라하게 까발려져 있다. '그래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에 나빴던 이미지는 더 나빠진다.
국내 9개 밖에 없는 야구단을 만들어도, 몇 백억 원을 들여 어린이 병원을 지어도, 업계 최초로 8시간 근무를 도입해도 욕 먹는 건 매한가지다. 좋은 취지로 무언가를 해도 진실성을 의심 받는다. 그리고 이들 회사 공통적으로 대표가 욕을 먹는다. 무소불위의 권력, 독단, 불통 등으로 말이다.
그런데 막 성장하는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을 큰 것을 비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사업을 키우며 확장하고 특히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한 IT업계에서는 최종 권력자의 결단이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이 요구되는 때가 많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잡스도,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도 초창기 독단으로 많은 비난을 받지 않았던가.
중요한 것은 회사가 성장한 이후의 모습이다.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안정이 되면 그때부턴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만든 규율 속에서 합리적으로 결론을 내고 그에 따르는, 그런 구조 속에서 회사가 안정감 있게 움직여야만 한다. 집단지성의 힘이 개인의 빠른 판단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와 같이 '내 회사'라는 오너의 생각이 화를 부르는 이유다.
이들 회사의 오너들도 자신들이 동업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성공에 따른 시기와 질투로 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안 된다. 유명세로 인한 것이고 음해라고 생각하면 더더욱 오판이다. 의사결정, 인사, 사업에 불합리가 있기에 나오는 말이다.
시기와 질투라 하더라도 계속된 성공이 이어지면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선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성과가 더해지면 더 좋다. 그러면 인정을 받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두려움이 생길 것이고, 마지막엔 존경이 생길 것이다.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란 맹목적인 믿음을 유저들로부터 받는다면 매출이 걱정일까.
우연은 연속되지 않는다. 성공하는 기업에는 특유의 성공 DNA가 있다. 그 씨를 처음 뿌리는 것은 오너일지도 몰라도 싹을 틔우고 계속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은 조직의 힘이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이어지면 자연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여전히 욕을 먹고 있는 걸 보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한가 보다. 개발자도 인정하는 '블빠'처럼 '엔씨빠', '넥슨빠' '넷마블빠'는 아직은 막연한 얘기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