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6년 롤드컵은 누적 시청자수가 4억명에 육박하는 등 역대급 기록을 남겼고, 수많은 해외 스포츠팀, 유명 인사로부터의 'LoL'팀 후원도 이뤄졌다. 'LoL' e스포츠는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LoL'을 스포츠로 키우겠다는 목표에 한 발자국씩 전진하고 있다. 'LoL' 이용자와의 신뢰 구축, 그리고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보다 노력하겠다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이승현 대표를 만났다.
◆LoL 인기 비결? 확실한 이유 있다
'LoL'은 2012년 초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5년 동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오버워치'가 출시된 이후 1위를 내주기도 했고,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지금은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이승현 대표는 'LoL'의 장기적인 인기 비결에 대해 게임 자체의 재미를 꼽았다. 'LoL'은 여러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며 느끼는 협동의 재미, 혹은 혼자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캐리'를 했을 때의 쾌감, 새로운 챔피언을 연습하고 숙련도를 높여나가는 등 여러가지 재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평소 미드 라인에 서다가 너무 힘들어서 서포터로 갈아탔어요. 요즘은 탐켄치를 연습하고 있는데 조금씩 실력이 늘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세상에 재미있는 게임이 'LoL' 하나만 있을 순 없는 법. 지난해 5월 출시된 '오버워치'는 그야말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강타했다. 국내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던 'LoL'을 끌어내리고 정상을 차지했으니, 라이엇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을 터.
이승현 대표는 단순히 1위 경쟁을 펼치는 것 보다는 'LoL'에 더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LoL'은 '헬퍼'를 비롯해 여러 이슈가 있었다. 무작정 점유율 높이기를 위해 프로모션을 하는 것은 반짝할 뿐, 거기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면 계속 반복해야 하고, 라이엇게임즈가 지향하는 '플레이어 경험'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뭘 더 잘할 수 있는지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자, 뭐 그런 근시안적인 접근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사실 게이머마다 취향이 다양하잖아요? 크게 보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봐요."
◆핵 프로그램 잡아내기 '총력'
'LoL'은 2016년 위기를 맞았다. '오버워치'의 등장 때문은 아니다. 이승현 대표는 내부적인 이슈에 더 집중하겠다고 했다. 바로 '헬퍼' 이야기다. 이용자가 손만 까딱해도 '알아서' 스킬을 쓰고 피하고 킬까지 해주는 이 핵 프로그램은 라이엇게임즈는 물론 이용자들 모두에게 골칫덩이였다.
'헬퍼'를 사용하는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일반 이용자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라이엇게임즈의 대처가 늦어진 것도 한몫을 했다. 핵은 글로벌리 이슈였지만 유독 한국 지역에서 더 크게 부각이 됐다.
그렇게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라이엇게임즈는 '헬퍼'를 감지하는 솔루션 '데마시아'를 선보였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인 웰비아닷컴과 라이엇게임즈의 기술제휴로 개발된 '데마시아'는 한국 지역에만 도입된 솔루션이다.
"'헬퍼'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결과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죠. 그래서 한국 지역에 가장 먼저 '데마시아'를 도입했습니다. 이후에는 세계 전 지역 중 한국이 가장 핵 사용률이 낮아졌습니다."
'헬퍼' 외에도 다양한 핵이 있고, 또 막히면 새로운 패턴의 핵이 등장한다. 끝나지 않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이승현 대표는 핵 관련 대응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새로운 핵이 나오면 그걸 막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또 이용자와의 신뢰 쌓기에도 주력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응답하라 라이엇', '일한다 라이엇' 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여러 콘텐츠로 소통하고 있다. 이승현 대표는 온라인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 원하는 것이 뭔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생각도 하고 있다.
◆발전 거듭하는 'LoL' e스포츠
라이엇게임즈는 'LoL' e스포츠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LoL' e스포츠는 매년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LoL'을 축구, 야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라이엇게임즈의 목표가 조금씩 실현되가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
특히 작년에는 2016년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의 BAM tech와 'LoL' e스포츠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2023년까지 MG 3억 달러(한화 3600억 원) 규모다. BAM tech는 MLB를 비롯해 NHL, PGA 등 프리미어 스포츠를 대다수 유통하고 있다. 'LoL' e스포츠가 튼실한 생태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결국 스포츠와 같은 형태의 BM을 생각한다면 중계권이 중요한 요소가 될텐데, 'LoL'의 스포츠화에 있어서 이를 통해 한 발짝 나아갔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e스포츠 쪽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것에 진입을 한거죠."
지난해 스킨 판매 일부 금액이 더해지면서 롤드컵 총상금은 크게 늘었다. 올해는 상금이 더 커진다. 덕분에 연봉만 보고 어쩔 수 없이 해외 팀을 선택했던 선수들도 한국으로 많이 돌아왔다. 초창기 대회를 세팅하고 방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의 라이엇게임즈는 선수와 팀에게 다시 재투자가 되는 연결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2부 리그인 챌린저스 팀들에게도 연 5000만 원까지 운영 자금을 지원한다. 프로 단계로 진입하는 등용문 역할을 하는 챌린저스 역시 'LoL'의 e스포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 라이엇게임즈는 선수풀 확보, 그리고 팀과 선수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할 예정이다.
◆e스포츠가 스포츠냐? 그건 중요하지 않아
PSG, 샬케 등 유명 스포츠팀부터 샤킬 오닐, 릭 폭스 등 유명 스포츠 인사까지 'LoL'팀 창단이나 후원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브라질에서 'LoL' 팀에 투자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왜 이들이 'LoL'팀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일까.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스포츠가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팀 자체가 수익을 내면서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수도 그렇고, 팀을 운영하는 사람도 그렇고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e스포츠의 가능성을 캐치한 것 같아요. 일단 'LoL' e스포츠는 뷰어십이 남다르니까요."
미국 굴지의 스포츠 방송사가 'LoL' e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스포츠 산업에서는 'LoL' e스포츠를 단순히 게임 대회가 아닌, 주류 스포츠 콘텐츠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e스포츠는 단지 게임으로 하는 대결일 뿐 스포츠의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꽤나 많다. '엄마, 1000원만 주세요 스포츠하러 가게요'라는 댓글은 이 같은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스포츠'라는 정의 자체에 매몰되기 보다는, e스포츠를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 룰을 따라야 하고, 경쟁을 펼치고, 팬덤이 있다. 해외에서는 e스포츠를 스포츠와 많은 공통점을 갖는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있고,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LoL' e스포츠가 한국에서 자리잡고 잘 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우리의 몫이죠. 그렇다고 해서 한국 시장이 뒤쳐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기업 스폰서를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한 케이스는 한국 시장 밖에 없거든요. 재정적 기반이 되는 프로팀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봐요. 어쨌든 국가마다 스포츠가 성장해온 과정이 다른 만큼 e스포츠가 스포츠냐 하는 부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뚜렷한 목표, 한 발자국씩 전진
앞서 말했듯 라이엇게임즈는 'LoL' e스포츠를 키워나간다는 목표가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과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하지만 라이엇게임즈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꾸준히 그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프로팀과 선수가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경제적인 측면, 대회가 열릴 수 있는 안정적인 인프라, 선수와 팀들에 대한 팬덤. 이승현 대표는 이 세 가지가 담보되지 않으면 'LoL' e스포츠가 지속되기 힘들다고 본다.
"작년 롤드컵 때 40대 여성분이 도시락을 싸들고 왔어요. 알고보니 스타크래프트 시절 삼성의 팬이었다는 거예요. 결승에 진출한 삼성 'LoL'팀을 응원하러 온거죠. 팬덤이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이승현 대표는 라이엇게임즈를 통해 처음으로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어느새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 4년차를 맞았다. 40대 중반인 그 역시 'LoL' 플레이어다. 이승현 대표가 라이엇게임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역시 뚜렷하다.
"'LoL'이 누구에게나 '인생 게임'으로 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10년, 20년 즐길 수 있는 '인생 게임'으로 만드는 거죠. 또 LoL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지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네요(웃음).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회사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글=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