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이용자 확보다. 이용자 확보는 매출과 직결된다. 유명 IP는 이용자 확보는 물론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게임업체들이 IP 확보에 열을 올렸던 이유다.
ACBC 윤효성 대표는 지난해 IP 확보에 주력했다. 그렇게 판권을 확보한 IP만 7개다. 'RF온라인', '그랜드체이스', '포트리스' 등 게이머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향수를 자극하는 IP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올해 2종의 게임을 출시한다.
윤효성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로 2020년까지 회사 가치를 1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만한 IP, 완성도 높은 게임성, 그 동안 쌓아온 모바일 게임 개발·운영 노하우까지, 윤효성 대표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글로벌 시장, IP로 승부한다
윤효성 대표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2000년대 초 레몬을 설립, 다양한 게임을 출시해 흥행시키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초창기 모바일게임협회 2기 회장도 역임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사명을 ACBC로 바꾸고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 이름을 바꾸자고 생각했어요. 레몬은 중고라는 의미도 있고, 무엇보다 검색을 하면 과일이나 요리만 나와요(웃음). 새로운 사명을 고민하면서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가독성이 좋고, 나열을 했을 때 앞단에 배치될 것. 그렇게 나온 게 ACBC(Amaze Creations, Be Creative)입니다."
현재 ACBC가 계약을 따낸 IP는 'RF온라인'부터 '그랜드체이스', '다크에덴', '워록', '드래곤라자', '십이지천', '포트리스'까지 7종이다. 모두 오래된 PC 온라인 게임이다. ACBC 자체 조사 결과 PC 게임 IP가 출시됐을 때 다운로드 횟수가 가장 많았다고.
"IP는 묵힌 게 좋아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모두 향수를 자극하는 오래된 IP죠. 당장 라이브 중인 IP가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꼭 그렇진 않아요. 피처폰 시절에 어떤 드라마가 엄청 떠서 그 IP로 게임을 만들었는데 드라마가 끝나니까 게임도 같이 끝나더라고요(웃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은 4종. 'RF온라인M'(가제)은 점령전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전략 게임이지만 RPG 요소도 적절하게 녹아있다. '전략 게임'하면 어렵다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RPG를 섞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그랜드체이스워'는 실시간 대전 게임이다. 흔히 실시간 대전 게임이라고 하면 슈퍼셀의 '클래시로얄'이 떠오른다. 아니면 '하스스톤'과 같은 CCG라거나. 윤효성 대표에 따르면 '그랜드체이스워'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플레이 방식을 탑재했다. 또 이 게임은 e스포츠에도 어울리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AOS 장르인 '드래곤라자'와 실시간 게임 '클래시리그'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이 중 '클래시리그'는 캐릭터들만 봐도 제대로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개발자에게 주인의식 심어준다
ACBC는 7개 IP를 갖고 있다고 했다. 윤효성 대표는 각 IP로 게임을 만들 때마다 회사를 설립한다. 가령 신규 게임을 개발에 착수하면 회사를 세운다. 거기에 IP를 주고 자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개발자들도 윤효성 대표가 직접 한 명 한 명 만나보고 영입한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RF온라인M'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쳤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개발자들에게 지분을 준다는 것. 주인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다. 주인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나오는 게임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게임은 차이가 있다는 게 윤효성 대표의 생각이다.
"항상 개발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요. 또 새로 영입할 개발자들과는 트래킹도 갑니다.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분을 주는 이유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면 애정을 갖고 게임을 만들테고, 결과물도 더 좋게 나올테니까요(웃음)."
윤효성 대표는 게임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치프 프로듀서의 역할을 한다. 윤효성 대표의 여러가지 개발철학과 노하우를 스튜디오가 담아내는 식이다.
◆전 세계 100위권의 의미
얼마 전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그런 말을 했다. 만약 일본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싶다면 '일본향'이 아니라 '일본형'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기획 단계부터 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부담이 크다. 넷마블이야 각 시장별로 여러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돌아갈 수 있지만, 게임 한 두 개의 흥행에 생사가 걸린 중소게임사 입장에서는 선뜻 택하기 힘든 전략이다. ACBC는 각 시장 하나 하나마다 타깃은 못해도 전 세계 각 시장 100위권 안에서 롱런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
"국내 시장에서 매출 10위를 1년간 유지하는 것은 꿈 같은 얘기죠. 하지만 그 매출과, 글로벌에서 100~200위를 골고루 유지했을 때 나오는 매출을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IP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알려진 온라인 게임 IP죠. 100위권 안에 꾸준히 안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
2000년부터 모바일 게임 사업을 하면서 윤효성 대표는 중국 쪽에도 발이 넓다. 상위 50개 게임사와 모두 인연이 닿아있다. 무엇보다 윤효성 대표는 판호가 생기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 길이 뚫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최근 2~3년 사이에 도탑류나 MMORPG들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졌습니다. 판호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판호는 정제적인 역할을 할 겁니다. 또 한국 게임사들은 오래 전부터 현지 퍼블리셔와 일을 했습니다. 판호가 족쇄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최근 중국 대형 게임업체들과 얘기를 해보면 수많은 중소개발사들이 망하면서 소싱할 게임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중국 시장 진출은 지금이 적기라고 봅니다."
◆2020년 회사 가치 1조 목표
윤효성 대표는 스마트폰 게임이 소비재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하진 만큼 특정 장르가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2016년 IP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했다.
"2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지금이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해요. 동남아, 남미는 물론 아랍 시장도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또 이용자들의 입맛이 다변화되고 있고요. 게임만 잘 만들면 된다고 봐요."
전 세계 게임 이용자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 글로벌 시장에 ACBC라는 이름을 크게 알리고 싶다. 모바일 게임 1세대로서 한국 게임의 자존심을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다.
윤효성 대표는 연간 4개의 IP 게임을 내는 것,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20년에는 회사 가치를 1조 원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목표도 세웠다.
"글로벌 시장 얘기를 쭉 했는데, 중국에서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지금까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국산 모바일 게임이 없잖아요.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꼭 매출 5위 안에 한 개의 게임은 올려놓고 싶어요."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